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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21년 08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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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364쪽 | 526g | 145*210*22mm |
ISBN13 | 9788954610230 |
ISBN10 | 8954610234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0월 1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뉴욕타임즈 21세기 최고의 책 100대 도서 『파친코』, 『채식주의자』 선정
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0월 01일
소진시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9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아주 진실하고 적나라하며 고통스러운 저작들인 카프카의 책들은 건조한 아이러니와 감각적인 통찰력으로 가득하다. (...) 그의 모든 책들은 인간들 사이의 몰이해와 순진한 과오에 대한 공포를 서술하고 있다. "
- 밀레나 예젠스카, 《나로드니 리스티》1924.6.7일자 기사 中에서
말년의 연인이었던 밀레나가 카프카가 1924년 6월3일 사망하자 게재한 위의 추모글은 카프카의 작품, 특히 『소송』을 가장 명료하고 압축적으로 표현한 글처럼 여겨진다. 프랑스 문학사가인 '클로드 티에보'는 "(1)프라하 구시가지 (...) 좁은 세계안에 갇혀 살던 카프카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피할 수 없었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즉 자기 정체성에 대한 물음과의 끊임없는 투쟁이 카프카의 글쓰기일 수 밖에 없었다는 이해이다. 소설의 도입인 「체포」 장(章)은 바로 이러한 정체성 찾기의 반복적 투쟁을 보여주는 적나라한 장면이라 할 것이다.
매일의 일상적 정상성인 아침 8시면 가져오던 그르바흐 부인의 가정부가 "아침 식사를 가져다주곤 했는데 이날따라 오지 않"는다. 초인종을 울리자 낯선 사내가 불쑥 들어오고 누군가라 묻자 그의 질문을 무시하며 "이 친구가 아침 식사를 갖다 달라는 군"이라며 "그건 안되오"라고 거절한다. 이러한 정상성은 반복적으로 훼손당하고, 주인공 '요제프 K'는 회복을 위한 저항을 계속한다. 그루바흐 부인을 만나기위해 침실을 나가려하자 사내는 그제서야 "당신은 이곳을 떠날 수 없소. 당신은 체포된 거요"라는 법의 강제성을 통보한다.
아마 K의 아침식사를 감시원인 사내가 먹어치우는 장면은 정체성의 회복을 아예 차단하려는 기막힌 신화적 장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K는 이 부당한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해 자신의 신분증을 찾지만 허둥대며 출생증명서만을 간신히 찾아내고 체포영장의 제시를 요구한다. 답변은 "그게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오?"로 돌아온다. 이러한 법의 강제력과 이에 저항하는 K의 게임이 지속되며 분열되어가는 정체성의 혼란과 정립의 노력이 대립한다. 그의 정체성 확인 의식은 실패를 거듭하고 마침내 소심한 저항의 행위를 연출한다. 침대로 돌아와 저녁에 챙겨둔 사과를 한 입 깨문다(신의 금지를 깬 최초의 인간타락 행위). 독일의 독보적인 카프카 해석자인 '게르하르트 노이만'은 (2)자아 확인 문제가 난관에 봉착하자 즉흥극으로 신의 금지를 깨는 행위를 통해 법의 강제적 의식에 해방의식으로 맞서고 있는 장면이라 풀이하기도 한다.
K는 체포의 이유를 듣지 못한다. 당초에 이 작품은 고용주의 금고에서 돈을 훔치는 것으로 설정했었다가 어떤 범죄로도 요제프 K를 비난할 수 없도록 재설정함으로써 소설을 보다 탄탄하게 구성하였다고 카프카의 유언 집행자였던 친구 '막스 브로트'는 들려준다. K의 체포 이유가 이렇게 '이유없는 죄'의 세계를 형성함으로써 그 충격은 훨씬 커다란 혼돈과 고통의 충돌이 된다. 소설은 이제 자아 구성에 역행하는 과정으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어쩌면 이것이 이 작품의 독해법이 될 것이다.
(3)'막스 브로트'는 카프카가 이 작품의 도입부인 「체포」와 마지막장인 「종말」을 가장 먼저 썼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게르하르트 노이만'이 의식(儀式)전략과 연극전략의 끊임없는 상호 침투로 연명하는 삶의 유머술이라는 평을 설명 가능하게 한다. 「체포」에서 K는 밤 늦게 귀가한 '뷔르스트너'양을 상대로 아침의 심문이 가져온 분열된 정체성, 혹은 불안을 벗어나기위해 오로지 자기 책임하에 동일한 상황을 재연한다. 즉 제도적인 강제의식으로부터 자기 정체성의 회복을 위해 자유롭고 유쾌한 연극을 연출한다. 일종의 해방의식을 벌이는 것이다.
이러한 연극은 「종말」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표현되는데, K를 체포하러 온 연미복 차림에 실크 해트를 쓴 두 남자의 차림새와 건물 입구에서 먼저 들어가라며 예의를 차리는 인사치레 행위의 반복된 모습이나, K의 독백에서 "이런 한 물간 배우들을 내게 보냈군"이라든가, "어느 극단 소속이죠?"라고 묻는 장면이 그것이다. 결국 이들 연극 의식은 제도의식에 맞섬으로써 강제력을 무화시키려는 자기 공인의 정당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개 같다!"라며 "치욕은 그보다 오래 살아남을 것"이라는 참살의 장면과 같이 이들 모두가 실패한다. 실패 할 수 밖에 없음을 표현함으로써 성공한다는 게르하르트 노이만의 해석은 '해명 할 수 없는 신적 금지의 구조'를 쓰려한 작품이라는 측면에서 수긍케 된다.
