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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4년 05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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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48쪽 | 453g | 140*210*30mm |
ISBN13 | 9788954624862 |
ISBN10 | 89546248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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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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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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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대성당」은 아내의 오랜 지인이 집을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시각장애인인 지인과 함께 거실에서 TV를 보던 ‘나’는 대성당이 무엇인지 설명하다가 곧 말문이 막힌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대성당이라고 해서 나한테는 뭐 특별한 게 아니거든요. 아무 의미도 없어요.”
그 말을 들은 지인은 ‘나’에게 두꺼운 종이 위에 대성당을 그리게 하고, 자기는 손으로 그림 위를 더듬는다. 그러자 그걸 보는 ‘나’의 내면에 변화가 찾아온다. 아무 의미도 없던 대성당이 새롭게 감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소설은 ‘나’가 눈을 감은 채 지인과 손을 맞잡고 함께 그림을 그리면서 뭔가를 깨닫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대성당」은 사물을 눈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서 그걸 완전히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을 독자에게 상기시킨다. 현상 너머에 보이지 않는 가치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리얼리스트의 대가라 불리는 레이먼드 카버는 인물들의 일상을 최대한 자세히 보여주며 ‘눈에 보이는 현상’ 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기승전결로 이어지는 뚜렷한 이야기 구성없이 시시콜콜한 대화나 장면이 이어지는 「깃털들」이나 「기차」 같은 작품에서 이러한 특징이 도드라진다. 여느 삶의 단면을 잘라서 펼쳐낸 듯한 작품은 픽션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카버는 왜 특별한 순간이 아닌, 지극히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을 자신의 문학으로 선택했을까? 카버가 그린 현상 너머에는 어떤 가치가 숨어있을까?
10대에 일찌감치 가정을 꾸린 카버는 소설을 쓰면서도 아내 메리앤과 함께 공장 잡부, 정원사, 병원 청소부 등 온갖 직업을 전전하며 가족을 부양해야 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는 유독 가족이나 부부가 자주 등장한다. 「보존」과 「굴레」는 실직한 남편 대신 경제적으로 가족을 떠받치는 아내가 등장하고, 「열」은 싱글파더가 베이비시터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비타민」에서 비타민 판매원인 페티는 꿈속에서도 비타민을 팔러 다니는 자신의 신세를 남편에게 한탄한다. “밤이고 낮이고 나는 비타민만 팔고 있어. 빌어먹을. 무슨 놈의 인생이 이래.”
살아간다는 게 이토록 고달프다 보니 현실에서 도피해 버리는 사람도 생긴다. 「셰프의 집」「신경써서」「내가 전화를 거는 곳」은 알코올중독인 남편과 아내의 관계를 다룬다. 알코올중독에 시달려 이혼까지 했던 카버 본인의 경험이 작품 곳곳에 묻어난다. 알코올중독자가 어떻게 가정을 망치는지, 그리고 그렇게 어긋난 부부 사이를 원래대로 되돌리기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카버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한다.
사소하고 지루한 점들로 이어진 하나의 선을 삶이라고 한다면, 집요하리만치 현실과 맞닿아있는 사실적인 카버의 작품은 선으로 이어지던 우리의 삶을 뚝 잘라 다시 점의 형태로 돌려놓는다. 독자는 고되고 지독한 누군가의 삶을 모조리 체험하는 한편, 현실과 한 발 떨어진 문학적 공간에서 본인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경험을 한다. 어째서 우리는 이토록 변변찮은 삶이라도 멈추지 않고 살아가야만 하는지를 번번이 되물어가면서 말이다.
원하지 않던 삶이 발아래 툭 하고 떨어지고 그것이 시궁창으로 처박힌다 해도, 삶에 품는 애정과 희망의 크기가 아주 얄팍하다 해도 우리는 쉽게 이 고통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 삶조차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우리 삶에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현상이 아닌 그 너머의 가치를 소중히 들여다보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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