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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0년 06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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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8쪽 | 501g | 148*210*30mm |
ISBN13 | 9788954611473 |
ISBN10 | 89546114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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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시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26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권정생 선생님은 읽고 좀 불편한 느낌을 주는 책이 좋은 책이라 하셨다는데 조금 바꾸자면 독자가 스스로 질문을 하게 책이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김은국의 『순교자』는 참 좋은 책이다. 신은 자기 백성들이 당하고 있는 고난을 알고 있는가, 진실은 꼭 드러내야 하는가, 진리는 누구에게나 보편타당한 진리인가, 인간이 당하는 고통은 의미가 있는가 같은 근본 질문을 계속 해대게 하기 때문이다.
시간 배경은 한국 전쟁, 공간 배경은 평양이다. 1950년 11월, 화자 이 대위는 육군본부 정보처 평양 파견대의 장 대령에게 배속된다. 임무는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에 집단으로 처형당한 목사들의 사건을 조사하는 것이다. 정보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열네 명의 목사들이 공산군 비밀경찰에 체포되었고 그 중 열두 명이 처형당했다. 그런데 공산군 비밀경찰에게 잡혀 투옥됐던 목사 두 명이 평양에 살아 있다.
이에 대해 장 대령은 열두 목사들을 성스러운 순교자로 규정하고 이 사건을 정치 선전 도구로 이용하려 한다. 육군 정보당국이 ‘관심을 두는 건 빨갱이들이 기독교인들을 어떻게 대우했나에 관한 증거 수집’이라며 ‘열두 명의 목사 사건은 그들 가운데 몇몇 허약한 사람들이 있었다고 해서 그냥 가볍게 넘겨버릴 사건이 아니’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열두 명의 목사가 ‘빨갱이들 손에 죽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이 대위는 진실이 추악하고 고통스러울지라도 진실 그대로 밝혀야 한다고 장 대령에게 맞선다.
사건의 진실을 움켜쥐고 있는 신 목사의 생각은 또 다르다. 신 목사는 공산군 비밀경찰에 체포되었다가 살아난 목사 두 명 중의 한 명이다. 다른 한 명은 28세의 젊은 한 목사. 한 목사는 목사들이 고문당하고 처형되는 모습을 보고 미쳐버려 처형되지 않았다가 끝내 “하나님……없어……하나님……없어……”를 뇌까리며 죽어간다. 젊은 목사가 감당하기에는 충격이 너무 컸던 것이리라. 신 목사 또한 신을 확신하지 않지만 대처 방법은 사뭇 다르다.
신 목사의 대처 방법은 자신이 십자가를 지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죽은 목사들의 처형 현장에 자기는 없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죽은 목사들이 모두 거룩한 순교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자신이 다른 목사들을 배반했노라고 거짓 증언을 한다. 자신이 거짓말쟁이가 되고 배반자가 됨으로써 처형당한 목사 열두 명의 명예를 지킬 뿐만 아니라 일반 신자들의 믿음을 지켜준다. 아울러 진정한 사목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다.
“나는 그들 곁에 있어야 합니다. 아무도 그래 줄 사람이 없다면 나만이라도 남아서 하나님이 그들을 돌보고 있고 나도 그들을 볼보고 있다고 믿게 해야 합니다. 잘 가시오, 대위.”
나는 그의 엄숙한 시선에 굴복했다.
“인간을 사랑하시오, 대위. 그들을 사랑해주시오! 용기를 갖고 십자가를 지시오. 절망과 싸우고 인간을 사랑하고 이 유한한 인간을 동정해줄 용기를 가지시오.” (283쪽 발췌)
평양에서 퇴각하기로 결정이 된 상태에서 이 대위가 신 목사를 남녘으로 가자고 권유할 때 신 목사가 대답한 말이다. 온 나라가 전쟁을 하고 있는 땅에서 피난을 갈 수 없는 사람들 곁에서 있겠다고 한다. 돈도, 먹을 것도, 아무 희망도 약속도 없는 사람들 곁에서 함께하겠다고 한다. 신을 가진 사람들에게 비록 거짓된 희망일지라도 희망을 주며 자신은 그들과 운명을 같이 하겠다고 한다. ‘인간이 희망을 잃을 때 어떻게 동물이 되는지’ 이미 본 사람의 선택이기에 그 결정이 설득력이 있고 신과 진리를 질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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