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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정판매
발행일 | 2008년 01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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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23쪽 | 327g | 크기확인중 |
ISBN13 | 9788933801581 |
ISBN10 | 8933801588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0월 1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뉴욕타임즈 21세기 최고의 책 100대 도서 『파친코』, 『채식주의자』 선정
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0월 01일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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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자기 성적으로는 도저히 고등학교를 진학할 수 없는 막말로 꼴통들만 모아놓았다는 학교에 잠시 임시직으로 있었던 친구는 "수업하는 것보다 등교 안 한 애들 잡으러 다니는 게 주요 업무야"라며 넌덜머리를 냈었다. 그때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는 '저렇게 사는 애들도 있구나'라며 무심코 넘기고 말았다. 어차피 나와는 상과없는 삶이고, 당최 관심조차 가지 않는 삶이었으므로, 한풀이하듯 자신의 일터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늘어놓는 한 친구의 푸념이겠거니 했으니 말이다.
그저 간접체험일 수밖에 없는 그들의 삶은 영화 <나쁜 영화>나 <노랑머리>, 임정연 소설집 <스끼다시 내 인생> 통해 매우 우울하고, 처절하고, 비참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특히 얼마 전 읽었던 <스끼다시 내 인생> 속의 각 단편들마다의 청소년들은 따뜻한 가정에서 애정을 받으며 희망찬 미래를 설계하는 이들이 아니고, 메인디시와는 거리가 먼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밑반찬 같은 인생들이 매우 잘 녹아져 있었다. 그런데 어제오늘 읽었던 <날라리 온 더 핑크>는 <스끼다시 내 인생> 속에서처럼 대학진학이니 미래니 하는 것들은 머릿속에 아예 없는 듯한 스끼다시 인생이면서, 속칭 날라리라 불리는 소녀들의 이야기면서도, 진중함이나 무거움, 인생의 열패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되기 보다는, 재미있다, 귀엽다, 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물론, 등장인물들이 코믹하게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이유가 있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있다는 데 나름 동조할 수 있었고, 고작 그만큼밖에 생각하지 못하고, 그만큼밖에 행동할 수밖에 없는 17살의 아이들이겠거니, 하는 생각에 동정심이 조금 들었다고나 할까.
17살의 정아는 어느 날 우연히 친구들과 등교길 버스 안에서 음담패설을 나누다, 학교 일진인 "대가리"에게 제대로 걸린다. "니년들이 그러게 잘나가?"라는 대가리(키는 작고 머리만 크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라지... 아무리 그래도 여자 별명이 대가리는 좀 글타. 얘도 18살의 나름 꿈있는 소녀일 텐데. 어쨌든!)의 말속에 "니년"들로 뭉치게 된, 아니 뭉칠 수밖에 없었던 다섯 소녀들의 질풍노도는 그렇게 시작된다.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아이들이 하루에 하나씩 불려나가 만신창이가 되도록 얻어 맞게 되고, 단지 맞는 것이 무섭고 두려워 칼을 준비했던 정아는 화장실로 끌려가 어설프게 칼을 내밀며 미친 듯이 소리만 질렀을 뿐인데, 진실은 소문을 타고 하염없이 왜곡된다. 그리고 소심하기 짝이 없고 친구 하나 없었던 정아는 드디어 학교 "짱"으로 등극한다.
그다음부터 시작되는 "짱"으로서의 후까시 세우기와, 머리 쓰는 일 따위는 관심없는 소녀들의 이성(사랑이라기보다는 섹스 쪽에 무게가 실렸다고 봐야겠지...)에 대한 호기심과 나름의 반항 어린 행동들로, 학창 시절 껌 좀 씹고 다리 좀 떨어본 날라리들이라면 당연히 해봤어야 할 "저지름"들을 단계단계, 차곡차곡 저질러 나간다.
개인적으로, 미성년들의 퇴폐적(?) 행위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중도보수파(?)인 나로선 이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곱게 보일 리 없지만, 그래도 꽤 귀엽게 느껴져 읽으면서 키득키득 웃기도 많이 웃었다. 반성문을 쓰는 게 계단을 청소하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어떤 체벌이 더 무거운 것인지를 가지고 심각하게 고민하다, 반성문을 쓰게 된 친구를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안쓰러워하기까지 한다. 복잡하고 머리 쓰는 게 싫어서, 독사라는 선생을 음해할 각종 방법을 모색하고도, 머리 쓰는 게 싫어서 몸으로 때울 수 있는 방법으로 대처하기로 각자 합의를 보기도 하고 말이다.
읽어야 할 텍스트의 분량이 그리 많은 장편소설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날라리 온 더 핑크>는 꽤나 쉽고 재미있게, 금방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그리고 날라리의 삶에 대해 꽤나 객관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듯하면서도, 열일곱이라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나름의 방법으로 헤쳐나가고 있는 "날라리"들에 대한 작가적 애정과 안타까움이 녹아져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유쾌하게 읽었으면서도 여운은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았다고나 할까. 뭐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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