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머리에 <br/><br/>작은섬 싱가포르를 초일류 국가로 디자인하다 / 리콴유<br/><br/>작고 평범한 덩 씨, 이념의 수렁에서 중국을 구출하다 / 덩샤오핑<br/><br/>집념으로 이 땅에서 가난을 몰아내다 / 박정희<br/><br/>터키의 아버지, 천년 이슬람 국가의 체질을 바꾸다 / 케말 파샤 아타튀르크<br/><br/>맺는 글 <br/><br/>참고문헌

리콴유 : 작은 섬 싱가포르를 초일류 국가로 디자인하다

영국과 일본의 통치에서 갓 벗어난 동중국해의 작은 섬나라. 게다가 유일한 생존의 끈이라 믿었던 말레이시아 연방은 싱가포르를 외면했고, 갖가지 이해로 갈라진 집단들은 자고 나면 불법파업이요, 분쟁의 연속이었다. 이런 싱가포르를 불과 20여 년 만에 세계 최고의 일류국가로 만들어놓은 사람이 케임브리지 출신의 엘리트 정치인 리콴유이다. 그의 가혹한 법체계와 엘리트에 대한 집착은 때때로 도를 지나쳐 원성을 사기도 했지만, 초지일관 국익을 추구해온 리콴유의 리더십은 무려 32년 간이나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리콴유의 측근이 연루되어도 마찬가지였다. 1986년 리콴유의 최측근으로 국가개발부 장관을 맡고 있던 태 치앙완이 그 대표적 인물이다. CPIB 수사 결과 그가 과거 두 차례에 걸쳐 40만 싱가포르 달러를 뇌물로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2,400만 원 정도다. 한국에선 뉴스를 듣는 국민들도 코웃음을 칠 만큼 적은 돈이다. 기소된 태 치앙완은 총리를 직접 만나 억울함을 호소하고 누명을 벗겠다고 말했지만 리콴유는 그가 CPIB의 조사 대상자라는 이유로 면담을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본문 31쪽.

세계 각지에서 “히틀러보다 더 독하다.”며 리콴유에 대한 비난이 쏟아져 들어왔지만 그는 아예 한 걸음 더 나갔다. 버젓이 정부 차원에서 대졸 남녀 간의 교제를 성사시키는 국가 기구를 만든 것이다. (…) 엘리트 양성에 대한 리콴유의 집착은 그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대졸 여성이 세 자녀를 두면 이들 아이는 모두 일류 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특혜를 부여하는 정책이 마련되기도 했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보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타고난 두뇌가 더 중요하다는 리콴유의 본심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난 정책이다. ―본문 36쪽.

물론 리콴유가 영어를 공용어로 제정할 당시 민족 중심의 과거에 집착하는 토착 세력들이 가만 있지 않았다. 이들이 시도 때도 없이 반발하고 정부를 공격했지만 리콴유가 지치지 않고 그들을 설득한 결과 영어 공용화는 관철되었다. 만약 리콴유가 이 원칙에서 물러나 자신의 안위와 정치적인 입지만 살폈다면 초일류 국가 싱가포르의 꿈은 여전히 미완성인 상태로 머물렀을 것이다. 영어 공용화는 다국적 기업이나 세계 유수의 기업을 싱가포르에 유치하고 세계 물류, 항공의 허브로 도약하는 결정적 인프라가 되었다. ―본문 60쪽.

Leadership Mentoring
사람이 가장 큰 재산이다. (엘리트 양성)
청렴한 정부만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 (부패척결)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국가만 생존할 수 있다. (자주국방 체계 완성)
제3세계에서 제1세계로! (일류 국가의 길 개척)
정해진 원칙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지킨다. (강력한 법 체계 운용)
국가 이익, 정치의 시작이자 끝이다. (국익 제일의 실용주의 외교)


덩샤오핑 : 작고 평범한 덩 씨, 이념의 수렁에서 중국을 구출하다

키 150센티미터에 못생긴 외모를 가진 남자. 강력한 카리스마도, 완벽한 엘리트의 모습도, 선동가적 자질도 없었던 그는 소련마저 무너졌던 냉전 시대의 끝 무렵, 강력한 경제 개혁을 통해 중국을 회생시켰다. 치열한 권력투쟁과 문화혁명 등 온갖 정치적 부침을 감내하면서 터득한 지혜로 보수파와 개혁파의 갈등을 조정했고,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실용주의로 변화무쌍한 국제관계를 절묘하게 풀어나갔다. 죽은 뒤 시신을 해부용으로 기증했고 말년에 유언조차 남기지 않았을 만큼 청빈하게 살다간 사람. 21세기 경제대국 중국의 토대는 이 작고 평범한 남자 덩샤오핑이 남겨놓은 유일한 유산이었다.

