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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6년 10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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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33.10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10.4만자, 약 3.3만 단어, A4 약 66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91185541433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18일 ~ 2024년 10월 18일
상시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10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이 책에 대한 얘기는 정말 많이 들었다. 저자는 오랜 기간 글로벌 금융회사 등에서 일한 엘리트 금융인이었고 별안간 갑자기 귀농을 결심하고 돼지를 키우기 시작했다.
사실 이 이야기 뼈대 자체에서는 별로 흥미로울 것이 없다. 직장생활의 말미 즈음에 귀농을 결심하여 내려가서 겪는 이야기들이 한 두개가 아니니 말이다. 대부분은 '자연이 좋아서', '도시를 떠나고 싶어서'같은 이유가 붙는다. 이런 이유가 붙으면 그 뒷 얘기는 볼일이 없어진다. 농촌과 자연에 대한 찬양이 이어지는데 그거야 낭만주의자들 입장이고 철저한 도시인으로 살아온 내 눈엔 폐쇄적인 시골 문화 등은 현대인이 살기에 좋지 않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는 재미있게도 43세의 아직 짱짱한 시기에 회사를 나왔다. 보통 43세면 이제껏 배운걸로 진짜 일을 한다고 평가하는 시점이다. 게다가 막연히 귀농에 대한 로망이 아니라 산업으로서의 희망은 농업에 있다고 보고 귀농을 결심했다. 그렇다면 흔해 빠진 귀농 수기들과는 얘기가 달라진다.
저자는 먹거리와 관련된 1차 산업에 미래가 있다 보았는데 기술이 변해도 사람들이 먹는 것을 멈추지는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뭐 그렇긴 한데 기술이 변함에 따라 1차 산업도 생산기술이 어마어마하게 발전해서 사실상 1차 산업은 기술산업의 성격을 띄는지라 이게 옳을까 라는 반문이 먼저 떠올랐다.
이에 대해 저자는 어떠한 방식으로 아이템을 선정했을까. 아이템 선정에 대한 4가지 기준을 내세웠는데 다음과 같다.
1. 안정적인 수요 기반
2. 낮은 수익변동성
3. 수입 시장 개방에 대비한 경쟁력
4. 높은 진입장벽
당연한 얘기지만 안정적인 수요는 정말 중요하다. 저자도 책에서 이야기 했지만 농산물 중에서 쌀은 사양산업이다. 밀가루와 다른 잡곡 소비가 늘면서 쌀 소비는 계속 줄고 있는데다 쌀은 딱히 파생상품이 많지 않다. 또한 과일도 쉽지 않다. 당장 제주 감귤의 경우도 오렌지와 자몽, 망고 등 수입과일의 수요가 늘면서 귤을 수입 과일로 대체했기에 인기가 예전같지 않다.
농축산물의 경우는 계절과 환경 요인에 따라 생산량이 급변한다. 그에 따라 가격도 크게 요동치기 쉬운데 그나마 수익변동성을 낮추려면 가격이 올라도 생산하기가 쉽지 않은 아이템을 골라야 한다. 저자는 그 예로 고추, 무, 배추 같은 경우 다른 작물로 전환이 쉬워서 생산 변동이 더더욱 극심하다고 이야기 한다. 한탕 치려는게 아닌 이상 당연히 수익 변동성은 낮고 안정적인게 좋다.
수입 시장에 대한 경쟁력은 농축산물에 있어선 반드시 고려 사항이다. 이미 농작물의 경우는 신선 농작물 정도가 아니면 사실상 경쟁력이 없다시피 한 수준이다. 소고기의 경우는 한우라는 상품 차별화가 있어서 그나마 수입품 대비 경쟁력이 있는 편이다. 물론 개인적으론 사람들이 한우를 수입 소고기와는 다른 차별화된 상품으로 인지하는 것은 마블링 위주로 고기를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마지막은 진입장벽이다. 사람들은 보통 어떤 사업을 시작할 때에 '내가 하기 쉬운 일'을 고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만고 불변의 진리가 '내가 하기에 쉬우면 남들도 하기 쉽다'이므로 진입장벽이 낮은 사업은 금방 포화되어 수익성이 급감하기 쉽다.
이 네가지는 사실 저자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개인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고려해야 할 요소다. 수입 시장에 대한 경쟁력은 결국 저가 업체의 진입 정도로 해서 진입장벽과 연결해서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다.