이 소설을 이유없는 죄의 세계라는 종교적 혹은 법의 강제력이라는 해석만으로 모두 납득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산재해 있다. '법 앞에 문지기'의 우화를 말하는 「대성당」을 제외하면 카프카의 현실적 삶과의 연계성을 가지는 작가의 사적 경험이라는 "망가진 인생 경력을 표현"하려는 문학 형식이라는 측면에서의 접근이 요구되기도 한다. 아버지의 장식가게, 매부의 석면공장, 자신의 직업이었던 노동재해보험업무를 오가는 고된 일에 대한 압박과 결혼과 문학의 병행 가능성에 대한 회의에 시달리던 오랜 번민의 일상은 삶의 유기적 발전에 대한 실패의 전망과 무관하지 않다.
'펠리체 바우어'와의 약혼과 파혼을 거듭하는 불길한 방황, 특히 '아스카니 궁정(Hof;호텔)의 재판'이라 불리는 호텔에서 이뤄진 카프카에 대한 약혼 파기에 대한 성토의 일화는 세탁장과 연결된 법원, 화가의 건물 다락방에 붙은 법원 사무실처럼 카프카의 패소를 상기케 하기도 하며, 규정할 수 없는 법과 법원이기도 하며, 퀴퀴한 부패의 냄새가 진동하는 관료제도의 비유이기도 하다. 호텔이 심판의 법정으로 둔갑했던 현실은 소설에 그렇게 흘러들어 하나의 기이한 비유담이 되어 풍부한 해석의 틀을 만들어 낸다.
경력의 실패라는 해석의 측면에서 소설은 직업적 실패와 성적 실패를 재연한다. 성적 실패 또한 카프카와 펠리체 바우어와의 실패를 외면할 수 없다. 하나의 장면으로서 삼촌 카를과 찾아간 변호사의 집에서 K는 가정부인 레니와 쾌락을 나눈다. 삼촌은 변호사와의 상담을 외면하고 변호사의 정부인 레니와 놀아난 K를 "몇 시간이나 나타나질 않았어. 구실도 대지 않고 숨기지도 않고"라며 소송과 관련하여 가장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을 도외시했음을 나무란다. 이처럼 소송에 대응하는, 즉 무죄를 인정 받으려는 의도와는 거리가 먼 장면은 도입부에서 뷔르스트너양의 "온 얼굴에 키스를 퍼부으며 목마른 짐승이 마침내 찾아낸 샘물을 혀로 핥는" 형상이나. 법원 정리의 아내를 탐하려다 예심판사의 조수인 대학생에게 여자를 빼앗기는 장면들이다.
K는 성의 실패. 직업의 은행 업무 대리인으로서도 점점 자신의 입지가 줄어듦을 감지한다. 이러한 일련의 경력과 성의 실패는 방향 설정의 충격적 실패의 필연적 도래로 이어진다. 소설은 도처에 이 실패를 상징하는 장면들로 포진되어 있다. 레니의 물갈퀴 달린 손, 법원 예심판사의 초상화를 그리며 일종의 브로커인 화가의 상담 후에 떠맡는 '늪지 풍경을 그린' 한꾸러미의 먼지 쓴 그림들은 K의 현실,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제자리 걸음만을 하는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소설의 등장 인물들은 사실 K의 소송과 관련하여 손에 잡을 수 있는 어떠한 것도 기여하지 못한다.
이 작품을 해석하는 중대 축의 하나인 「대성당」장에 등장하는 사제의 '법의 문 앞에서'라는 '문지기 전설'논쟁은 기실 타당한 진리란 존재하긴 하는건가?라는 표현할 수 없으며 이해할 수 없는 아포리아(Aporia)일 뿐으로 여겨진다. 결국 규정 불가능하며 해석할 수 없으며 손에 잡을 수 없는 법(法)의 특징을 K는 이해하지 못한다. 이것이 곧 '요제프 K'의 죄라 암시하는 것 아닐까? 이러한 관점에서 사실 소설의 각 장들은 자기 변명의 구조만이 K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이야기들의 열거라 할 수 있다.
아무런 구원도, 아무런 메시지도 전하지 않는 이야기와 법의 결합체로 표현 할 수 없는 인류사 기술(記述)의 실패에 대한 성공적 표현으로서. 아마 이 작품이 당혹스러운 이유는 일상적 삶을 에워싼 익숙한 규율과 정의의 시각에 거의 알레고리적으로 조명되는 장면에 균열이 발생하여 예상과 다른 상황의 전개가 주는 전복성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의식전략과 연극전략을 고의적으로 충돌시켜 서사를 소멸시키는 유희와 즉흥성은 미적 고양과 지적 사유를 상승시켜 미묘한 감응에 젖어들게 한다. 세계의 투명한 파악 탓에 감당할 수 없게 된 한 인간의 고독한 사투가 죽음으로 귀결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지 않았을까?
註: 참고도서(인용 문장 출처)
(1)『카프카: 변신의 고통』, 크로드 티에보 著, 2012.2, 시공사 刊
(2)『실패한 시작과 열린 결말/프란츠 카프카의 시적 인류학』, 게르하르트 노이만著, 2017.10. 에디투스 刊
(3)『나의 카프카』, 막스 브로트 著, 2018.3, 출판사 솔 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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