이로써 사상 처음으로 ‘전’의 세력이 ‘홍’을 누르고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그것도 피비린내 나는 충돌 없이 정권 장악의 토대를 마련하게 되었다. 경험이나 포용력, 그리고 권력 장악 능력에서 덩은 이미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이 때문에 이해관계가 다르고 성격도 다른 다양한 세력이 덩이라는 이유만으로도 하나의 우산 아래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문화대혁명과 좌파의 교조주의적 정책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지식인들 그리고 ‘먹고사는 문제’만 해결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던 대중들의 뜨거운 지지까지 얹혀 덩의 권력 기초는 더욱 탄탄해졌다. ―본문 98~99쪽.

그 직후 종합적인 대책으로 나온 게 ‘중국식 사회주의’였다. ‘4대 기본 원칙을 견지하자’는 연설을 통해 공표된 덩의 중국식 사회주의는 얼핏 모순 덩어리였다. 정치에선 사회주의를 엄격히 유지하는 한편 경제에선 개혁과 개방을 더욱 과감히 추진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 경제발전이라는 지상과제를 밀고나가면서도 4대 기본원칙으로 정치 권력을 확실히 잡겠다는 덩샤오핑의 노회한 정치역량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급진적 민주화를 탄압해 보수파의 불만을 무마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경제개혁을 가속화하는 전략은 스스로의 정치생명과 중국의 미래를 동시에 견인하기 위해 덩이 꺼내든 비장의 카드였다. ―본문 104~105쪽.

텐안먼 사태를 극복한 후 덩샤오핑은 정치 세계를 떠날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중국의 개혁과 개방이 텐안먼 사태를 불러왔고 자신은 그들의 요구를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그럼에도 미래 중국을 위해 개혁과 개방은 계속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자신이 권력의 중심에서 완전히 발을 뺄 경우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도 있었다. 1992년 초 센젠 등 남부 지방을 순회하던 그는 ‘남순강화南巡講和’를 발표함으로서 경제 개혁과 개방을 통한 발전을 더욱 가속화하라는 메시지를 중국 지도부와 인민들에게 남겼다. 이는 틈만 나면 호시탐탐 시계를 되돌리려는 보수파에게 강력한 족쇄를 채우는 효과를 낳았다. -본문 120~121쪽

Leadership Mentoring
먹고사는 문제가 혁명보다 우선이다. (강력한 경제개혁 단행)
인생은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 같은 것. (3하3상의 오뚝이 인생)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 (철저한 실용주의 노선)
모든 분야에서 평범하지만 정치력은 최고였다. (인간관계와 조직력의 달인)
인생은 빈 손으로 왔다 빈 손으로 가는 것. (공수래공수거의 삶 실천)


박정희 : 집념으로 이 땅에서 가난을 몰아내다

식민지 시절 일본군 장교로 복무했으며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탈취한 박정희. 결함투성이인 박정희의 리더십이 국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고 사후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 와서 재평가되는 이유는 누가 뭐라 해도 경제개발을 성공시켰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박정희 시대가 이후 시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탁월한 성과를 남길 수 있었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놀랍게도 정책 결정의 전문성과 민주성이 그 비결이다. 그는 우수한 인재를 불러모아 국가사업에 복무하도록 독려했으며 이들을 앞세워 철저한 업적주의를 지향했다.

새마을운동에 대한 박정희의 애착이 어느 정도였는지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1974년 당시 새마을 연수에는 장관들도 빠질 수 없었다. 국정을 책임지는 사람들이라 일제히 자리를 비울 수 없어 그들은 두 차례로 나눠 새마을 연수원에 들어갔다. 8월 14일 첫 번째 팀이 새마을 연수를 받고 나왔다. 그런데 그 다음날인 광복절, 문세광의 총격으로 육영수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튿날 새벽 2시, 육영수의 시신 옆에서 오열하고 있던 박정희는 당시 국무총리 김종필이 들어오자 “김 총리! 나머지 국무위원들도 예정대로 새마을 교육 받으러 입소하는 거지?”라고 물어 곁에 있던 참모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본문 131쪽.

공학도 출신인 최형섭은 ‘권력에의 아부’라는 걸 할 줄 모르는 전형적인 강골이었다. 최형섭은 박정희와 같이 일했던 12년 동안 박정희의 지시를 대부분 반대하거나 무시했을 정도였다. (…) 최형섭의 회고에 의하면 박정희는 자신이 대통령의 말을 반대할 때마다 화를 내지도 않고 묵묵히 들었다고 한다. 최형섭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을 경우엔 며칠 동안 그 문제를 놓고 고민한 뒤“최 장관의 말이 맞으니 그대로 하라.”고 지시했다고도 한다. ―본문 141쪽.

