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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행일 | 2009년 03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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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32쪽 | 345g | 128*188*20mm |
ISBN13 | 9788979199123 |
ISBN10 | 8979199120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0월 1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뉴욕타임즈 21세기 최고의 책 100대 도서 『파친코』, 『채식주의자』 선정
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0월 01일
소진시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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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티
일본 작품들의 특징은 섬세함이다. 어떤 분야든 일본인들은 섬세하다. 문학 속에서도 그 특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오밀조밀하고 섬세한 글들. 야마모토 후미오의 단편들은 제법 독특하다. 특히 개인의 범죄라는 부분을 주제로 잡은 것이 인상적이다. 누구나 작은 죄들은 범하며 산다. 그것이 인생이다. 털어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말이 공직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우리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다. 야마모토의 소설은 거기에서 시작된다.
죄, 죄 중에서도 그리 대수롭지 않은 죄들, 예를 들면 빌린 것들을 아둔한 기억 때문에 되돌려주지 않았던 죄라든가 헤어진 애인의 자동응답 전화를 몰래 들어본다거나 그저 노상방뇨를 한다거나 하는 죄들, 그러한 사소한 죄들로부터 인생의 전개가 달라진다. 사소한 것들로 이루어진 것이 인생이기에 우리가 사소하다고 치부해 버리는 것들로 인해 인생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그렇다고 믿어왔다. 그러면 그 사소한 것들이 대수롭지 않은 죄들이라면 우리 인생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대수롭지 않은 경범죄들을 통해 작가는 인생을 삶을 사람을 이야기 한다. 아이와 남편을 버려두고 돈을 털어 유명 연예인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가출을 하는 엄마, 아이가 엄마를 찾아내고 그 이유를 물었을 때 비교적 엄마의 가출사유는 간단했다. 그 연예인은 따듯한 손으로 자기 손을 잡아준다는 것, 그렇다면 엄마의 가출이유는 한 번도 따듯한 마음으로 손잡아 주지 않았던 아빠의 무관심 때문이었던 것이다. 아빠의 무관심 속에서 상대적으로 따듯하게 느껴졌던 연예인과의 악수 한번이 가족을 버린 이유가 된 것이다. 사람들은 겨우 그런 이유 때문에 가족을 버리느냐고 타박 할 수도 있겠지만 어쩌랴! 인생이란 사소한 것들로 만들어진 사소한 문제로 이루어진 결정체인 것을.
책의 제목 글은 블랙티이지만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은 마지막에 배치된 물장사라는 글이다. 게이 바에서 접시닦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사회적으로 주입된 가치관을 파괴하고자 한다. 아이를 데리고 나올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 시댁에서 강제적으로 주입하고자 하는 생활방식을 버리고 과감하게 가출을 함으로써 그 자신에게 주입된 사회질서를 되돌아보고 진정 무엇을 위해 사는지에 대해 간접적으로 느끼기 시작한다. 맨 마지막 문장은 이 책의 백미이다. -산다는 것은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 그것은 단지 우리를 파괴하는 무언가 아주 거대한 것으로부터 계속 도망치는 일일 뿐이다. 일상을 유추해 뽑아낸 거대한 발견이다.
각각의 단편들이 비슷하지만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랜만에 접하는 일본 소설의 미덕이 여기저기 숨어 있는 책이기도 하다. 여름 감기라는 작품에서 나오는 감성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6년을 사귄 불륜 남을 향해 던지는 독백들이 깊은 울림으로 윙윙거린다. 감성어린 부분을 잘 표현한다. 오랜만에 만난 잘 만들어진 일본 소설이다. 두고 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책장에서 사장되는 책이 있는 반면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싶은 책이 있다. 이 책은 후자다. 그리 흔하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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