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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07년 01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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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8쪽 | 406g | 크기확인중 |
ISBN13 | 9788957090930 |
ISBN10 | 8957090932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1월 30일
뉴욕타임즈 21세기 최고의 책 100대 도서 『파친코』, 『채식주의자』 선정
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1월 08일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2024년 08월 02일 ~ 2024년 11월 30일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22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배가 부르고 등이 따숩기 시작하면 한국인들은 가장 큰 행복이고 위안거리라고 생각하며 산다.
요즘도 길을 나가보면 무수한 맛집들과 철 따라 바뀌는 음식체인들의 변화에 난리들이 아니다.
먹고 마시고 놀고 하는 문화가 우리나라처럼 기하급수적인 곳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난리다.
무조건 누가 오면 고기와 술이 곁들여져야 하고 노래방에 가서 노래 한 곡조라도 불러야 잘들
놀았다고 생각하며 본전을 찾을 요량으로 뷔페나 패밀리 레스토랑은 주말엔 발 디딜틈이 없다.
이 시대에 법정 스님의 <오두막 편지>를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지 다시 생각해 본다.
법정 스님의 유언대로 책이 절판되지도 않았고 아직도 버젓이 대형 서점이나 인터넷에선 꾸준
하게 팔리고 있으니 법정스님이 강조한 무소유나 욕망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많이 들 밖에.... 우리는 늘 가난에 짓눌린 상태를 싫어하고 벗어나려고만 하기 때문에
참다운 자유를 누릴 수 없고 욕망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법정 스님은 누차 강조하신 것이다.
홀로 있으며 두 자루 촛불 아래서 책을 읽던 법정 스님의 삶은 청빈함 그 자체였다. 입적후에
사리마저 수습하지 말라던 유언은 빈말이 아니었다. 온전히 한 사람의 생애가 책과 일치하는
삶에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 우리나라 숱한 문학가들 중에 온전히 자신의 인생과 문학이 일치
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글은 번지르르한데 직접 만나보면 개차반인 작가들도 얼마나 많은가.
몇 달 전 조드 작가 같은 이가 그러했다. 내게 쪽지를 보내 격려하고 감사하더더니 정작 책이
출간되었을 때는 나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은 쏙 빼고 책을 돌렸다. 그래서 이번 100명 준다는
서평 이벤트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또 알고 보니 그 출판사는 나와는 악연인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인터넷이나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취합해 보니 작가 역시 문학과 삶이 별개라는 점을
듣고 알았다. 그러니 올바른 독서가 왜 필요한지 알 것 같았다. 깊이있게 파고드는 것이 참
중요한 것이다. 법정 스님은 종교를 떠나서 모든 이들에게 사표가 되는 분이시다. 하나라도
더 갖고 건지고 모으려는 세상 사람들에게 훈계하지 않고 저절로 깨달으라고 가르치신다.
<어느 오두막에서> 자연이 지나가는 것을 지켜 보며 차 한 잔을 마시고 수행하고 또 수행한다.
전기용품 하나를 들여 놓으면 그에 따라 들어오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일깨워 주셨던 법정
스님의 글은 그래서 더 와 닿는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아무리 가져도 채워지지 않고
더 많은 것을 탐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225페이지에 보면 교육 현실을 개탄하면 투신자살
을 감행하는 우리 청소년들 이야기도 언급되어 있다. 산 속 깊은 곳에 있어도 진리는 빛을
더하고 아무리 가난해도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산다면 품위있는 삶이 가능함을 강조한다.
2012년은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 좋은 일이건 궃은 일이건 우리가 겪는 것은 모두가 다
한때일 뿐이다.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은, 세월도 그렇고 인심도 그렇고 세상만사가 다
흘러가며 변한다." 인생이 한 때임을 찰나같은 순간임을 강조하시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죽고 한 줌 재가 된다. 그런데 예스24만 보더라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욕망에
매몰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이벤트를 통해 책을 나눠 주면 그 좋은 마음으로
끝내면 되는데 꼭 다시 무엇인가를 받으려고만 하는 사람들도 보았다. 그래서 나도 책을
보내야지 하다가 교류를 하지 않으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과도한 욕심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절제하는 방법, 자신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서 깊이 독자 스스로가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는 데 있기에 값진 책이다.
깊은 밤에 읽게 되는 책이 있다. 고요함을 배경 삼아 마음에 꾹꾹 눌러 담고 싶은 글. 법정 스님의 <오두막 편지>는 너무나 맑아, 읽는 사람의 마음까지 깨끗하게 해 주었다. 이미 알고 있는 단어에 소박함을 덧대었을 뿐인데, 단아하고 청아한 글이 나왔다. 글은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법. 그만큼 스님의 내면은 소박하고 맑음으로 채워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내면을 가진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숙연해 질 수밖에 없었다. 마치 내가 산골의 오두막에 거처하면서 자연의 평화로움과 소소한 일상을 마주하는 듯, 마음속에 기쁨이 묻어나는 것도 감출 수 없었다.
