<진정한 자유란?>-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

 이해인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감정은 분노와 슬픔이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박연미씨가 북한에서 어떤 생활을 했는지, 또 탈북하는 과정 중 어떤 일을 겪었는지 자세히 읽으면서 때로는 눈물이 차오르기도 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내용을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박연미씨와 그녀의 어머니는 탈북을 하기로 결심하고, 어두운 북한 땅을 떠나 환하게 빛나는 중국 땅으로 갑니다. 하지만 그 빛은 그저 외적인 것에 불과했습니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자유가 아닌 수치심과 절망이었습니다. 저는 그 이유가 돈과 이기심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단 나부터 살아야 한다. 나 혼자만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의 삶은 어떻게 되던지 간에 돈을 얻기 위해 부정한 일을 행하는 우리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한숨밖에 내쉴 수 없었습니다. 진정한 빛과 영원한 소망은 하나님께 있다는 걸 아는 저이기에 기도를 통해서라도 그들에게 이 진리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탈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여전히 자유함을 느끼지 못하고 두려움속에 파묻혀 있을 수 밖에 없던 이유는 자칫하면 중국 정부가 탈북자들을 북송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두려움 때문에 인신매매를 당하고 폭력을 당해도 그저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던 두 모녀를 보면서 안타까움이 제 마음을 휩쓸었습니다. 그 상황을 떠올리며 중국정부가 브로커들로 하여금 탈북자들을 북송시키는 것을 금지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중국 입장에서는 손해를 볼 수도 있겠지만 하나님께서 중국의 마음을 변화시키셔서 정말로 고통받고 있는 북한의 약자들을 위해 선한 정책을 시행하는 중국이 되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두 모녀는 중국을 떠나 남한으로 오게 됩니다. 그 과정 속에서 저는 탈북자들을 위해 사역하는 선교사들을 다시 한 번 보게 되었습니다. 그들이야말로 세상이 겪고 있는 아픔을 직면하고 해결하기 위해 힘쓰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어쩌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금도 진행되고 있을 그 사역을 위해 기도를 조금이라도 보태는 내가 되어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하나님의 품에 안겨드리는 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렇게 남한에 와서 자유를 찾게 된 것 같았지만 연미씨는 ‘탈북자’라는 이유로 동물취급 받고, 외국인 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사람으로서의 대접을 받기 위해 자신 안에 남아있는 탈북자의 모습을 지우려고 수없이 노력했습니다. 아무도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힘들게 남한에 왔는데도 불구하고 적응하지 못하고 억압받고 상처받는 그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서로에게 무심한 사회에서 북한에 대해 소리 내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서로에게 무관심한 공동체는 결코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박연미씨가 써놓은 이 책을 통해서 남북이 서로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와 가까운 곳에 있는 북한 주민들의 아픔에 귀 기울이고, 하나님께서 바라보시는 이들을 바라보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이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이 있습니다. 바로 ‘연미씨는 자기자신을 위한 삶에서 한층 더 나아가 연민의 마음을 품고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데에 힘썼다는 것’입니다. 이 일들은 모두 연미씨의 아픈 과거를 통해 이루어진, 세상을 향한 기여입니다. 연미씨는 책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 이 글을 썼습니다. ’누구에게나 사막이 있다. 모두가 그 사막을 거쳐 삶의 목적과 자유를 찾아야 한다.‘ 어쩌면 이 한 문장 속에 박연미씨가 이 책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이 들어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삶 속에 있는 사막을 거쳐 삶의 목적과 자유를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저는 이 책을 통해서, 또 이 문장을 통해서 2가지 질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지금 거쳐나가야 할 사막은 무엇인가?’,‘우리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우리나라가 반드시 거쳐야 할 사막은 우리 남한과 북한의 엇갈린 관계이고, 우리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모두가 행복을 누리며 사는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또 이 책을 통해서 북한과 남한은 남이 아닌 ‘우리’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가족을 사랑하듯, 북한에게 관심 갖고 사랑으로 대해줘야 한다는 사실 또한 깨달았습니다.

저는 이 책을 평소에 뉴스를 통해서 ‘북한’에 대한 소식을 자주 접하는 사람 혹은 한번이라도 북한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북한에 대한 소식을 전하는 뉴스들은 주로 ‘핵실험’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정말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받고 있는 북한주민들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이 책은 그 어려움을 깨뜨려 주고, 그들에게 관심을 갖게 합니다. 저 같은 경우도 늘 부정적이기만 했던 북한에 대한 생각의 고정관념이 이 책을 통해 깨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그저 감정의 변화만 느끼거나 문제에 대해 인식만하고 끝내지 말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다짐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이 책의 독자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제 곧 나라를 이끌어갈 우리 청소년들이 이 문제를 들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공동체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