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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3년 11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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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48쪽 | 585g | 147*210*30mm |
ISBN13 | 9788984371279 |
ISBN10 | 89843712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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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시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58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빅 픽처』한 권으로 더글라스 케네디 팬이 되었다. 그의 다음 작품을 읽어야지, 읽어야지, 마음만 먹다가 신작『파이브 데이즈』를 읽기 시작했다.
첫 장부터 반가움이 물씬 들었다. 왜냐하면.. 나 역시 영상의학과 기사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바로 번역에 대한 아쉬움이 들었다. 'Radiological technologist'를 직역한 것 같은데, 표준어가 '방사선사'이다. 조금만 더 역자(譯者)가 의료 쪽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파이브 데이즈』는 분명히 수미상관 구조라고 할 수 있는데, 첫 장은 MRI실이고, 마지막 장은 CT실이다. 그런데 '옮긴이의 말'을 보면 '소설의 첫 부분은 MRI촬영을 하는 로라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라고 적혀 있다. 역자의 오류인지, 작가의 오류인지 모르겠다. 사실 마지막 장에서 임신부(책에서는 '임산부'라고 적혀 있었으나, 임부 한 명을 지칭하는 단어이기에 '임신부'라고 해야 옳다.)에게 MRI촬영에서 요오드를 투여하는 것도 리얼리티가 심하게 떨어졌다. 요오드는 방사성 물질인데, 임신부에게 요오드를? 그렇다면 그녀는 악성종양이든 아니든, 병원의 의료 사고로 인해 아기를 낳을 수 없다. 사실 미국에서는 CT나 MRI촬영에서 조영제로 요오드를 사용하는지, 그것부터 의심이 가긴 하지만..
새로운 직업을 주인공으로 하는 것은 좋은데, 세심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사실 이러한 부분들로 인해 책에 대한 재미가 반감됐다. 더구나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끝나는 걸 두려워하며 읽는 소설!'이었던『빅 픽처』와도 거리가 먼 소설이긴 했다.
이 책은 '가면'과 '우연'으로 점철된 인생을 그리고 있다. 자신만의 '가면'으로 직장과 가정에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방사선사, 로라.. 그러나 그녀가 처한 상황이 드러나면 날수록 그녀 내면의 고통도 드러난다.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직장, 집이라는 좁은 행동 반경에서 살아온 그녀.. 그런 그녀가 영상의학과 학술대회 때문에, 모처럼 반경을 넓히게 된다. 그곳에서 그녀는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 남자에게 급속도로 빠져든다..
그래서.. 둘이 행복하게 잘 살았다, 라고 했다면,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리뷰 처음에 혹평 아닌 혹평을 하게 됐지만, 더글라스 케네디에 대한 내 애정은 여전하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한 내용을 너무 길게 늘어놓았다는 것이다. 81페이지의 '그 소설에는 불필요한 단어가 없다'라는 말이『파이브 데이즈』에서도 적용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가면'도, '우연'도, 강박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많이 사용됐다. 그럼에도 단순히 사랑 이야기가 아닌 인생 이야기라서 느끼는 바가 많았다. 특히 '선택'에 대한 이야기가 와 닿았는데,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라고 생각된다.
"수많은 우연들이 겹치면서 우리는 한 자리에 있게 되었어. 우리가 선택하지 않을 경우 우연은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가 선택해야만 우연은 비로소 인연으로 바뀌지. ..(중략)"
-p. 330
'선택'을 해야만 사랑도, 행복도 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로라 말대로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럼에도 마지막에 로라가 선택을 했듯 나 역시 선택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지루하긴 했지만, 이 책의 주제는 잊지 않으리라. 나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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