비슷한 시기에 <무소유>를 재독하고 <오두막 편지>를 읽어서인지 두 책의 분위기가 다르게 다가왔다. <무소유>는 오래 전에 쓴 글임에도 지금 읽어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만큼 칼칼했다. <무소유>를 읽는 동안 자세를 고치던 모습을 생각하면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오두막 편지>는 맑음이 넘쳐흘러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맑은 글을 읽고 있노라면 우리글을 이해하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게 느껴진다. 자연과 함께 생활하면서 써내는 글들은 자연만큼이나 풍부해 지는 법이다. 그런 풍부함 속에는 스님의 삶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한 사람의 내면을 이토록 진하게 드러내고, 그런 내면이 타인인 나에게 온전히 들어온 것이 얼마만인지 모를 정도였다.
스님은 '여기 모은 이 글들은 산골의 오두막에서 홀로 지내며 (중략) 내 삶의 뜨락을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듯 스스럼없이 열어보인 것이다.' 라고 말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스님의 오두막에 다가가는 나 또한 편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고, 스님의 생각에 나의 생각을 접목시켜 하나의 다른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 안에서 세상의 때에 찌든 내 모습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잠적해 있는 묵은 때를 조금씩 벗겨 나가는 느낌이 들어 읽기를 멈출 수 없었다. 나를 동떨어진 세계로 이끄는 것은 사실이나 언제든 꿈꿀 수 있는 곳으로 인도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 주변에 숲이 없고 산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가진 넉넉한 마음이 한줌 밖에 되질 않아 이런 마음을 못 품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삶의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 스스로 물으면서 탐구하는 그 과정에서 보다 값진 인생을 이룰 수 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 안에서 고마움과 기쁨을 찾아내어 누릴 줄을 알아야 한다." 란 말씀 안에서 내 스스로가 주어진 삶을 얼마나 팍팍하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글로 써서 많은 사람들에게 내보인다는 것은 어쩜 벌거벗고 대중 앞에 선 느낌인지도 모른다. 스님의 글을 읽으면서 내 자신을 향해 많은 말을 걸게 되면서도 글과 일치 된 스님의 삶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은 말로 얼마나 허세를 부리는지 모른다. 나만 해도 지킬 수 없는 약속, 과장된 언어, 타인이 단점을 나열하는 모습 속에서 부풀려 지는 말의 위력을 느끼곤 한다. 반대로 말의 좋은 면을 발견할 수 있음에도 안 좋은 면만 앞서 이용하는 내 모습이 참 부끄러웠다. 그러니 늘 말과 일치된 삶을 사시는 법정 스님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나를 추스르기 바빴다. 스님의 생각이 삶에서 당장 드러나지 않더라도 오래전에 쓴 글에서 훗날 지켜지는 모습을 보게 되는 그 짜릿함 속의 숙연함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스님은 <누구와 함께 자리를 같이하랴>에서 "내가 살 만큼 살다가 숨이 멎어 굳어지면 이 침상째로 옮겨다가 화장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라고 말씀하셨다. 실제로 스님이 입적하셨을 때 관도 없이 침상째로 옮겨지는 모습이 떠오르면서 말과 행동이 일치되는 것을 보며 스님에 대한 존경심은 늘어났다. 또한 이 책에서 <어느 독자의 편지>를 보며 편지를 보낸 고등학생의 독자와 답신을 보낸 법정 스님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곤 했는데, 스님이 오랫동안 장학금을 기부한 것의 시작이 이때가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 볼 수 있었다.
<오두막 편지>를 읽을 때 나는 무척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상실감에 몸부림치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나의 앞길이 막막해 모든 것이 무기력하고 슬펐다. 그때 내 손에 쥐어진 책이 <오두막 편지>였고, 먹먹해지는 마음을 맑음으로 채울 수 있었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 <오두막 편지>의 느낌을 남기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잘 견뎌온 것이 고맙게 느껴진다. 그때 책을 통해 힘을 얻지 않았다면 평안을 누리고 있는 현재의 나를 만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하면 아찔해진다. 스님의 삶과 생각이 곳곳에 묻어나 있는 진솔한 글은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어 주었다. 그 가운데서도 당시의 나의 마음을 울렸던 시가 특히 마음에 남는다.
아무리 어둡고 험난한 길이라도/나 이전에/누군가는 이 길을 지났을 것이고,/아무리 가파른 고갯길이라도/ 나 이전에/누군가는 이 길을 통과했을 것이다./아무도 걸어본 적이 없는/그런 길은 없다./어둡고 험난한 이 세월이/비슷한 여행을 하는/모든 사람들에게/도움과 위로를 줄 수 있기를.
-베드로시안의 <그런 길은 없다>
스님의 길은 베드로시안의 시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과 위로를 준다. 그런 위로와 도움이 필요하다면 생각과 행동이 일치된 삶을 살다간 스님의 글을 통해 용기를 얻기 바란다. 내가 그래왔고 그런 용기로 인해 현재의 나를 만들 수 있었듯, 많은 사람들이 스님의 글을 통해 새로운 힘을 얻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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