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겪는 일들이 모두 행복하고 즐거운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힘든 일을 겪게 되면 우선은 일이 힘들기 때문에 힘들고, 나중에는 내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만 하는지 억울함에 힘듦이 더 배가된다. 그런 힘듦을 겪을 때마다 어떻게 해야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 늘 고민이다.

오랫동안 간절히 꿈꿔왔던 탐험을 떠나는 저자는 꿈을 실현했다는 그 벅찬 마음에 부푼 가슴을 안고 바다로 떠났다. 하지만 갑작스런 자연 재해로 모든 것을 버리고 작은 구명선과 침낭 그리고 노트와 펜, 칼 등등만 가지고 표류를 하게 된다. 구명선은 튜브를 겹쳐 놓은 듯한 딱 봐도 긴 시간 바다에서 지내기엔 적합치 않았다. 하지만 그런걸 따질 틈도 없었고 여유도 없다. 왜냐하면 이 이외의 선택은 없고 이제는 이것만을 의지하며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새삼 나에게 있어 끝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은 무엇이고, 그토록 애착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던 것들이 실은 나에게 그리 크게 자리잡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과 꼭 갖고 싶단 마음 때문에 실은 없어도 아무렇지 않을 것을 탐내고 있지는 않았는지, 또 그걸로 인해 스스로를 괴롭히진 않았나 생각해 보았다. 저자는 비록 자신의 의지보단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대부분의 물욕을 버리게 된 것이지만 그를 보며 결국 초극한 상황에서 남겨지는 것은 외부의 다른 것이 아닌 자기 자신임을 엿보았다.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표류를 하면서 잠 한 번 편히 잘 수 없고 물도 마음껏 마시지 못하고 먹고 싶은 것도 먹지 못한다. 본능이라 할 수 있는 수면욕, 식욕 등을 제어하는 일 때문에 저자는 참을 수 없는 상황까지 감정이 치닫지만 그때마다 자신을 타이르고 또 타이른다. 그리고 상상에 젖기도 하면서 어떻게든 이 상황을 좋은 쪽으로 헤쳐나가려고 한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이 어찌 다스린다고 마냥 다스려만 지겠는가? 특히 저자와 같은 상황이라면 극한으로 치닫는 고통 때문에 포기한다 해도 그 누가 함부로 뭐라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끊임없는 긍정과 낙천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고, 무엇이든지 될 수 있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배우며 자라났다. 그게 사실이라 믿고 싶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렇게 믿고 싶다.

- 스티븐 캘러핸, <표류> 122p

저 힘든 상황 속에서 한 없이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결국 이런 모습이 끝을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막막함 속에서도 견뎌낼 수 있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또 한편으론 죽고 싶은 것보단 살고 싶은 게 먼저니까 살려고 노력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결국 저자는 끝을 알 수 없는 두려움 속에서 매일 매일을 견뎌내며 구출된다. 구출 되기 까지 여러 번의 배를 만났고 상어의 공격으로 힘든 고비를 겪기도 했지만 드디어 긴긴 표류의 마침표를 찍고 육지에서의 삶을 되찾는다. 구출의 기회가 몇 번 있었지만 결국 그것도 인연이란 게 있는건가보다. 이렇게 나중에 구출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도 말고 때를 기다리라는 말이 이런 때 적용되는 것 같다.

저자가 겪었던 76일 간의 일을 보며 힘든 일에 처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큰 답을 얻은 것 같다. 처음엔 왜 이런 일이 나에게 벌어졌는지 억울하고 화도 난다. 게다가 이 힘든 일을 견뎌내기에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보잘것없다. 이렇게 계속 한다고 목표에 닿는 다는 보장도 없고 자칫하면 원하던 바와 다르게 끝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포기하기엔 이르고 마음 속에서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라고 소리친다. 때때로 너무 힘든 나머지 목표를 향한 마음을 갉아먹고 의심하게 한다. 그래서 포기하고 싶고 그만두고 싶지만 그럴수록 목표에 대한 마음을 다잡고 항상 도전해야 함을 나에게 일깨워 주었다. 그리고 무엇 보다 스스로의 욕망에 충실하고 솔직해야 행복할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그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듯이 나도 자연의 일부로써 해야 하는 극히 당연한 일이자 행복의 지름길임을 이제서야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알게 된 듯 하다.

험난한 표류를 통해 나는 생각보다 훨씬 강인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깨달음이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사실은 바다가 나의 숱한 약점과 절망들을 시험했다는 것이다.

- 스티븐 캘러핸, <표류> 344p

도전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 도전이란 늘 위기를 통해 우리를 혹독하게 시험한다. 동시에 위기는 우리에게 가장 큰 기회를 선사한다. 난관을 헤쳐 나가는 사람들은 무시무시한 고독과 막막한 불안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나는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몇 가지 간단한 진리를 마음에 새긴다. 사람은 스스로 자기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없지만, 그것이 형성되는 데는 영향을 줄 수 있다. 즉 자기 삶이 한 단계 더 발전하도록 노력을 해야 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몫은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그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스티븐 캘러핸, <표류> 347p

인간의 몫은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그친다는 이야기에서 큰 것을 느낀다. 그 동안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까지 내 맘대로 하려고 했다가 겪지 않아도 될 고민과 고통을 스스로 양산하고 있었다. 그것이 나의 문제들의 원인이었고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비로소 마음이 편해지고 나를 괴롭혔던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