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우정

-『이상한 아저씨, 소크라테스를 만나다』 를 읽고-

내 친구 수본이에게

수본아! 내가 얼마 전 읽어본 이 책은 이야기가 색다르게 구성되어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어. 판타지와 아이들의 동심, 마지막으로 역사적인 인물과 인물을 둘러싼 가상의 상상력이 곁들여져 있는 아주 재밌는 책이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은 책인데 너도 분명히 좋아할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어때, 책 내용이 궁금하지 않아? 내가 이 책의 내용을 얘기해 줄게.

이 책의 주인공 미르는 공부도 하기 싫고 학교도 가기 싫어하는 아이야. 그래서 돈을 모아서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비행기 티켓을 샀어. 미르가 도착한 곳은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란 도시였는데 더 놀라운 건 위대한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눈앞에 떡하니 서있었던 거야. 미르는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으니 일단 소크라테스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게 되었지. 난 처음에 나이도, 국적도, 살았던 시대도 다른 두 사람이니까 서먹하고 말도 통하지 않아서 꽤 불편할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에 대해 많이 알게 되고 친해지게 된 거야. 솔직히 말하면 두 사람이 금방 친해지는 게 뜻밖이었어. 역시 마음이 통하면 얼마든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지 뭐야.

그다음 날부터 미르는 소크라테스 아저씨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 다녔지. 소크라테스 아저씨는 아고라 광장에 모인 아테네 시민들에게 강의를 했어. 특히 아테네의 청년들에게 훌륭한 시민이 되는 자세에 대해 헌신적인 강의를 했는데 그 이유는 아테네를 부유하고 강한 나라로 발전시키고 싶었기 때문이었지. 아테네 청년들은 그의 강론을 듣고 그와 토론을 하면서 소크라테스를 진심으로 믿고 존경했어. 나도 그런 소크라테스 아저씨가 점점 마음에 들었어. 지금 우리나라도 많은 국민들이 힘든 환경에 처해 있잖아. 이런 때에 우리 국민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앞날을 개척하는데 길잡이가 되어주는 좋은 지도자가 많으면 참 든든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어. 그래서 한편으로 아테네의 청년들이 살짝 부럽기도 하더라.

그런데 이 일이 소크라테스 아저씨에게는 불행을 몰고 온 거야. 소크라테스를 따르는 시민들이 많아질수록 소크라테스를 위험한 인물로 보는 정치 지도자들이 늘어났거든. 그래서 소크라테스를 제거하기 위해 청년들을 선동하여 반란을 일으키려 했다는 누명을 뒤집어 씌어 감옥에 가두고 재판을 열었어. 재판의 결과는 유죄였고, 그 결과 소크라테스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지고 말았어. 아! 아테네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려던 위대한 철학자 소크라테스에게 사형이라니! 나는 말문이 막혔어. 수본아! 어떻게 법이 이렇게 부당하게 집행될 수 있는지 나는 이해가 잘 안 돼. 그런데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아저씨의 친구가 소크라테스에게 탈옥하라고 권했지만 소크라테스는 그러지 않고 끝까지 법에 따른 처벌을 받겠다고 했어. 나는 너무 답답했어. 법은 죄를 지은 사람을 처벌하는 것인데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을 처벌하는 법을 과연 지켜야 하는 걸까? 수본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그런데 그 때 소크라테스가 말했어. 법은 그 사회 구성원들이 지킬 것을 약속한 것이니 만큼 자신에게 불리하든, 유리하든 판결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이야.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지키지 않으면 그 사회는 법질서가 무너져 혼란된 사회가 된다고 말했어. 그 순간 예전의 미국 사회에 존재했던 법 규정이 생각났어. 미국은 연방제 나라이기 때문에 주마다 법이 다르다는 사실을 너도 알고 있지? 당시 노예제도를 유지하는 남부 캔터키 주의 많은 흑인 노예들이 노예제도가 없던 인근 오하이오 주로 목숨을 걸고 탈출을 했다고 해. 많은 오하이오 주민들이 탈출해온 노예들을 구조하여 숨겨주고 보호했는데 그 숫자가 많아지자 캔터키 주와 관계가 나빠질 것을 걱정한 오하이오 주에서 ‘노예를 구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다고 하더군. 착한 일을 금지하는 법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때도 마음에 혼란을 느꼈던 게 생각이 났어. 이런 법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니 법이라는 게 꼭 올바르게 사는 사람을 편드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의문이 들어 마음이 심란해졌어. 그렇다면 과연 소크라테스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이 부분에 이르면 마음이 슬퍼져. 소크라테스는 결국 사형을 받고 목숨을 잃고 말아.

수본아!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때로는 재미있고, 신기하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꽤 진지하게 ‘법’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어. 그런데 진정한 우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면 넌 조금 생뚱맞다고 느낄까? 나는 소크라테스가 감옥에 갇혀 죽음을 기다릴 때 미르가 감옥으로 가서 소크라테스 곁을 지키려고 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아. 나는 진정한 친구라면 친구가 가장 위험에 처했을 때 함께 해주는 것이란 걸 미르를 통해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어. 마음이 찡하고 뭉클해졌어. 나에겐 이런 친구가 있을까? 많이 생각해 보게 되더라. 그런데 소크라테스 아저씨가 당장 미르의 나라로 돌아가라고 단호하게 말하지 뭐야. 중벌을 받고 죽음을 기다리는 자신의 곁에 있으면 미르도 위험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 아저씨의 속 깊은 배려였어. 나는 이 부분에서 눈시울이 빨갛게 됐어.

수본아!

내가 만약 소크라테스였다 해도 미르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 멀리 떠나라고 말했을 것 같다. 또, 미르의 입장이었더라도 당연히 소크라테스의 곁을 지켜주려고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기도 했고…….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이상하게도 자꾸 너가 떠올랐어. 많이 어울리진 않았지만 진지한 친구였던 너와 이 책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미르는 소크라테스를 만나 달라졌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 좋은 친구란 그런 거 아니겠니? 내가 만나서 좋은 사람은 내 친구에게도 소개해 주고픈 마음. 너라면 이런 내 마음 이미 눈치 챘을 거라고 생각해.

수본아! 어디서 아테네 행 비행기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니? 너도 아테네로 비행기를 타고 가 봐. 소크라테스를 만나는 행운을 만날지도 모르잖아.

그리고 수본아! 우리 앞으로도 좋은 친구하자~

2018. 8.14.

from. 현준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