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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행일 | 2015년 05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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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496쪽 | 602g | 128*188*30mm |
ISBN13 | 9788959139224 |
ISBN10 | 895913922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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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시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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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나는 평소 일본소설을 즐겨보는 편이다. 일본 소설은 장르에 상관없이 깊게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서 자꾸 손이 간다. 뿐만 아니라 장면의 치밀한 묘사 등 일본 소설에는 빠질 수밖에 없는 매력들이 너무나 많다. 소설 ‘나오미와 가나코’ 역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박진감 넘치는 소설이었다. 읽는 동안 책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무려 488페이지나 되는데도 말이다.
‘나오미와 가나코’의 저자인 ‘오쿠다 히데오’의 힘 역시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소설 ‘공중그네’로 우리나라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오쿠다 히데오는 현대사회에 대한 뾰족한 풍자로 일본 국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다. 나 역시 ‘오쿠다 히데오’의 대표작으로 '공중그네'를 뽑곤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나오미와 가나코’가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공중그네’를 읽으며 내가 상상한 오쿠다 히데오는 분명 밝고 유쾌한 사람이었는데 ‘나오미와 가나코’를 쓴 저자 오쿠다히데오는 정반대로 좀 어두운 느낌이었다.
소설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나코의 절친한 친구이자, 큐레이터를 꿈꾸지만 현실은 백화점 영업직원인 나오미는 화교에게 백화점의 명품시계를 설명하던 중 하나를 도난 맞는다. 나오미는 그 날 시계에 유독 눈독을 들였던 아케미 사장을 의심하게 되고, 그에게 찾아간다. 돌려받은 시계에 흠집이 생겼음을 알게 된 나오미는 변상을 요구하며 아케미 사장과 점차 가까워지게 된다. 한편 나오미는 가나코의 집에 우연히 들렀다가, 가나코의 남편이 그녀를 폭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가정폭력의 그늘 아래서 자란 나오미는 가나코의 남편 다쓰로를 증오하게 되고, 결국 가나코와 함께 그의 숨통을 끊는다. 살인을 하는데 가장 큰 조력자가 되어준 건 아케미 사장의 밑에 있던 불법체류자 린류키. 다쓰로와 똑같이 생긴 얼굴로 나오미와 가나코의 눈에 띈 그는 영문도 모른 채 그들에게 200만엔과 다쓰로의 여권을 받는다. 출국하는 대신 다시는 일본에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린류키는 곧 떠난다.
시간이 흐르고, 묻혀있던 사건은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다쓰로의 여동생 요코의 추궁과 의심의 눈초리 속에서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살아가던 가나코는 점차 대범해지기 시작하지만, 나오미와 가나코의 근처에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 린류키가 나타나며 사건은 패닉에 빠진다. 설상가상으로, 의심스러운 가나코의 뒤를 밟기 위해 흥신소 직원을 고용한 요코에 눈에 린류키와 나오미, 가나코가 같이 있는 모습이 포착된다. 그 때문에 경찰조사를 받게 된 가나코는 아케미 사장의 도움으로 다시 한 번 극적으로 탈출하게 되고, 즉시 나오미와 도망가기 위해 짐을 꾸려 새벽에 나온다. 그러나 이를 가만히 둘리 없는 그녀의 시동생 요코는 가나코의 집 앞에서 새벽부터 잠복을 하다 도망치는 그녀를 쫓는다.
그 후로 나오미와 가나코는 어떻게 되었을까? 작가는 마지막 부분을 상상에 맡겼다. 뒷내용이 궁금해서 후다닥 읽었는데 결말이 없어서 잠시 당황했지만, 글의 마지막을 나름대로 지어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내가 작가라면 어떻게 끝을 맺었을까. 나오미와 가나코가 경찰에게 붙잡혀 감옥에 수감되는 것으로 소설이 끝난다면 김이 새는 기분이 들 것 같고, 도피를 성공한다면 좀 후련할 것 같긴 한데 그를 살인한 것에 대한 죄책감과 후회는 반드시 있어야 할 것 같다. (후련하다고 표현한 것은, 리뷰에는 구구절절 써놓진 않았지만 다쓰로의 가정폭력이 정말 심각했기 때문이다. 같이 사는 아내에게 폭행을 한 것도 열 받는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그녀에게 다짜고짜 손을 올린 다쓰로는 정말 끔찍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살인이 정당화 될 이유는 전혀 없다.)
“나오미는 이런 때도 책임감이 강하네.”
“성격이지, 뭐.”
같이 쓴웃음을 지었다.
전화를 마치자 가나코의 내부에서 또 새로운 감정이 싹텄다. 설령 무슨 일이 있든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사람을 죽여놓고 할 수 있는 말은 아닐지 모르지만 자신의 존엄성만은 잃고 싶지 않았다. 죽음을 선택하지도 않을 것이다. 마지막 의지였다.
가나코는 그 자리에서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가나코의 심리상태가 전환되는 부분이자, 내가 이 소설을 읽으며 가장 소름 돋았던 부분이다. 그녀는 살인을 저질렀으면서 자신의 존엄성은 잃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무엇이 가나코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그녀를 괴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저 구절을 읽은 다음부터 생긴 의구심이다. 나오미 역시 마찬가지다. 나오미는 왜 그토록 가나코의 남편 다쓰로의 살인에 목을 멘 것일까? 걸핏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에게서 자라 그와 비슷한 다쓰로에게 내재되어있던 분노가 폭발했다고 봐야하는 것일까?
아무튼 확실한 건 이거다. 가정폭력은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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