박정희는 일본의 자본과 기술이 한국의 ‘가난 탈출’에 결정적인 처방이 될 것이라고 일찌감치 인식했다. 국민이 반일감정을 앞세워 아무리 반대해도 가난 탈출의 꿈을 이룰 수만 있다면 나중에 자신을 이해해줄 것으로 믿었다. 국교정상화가 이루어짐에 따라 한국 정부는 청구권, 경제협력협정에 따라 무상공여 3억 달러, 유상재정 차관 2억 달러를 각각 10년에 걸쳐 균등분할 제공받기로 했다. 나아가 양해사항으로 민간차관 3억 달러도 제공받는다는 조건을 얻어냈다. 이 같은 차관 제공 상황은 일반 플랜트 차관의 형식으로 당초 합의금액을 훨씬 상회한 액수였다. ―본문 160쪽.

Leadership Mentoring
지상과제! 가난의 사슬을 끊어라. (자주경제 달성)
우수한 두뇌를 국가사업에 끌어들여라. (정책 결정의 전문성과 민주성)
실현되지 않는 목표는 무의미하다. (불굴의 추진력)
국민이 다 반대해도 나라를 위해 필요하다면 한다. (국익에 대한 집념과 진정성)
외교는 보이지 않는 전쟁이다. (약소국의 이니셔티브를 활용한 실리 외교)


케말 파샤 아타튀르크: 터키의 아버지, 천년 이슬람 국가의 체질을 바꾸다

전장에서 다져진 리더십을 무기로 마침내 터키의 초대 대통령 자리에 오른 케말 파샤. 그는 유럽과 아시아의 변경에 선 국가를 새롭게 디자인하기 위해 천년 이슬람 전통을 과감하게 포기했다. 고유의 아랍 문자 대신 라틴 문자를 채용했으며 종교와 세속을 분리했다. 또 교육과 사법제도를 개혁해 터키를 유럽형 국가로 탈바꿈시켰다. 100년 뒤의 세계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예측하며 거기에 대비하는 정책을 펼친 그는 ‘변혁적 리더십’의 사표이자, 진정한 터키의 아버지(아타튀르크)라 할 만하다.

아무리 대체역사의 관점이 비과학적이라 하더라도 케말 파샤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현재와 같이 넓은 터키의 영토는 존재하지 않았다. 십중팔구 터키는 20세기 초반의 서구 제국주의에 의해 사분오열되었을 것이다. 설사 영토가 고스란히 유지되었다손 치더라도 ‘알리’만 있고 ‘케말’이 없는 터키는 지금의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처럼 되었을 공산이 매우 크다. -본문 195쪽

“모든 법은 국민생활의 기초로서 현실생활에서의 필요성에 의해 제정되어야 한다.”는 문구에 케말 파샤의 법정신이 표현되어 있다. 정권을 잡은 그는 종교에서 해방된 현대식 법체계를 서둘러 마련했다. 터키의 낡은 법은 모두 폐기되었고 1926년부터 1930년 사이 현대적인 법체계가 모두 정비되었다. 민법, 형법, 상법 등은 스위스, 이탈리아 그리고 독일법을 참고해 제정함으로써 유럽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현대적인 체계가 마련되었다. ―본문 200쪽.

쉬운 새 문자가 보급되면서 문맹률이 낮아졌고 문화와 교육 수준, 생활 패턴은 획기적으로 서구화됐다. 자신의 종교를 드러내는 방편이었던 의복도 편의에 맞게 혁신되었다. 터키 이슬람 남자들이 주로 쓰던 모자인 페즈도 유럽식 모자로 바뀌었으며 히잡 등 여성의 얼굴을 가리던 전통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또 일반 시민들도 성씨를 갖게 되었으며 이슬람 달력 대신 현대적인 서양 달력이 사용되었다. ―본문 206쪽.

Leadership Mentoring
“나는 명령한다, 조국을 위해 싸우다 죽자고….”(전장에서 다져진 조국애)
필요하다면 적의 지혜까지 내 것으로 만든다. (냉정하고 치밀한 현실주의 기조)
뼛속부터 언어까지 살기 위해서라면 다 바꾼다. (사상 초유의 강력한 국가 개조)
진정한 권력은 국민의 지지에서 나온다. (솔선수범의 리더십 창출)
모든 변혁적 리더십은 미래에 평가받는다. (100년 앞을 내다본 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