아무튼 저자가 이 모든 것을 고려한 결과 시설 원예, 버섯 재배 등 중에서 양돈업을 결정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유통기한이 짧은 편인 신선식품의 경우는 그걸 냉장운송해오고 통관까지 해서 들여놓는 것보다 도시 인근 농장에서 들여오는게 저렴하니 수입시장 대비 경쟁력이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저자의 말에 따르면 돼지고기는 다른 고기보다 유통기한이 짧고 수입 돼지고기는 냉장수송비용과 재고비용 때문에 주로 냉동으로 된다하니 이 부분에서 안전하다 할 수 있겠다. 수요 또한 국내 돼지수요가 증가 추세이며 최대 돼지 생산국인 옆나라 중국도 돼지고기 수입국으로 전환한 터라 수요는 안정적으로 증가가 예상되며 양돈 산업 특성상 아무데나 축사를 지을 수 없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고 한다.
다만 설명하지 않고 두리뭉실하게 넘어간 부분이 수익변동성이다. 내가 양돈업을 결정했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 한 것은 돼지고기의 가격 변동성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가축 대량사육의 특성상 몇년에 한 번씩 대량으로 전염병이 돌아 폐사되기 마련인 것으로 아는데 돼지는 생후 8개월부터 번식이 가능하고 임신기간도 비교적 짧은데다 한 번에 8마리 이상씩 새끼를 낳기 때문에 비교적 복구가 빠른 편이다. 수요는 늘 일정하기에 이러한 공급 변동이 가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런 시점 차이로 인해 돼지고기 가격은 언제나 널을 뛴다. 이걸 경제학적으로 설명한게 '거미집 이론'이다.
아마 그래서 수익변동성 부분을 다소 두리뭉실하게 넘어간게 아닐까 싶었다. 물론 수익변동성이 다소 크긴 하나 나머지 조건들이 워낙 양돈업이 유리했기 때문에 결정했을 수 있다. 원래 모든 조건을 다 만족하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 중에서 가장 나은걸 선택하는게 답 아니겠나.
그래서 저자는 이후에 조사를 통해 부채가 많지만 생산성은 높은 농장을 인수하는 것이 가장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물색에 나선다. 그래서 조건에 맞는 농장을 찾아 컨택을 하고 계약을 했는데 나중에 안 일이지만 장부상의 돼지 숫자와 실제 돼지 숫자간에 현격한 차이가 났으며 이 때문에 실제 농장의 생산성은 현격하게 떨어졌다. 즉, 주식으로 치자면 분식회계에 당한 셈이다. 저자도 처음에 계약을 할때 다소 불안한 부분이 있으나 다소 급한 마음에 계약을 하다보니 제대로 장부를 확인하지 못해 이런 실수를 저질렀다고 한다.
더군다나 농장에 투자한 자금으로 농장대표가 모돈(종자돼지)를 들였는데 이게 이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꺼번에 많은 돼지를 들였다고 한다. 한 시점에 몰리면 집단 감염에 노출되기 쉽고 돼지 출하시기에 돼지 가격이 폭락할 경우엔 손실을 입기가 쉽다. 그럼에도 농장 대표가 대량으로 모돈을 들인 건 다음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돼지의 질병은 제가 책임지고 관리하겠습니다. 그리고 지금같이 돼지고기 가격이 비쌀 때 출하를 많이 해야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잘 되면 과감한 결정이 되지만 실패하면 신음 소리도 못내는 무모함이다. 투자에선 보통 이런걸 '몰빵투자'라고 한다. 그리고 이 결정이 오판이었음이 얼마 되지 않아 드러난다.
"(전략)... 질병 감염으로 돼지들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그해 여름 유래 없는 폭염이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렸고, 급기야 부실한 농장 관리와 축사 환기 시설 미비로 몇백 마리의 어린 돼지들이 무더위로 쓰러졌다. 생산성은 급전직하 했다. 그나마 돈가가 고공행진을 한 덕분에 농장은 간신히 적자를 모면하는 상황에 몰렸다."
- pg. 68
그래서 결국 투자 조합의 대표였던 저자가 농장의 대표로 취임하여 앞길이 깜깜한 이 농장의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후에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인상적인 이야기를 하나 꼽아보자면 돼지고기의 차별화에 대한 시도였다.
생산성을 높이자면 1) 생산량을 늘리거나 2) 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하거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돼지고기 수요는 단기에 큰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생산을 늘리면 결국 가격이 하락하기에 생산성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남는 건 브랜드 강화와 제품 차별화를 통해 사람들이 더 비싼 돈을 내고서도 구매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한우는 소비자들에게 그 차별화가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돼지는? 돼지고기는 그냥 돼지고기일 뿐이다. 사람들에게 이렇게 인식이 박힌 것에는 한국의 돼지고기 식문화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래 전부터 가장 일반적인 외식이자 괜찮은 외식 축에 속했던 것이 고기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것이었다. 근데 이 한국의 가장 일반적인 외식업의 본질은 사실상 요식이 아닌 임대업이다. 고기집은 고기를 구울 테이블과 고기를 내어주고 고기와 같이 먹기 위한 자잘한 것들도 같이 내어준다. 그러면 여기를 방문한 사람은 나온 고기를 '직접' 불판에 구워서 먹는다.
