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아프니까 청춘이다" 류의 멘토가 젊은이들에게 조언하는 힐링 도서들이 유행했다. 이 책도 그 책들과 일견 비슷해보이지만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 문제에 대한 해답을 말씀에서 찾는다. 고통에 대해 임시방편적인 긍정이나 자기 위안으로 해결하지 않고 하나님의 도움에 의지하게 한다. 이를 통해 상황과 상관 없는 평안을 얻게 한다. 세속적인 힐링 도서들이 마음을 긍정적으로 고쳐먹고 행복하려고 스스로 노력하라고 말하는 지점과 차이가 있다.

열린교회에도 청년이 많다고 하는데, 이 책은 딱 30살 즈음에 있는 우리 세대가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장년 세대는 어떠려나, 삶의 '고통'은 죽을 때까지 끊임 없이 이어지므로 또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테다. 어쨌든 우리 세대가 가장 고민하는 큰 주제 두 가지, 직장과 결혼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고민이 있는지 대화를 나눈 기록을 정리한 책이라고 한다. 질문 하나 하나가 공감이 많이 되었다. 그리고 말씀에 기반한 답변이 참 명쾌했다. 쉽게 적용하고 실천하게 하기 위해 구체적인 주제를 잡으신 듯하다. 하지만 후기에서 직장이나 결혼과 전혀 상관 없이 보편적인 인간 삶의 고통에 대해서 이야기하시는 부분을 읽으려니 정작 하고 싶으셨던 이야기는 후기에 다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 문제에 있어서 소명을 특정 직업과 관련해 점지하듯 주시리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그 일을 일반은총 면에서의 소명이라고 생각하자. 내 삶을 오롯이 희생해서 기독교적 사역지에 바치는 것만을 소명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내 직장에 대해 불만스럽고 힘든 곳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나를 여기에 보내신 이유가 있겠지 생각하자. 하나님은 사회 전반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도록 도울 사람들을 부르셨다. 그게 소명이다.

"여러분들을 에워싸고 있는 삶의 상황들을 넉넉히 극복할 은혜의 세계가 내면에 견고하게 확립되도록 힘쓰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어느 날 하루아침에 순간의 열정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운동 선수들이 시합을 위하여 근육을 단련하듯, 매일 매일 오래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항상 기도에 힘쓰고, 매일 하나님의 말씀을 가까이하십시오. 자신의 영적 상태에 대해 자만하지 말고 어떤 경우에도 안심하지 마십시오...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를 그 모든 환경에서 이기게 하십니다. "무릇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마다 세상을 이기느니라. 세상을 이기는 승리는 이것이니 우리의 믿음이니라"(요일 5:4).

신앙을 위협하지 않는 착한 직장을 헤매는 대신, 신앙을 위협하는 그 어떤 요소와도 맞서 이길 수 있는 강한 하나님의 군사가 되고자 노력하십시오. 그것이 젊은 그리스도인에게 어울리는 태도입니다." 116-117쪽.

결혼에 있어서는 결혼에 대해 환상을 품거나 이상형을 너무 높게 잡지 말자. 결혼하는 순간 드라마틱하게 행복한 인생이 펼쳐지지 않는다. 부부가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맞추고 배워가려면 고통스러운 부분이 많을 듯하다. 사실 지금 기독교에서는 결혼하고 자녀를 낳는 것만을 권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가 그런 상황을 조심스러워하면서 독신의 은사도 있을 수 있고, 생각 없이 하는 결혼이나 결혼 못할까봐 아무나와 결혼하는 것도 꽤나 위험한 일임을 이야기하셔서 위안이 되었다. 아무렇게나 결혼하고 싶지 않은데 종종 기혼자분들이 가정을 이루어야만 잘사는 인생인 듯한 분위기를 조성할 때마다 불편한 측면이 있다. 물론 아직 가지 않은 길에 대해서는 마치 예비역 선배들이 "너 군대 가봤어? 모르면 입 다물고 있어."와 같은 태도를 취하실 때처럼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어쨌든 환상은 품지 않되 준비는 되어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요즘 앞으로 풀릴 나의 인생에 대해 실체를 알 수 없는 어렴풋한 불안감이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 내가 노력을 해서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불안해하기보다는 결과는 하나님께 맡기고 평안하게 기대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어느 곳에 나를 꽂으시든 하나님의 섭리와 계획 안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사랑하는 젊은 그리스도인들이여! 삶의 작은 국면들을 보면 모순도 보이고 불의가 승리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폭력이 사랑을 이기는 것 같기도 하고, 자본이 인권을 잠식하는 것 같기도 하고, 우리의 불순종이 하나님의 일을 그르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더 커다란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하나님께서는 결코 거기에 영향받지 않는 분이심을 알게 됩니다.

우리의 하나님께서는 모순처럼 보이는 모든 것들까지 사용하셔서 결국은 자기의 뜻을 이루어 가는 분이십니다. 그 신비와 오묘함을 이성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미 여러분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과거에 우리가 당한 불의와 어려움, 억울함, 정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듯 보였던 무수한 일들, 모두 대답 없이 흘러갔습니다. 왜 그런 불합리한 일들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우리에게 알려 주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런 것들을 마음에 품으면 상처밖에 남는 것이 없을 것이기에 우리도 흘려보냈을 뿐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것들까지 사용하셨습니다. 그것을 언제, 어떻게 얼마나 사용하셨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삶의 모든 것들을 해명하고 이성적인 답을 얻으려 하는 것은 잘하면 교만이 되고 잘못하면 상처가 될 뿐입니다...

인간들은 모순되게 행동하고 심지어 악까지 행하지만, 우리 하나님께서는 그러한 것들까지 사용하셔서 당신 자신의 뜻을 이루어 가는 분이십니다. 이것은 굉장히 어려운 신학적 문제이지만 신앙적으로는 명료하게 이해가 되는 사실입니다. 여러분의 삶을 돌아보십시오. 모순처럼 보이는 모든 것들이 오히려 우리에게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었던 적이 얼마나 많습니까?...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오류와 잘못, 불의 등 나쁜 것들까지 사용하셔서 당신의 계획과 뜻을 이루어 가십니다. 이것을 우리는 한마디로 하나님의 섭리하시는 주권이라고 말하는데, 시편 108편의 기자는 이 하나님의 주권을 의지하며 원수들이 에워싸고 고통을 주는 상황에서도 하나님께 마음을 정했습니다.

그런데 마음을 정하니 불안도 사라지고 걱정도 흐려졌습니다..."(책을 닫으며- 마음을 정하라!)

책 앞부터 뒤까지 모두 나에게 하시는 이야기인 것처럼 공감이 잘 되어 재미있게 읽었다. 공예배 시간에는 성경을 중심으로 설교하시는데, 이렇게 책을 통해 삶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으니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