이처럼 하나의 완성된 요리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방문자가 고기를 굽는 식에 의지하기에 고기를 굽는 사람의 실력이 뛰어나지 않는 이상 돼지고기의 맛을 제대로 느낄 경험을 할 일이 없다. 다들 너무 오래 구워서 딱딱해지다 못해 비스켓 처럼 되어버린 삼겹살을 씹으며 '고기를 먹고 있다'라는 정도의 인지만 하며 고기를 먹어본 적이 다들 있지 않는가. 게다가 보통은 이게 일상적인 경험이다.
가장 일반화된 고기를 먹는 외식이 사실은 임대업이고 그나마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조리하는 법을 모르기에 입에 털어넣는 고기는 좋은 고기든 나쁜 고기든 결과론 적으론 차이가 없어진다. 그렇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돼지고기의 차별성을 인지하지 않고 동일한 상품으로 평가하기에 '가장 싼 것'을 찾게 된다. 그나마 냉동과 생고기 정도는 차별화가 되어 있는데 문제는 이 양쪽의 차이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단적으로 돼지김치찌개의 경우에도 많은 가게들이 '생고기'를 쓴다고 내세우는 경우가 많은데 어차피 돼지김치찌개는 돼지비계와 함께 오래 끓여야 진한 맛이 나오기 때문에 냉동을 써도 상관이 없다. 생고기를 쓴다고 더 맛있어지고 냉동을 쓴다고 별로 맛없고가 아니란 얘기다.
반면 소의 경우는 굽기 전에 볼 수 있는 마블링이 매우 명확하며 소비자들은 이것으로 품질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상품의 진면모를 잘 모르고 어떻게 먹어야 할지도 잘 모르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보이는게 더 중요했고 한우는 이 점에서 돼지에 비해 우위를 갖추었기에 한우는 차별화된 상품으로 인지하나 차별화를 한국 소비자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또 그런 돼지고기를 찾지도 않는 이유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저자의 이런 차별화 시도는 더더욱 값지다고 할 수 있다. 도축에 표준화된 표준 사이즈인 115kg의 규격돈이 아닌 를 넘어선 도축도 해주지 않는 130kg까지 키운 암퇘지를 어떻게 어떻게 도축을 해서 시식회를 열고 공급처를 찾는 과정은 정말 대단한 이야기다.
이 책 [나는 돼지농장으로 출근한다]는 내가 근래에 읽은 책 중 가장 재미있는 책이었다. 이건 내가 관심있는 분야라 재미있었다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이 책의 이야기에 매료될 만큼 재미있다는 얘기다.
책을 읽고나니 농축산업은 체계화되고 기업화 되지 않는 이상 답이 없겠다는 원래 생각이 더 강화되었다.
이건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다. 아마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일단 농장에 투자하는 시점에서 차입금을 들였을테니 분식회계에 털린 시점에서 이미 망했을 것이다. 이건 저자가 갖춘 자본이 꽤 있었고 농업회사법인을 차리면서 투자자를 잘 모았던 덕분이다. 여기에서 흔들리는 농장 경영을 안정시키고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경영에 대한 지식과 경험, 데이터로 일해온 이력 등 저자의 능력과 경영 덕분이다. 즉, 이거 전문 경영이다.
또한 이렇게 경영을 안정화 시키고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은 금융계에서 몸 담는 동안 쌓아온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가 있었던 덕분이라 생각한다. 감히 말하건데 이 정도 자본에 이 정도 인적 네트워크를 쌓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당장 내가 이 책을 집어들고 읽기 전에 생각했던 것 중의 하나가 '결국에 수익성을 내려면 고기를 차별화 해야하고 그걸 유통해줄 유통망과 일반 돼지고기가 아닌 독자적인 브랜드를 갖춘 돼지고기로 인정해줄 매출처를 찾아야 하는데 이건 보통 인적 네트워크로는 어림도 없을거다'였다. 그래서 나는 저자분이 들인 시도와 노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이런 전문성을 갖춘 분들이 늘어나야 시장도 더 다양해지고 더 크게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이러한 노력과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또 재미있게 담겨있는 책이다. 책의 이야기와 사례를 통해 내가 사업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데에도 유용하다고 본다. 그리고 장담컨데 책이 정말 술술 넘어가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덧붙임.
이 책을 읽고나서 '무항생제 돼지'란게 얼마나 무리한 것인 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어차피 평생 항생제를 달고 다니는 현대인인데 그거 먹는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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