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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0년 11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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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8쪽 | 544g | 150*218*30mm |
ISBN13 | 9788996430520 |
ISBN10 | 8996430528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1월 30일
2024 노벨 경제학상 대런 아세모글루 사이먼 존슨 제임스 A. 로빈슨
2024년 10월 15일 ~ 2024년 11월 15일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77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웰컴 투 동막골>에서, 인민군 리수화는 동막골의 노촌장에게 의아해하며 묻는다.
"큰소리 한번 내지 않는 위대한 영도력의 비밀이 뭡네까?"
"뭐를 마~이 멕예야지 뭐."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사는 곳 어디서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온갖 방법들이 시도되었다.
혼자만 잘 먹는 것에서 → 다함께 잘 먹는 것으로,
다함께 잘 먹기 위해서는 전체 자원을 어떻게 나누고 운용하는가 하는 것이 대략의 내용이었다.
마찬가지로 경제·정치 모델에서는
골고루 나누는 것에 더 신경 쓰자는 쪽을 '진보-개혁-좌파'의 입장,
키우고 유지하는 것에 우선 집중하자는 쪽을 '수구-보수-우파'의 입장이라고 대략 정의내려 왔다.
◆ 무엇을 묻고 무엇을 대답했나
<진보집권플랜>에서 오연호-조국 듀엣이 대화를 통해 짚어내는 현실적 문제는 시의 적절하고,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대체로 명확하다.
책은 크게 6개의 마당으로 2010년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하고 있는 사회 정치적 현실을 되짚어본다.
(1) 성찰 : 왜 진보가 집권해야 하는가
(2) 사회·경제 민주화 : 특권과 불공정의 시대를 넘어
(3) 교육 : 청년들의 미래에 투자하라
(4) 남북문제 : 그래, 통일이 밥 먹여준다
(5) 권력 : '괴물' 검찰 어떻게 바꿀 것인가
(6) 사람 : 잔치는 다시 시작이다
'진보·개혁'이라는 시각을 통해
과거 반성 + 현재 분석 +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본 것이다.
책 제목에서부터 정치적 입장이 뚜렷하니 어쩌면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이 남자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다음과 같은 주제들이 과연 정치적 편향에서만 비롯된 것이겠는가?
책을 읽으면 지난 3년, 나아가 지난 10년 동안 대한민국을 관통했던 주요한 이슈들을
재빨리 훑어보며 쟁점이 되어왔던 부분들을 간략히 정리해볼 수 있다.
여러 가지 주제를 일반인들이 정리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면서도 중요한 대목을 놓치지 않는다.
멋있는 용어나 개념을 내세워 그걸 잘 모르면 무슨 소리인지 선뜻 감이 잡히지 않는다거나,
읽는 사람이 자신의 교양수준을 자책하게 만드는 현학적인 표현도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
시사주간지 정도의 난이도에 토크쇼 수준의 재치, 거기에 지식인으로서의 문제 분석이 곁들여져 있다.
지극히 상식적인 문제 제기이고, 그에 대한 논의 또한 대체로 고루하지 않다.
대화속에 인용되는 책이나 시, 노래, 영화 이야기들은 그 내용에 말랑한 온기를 더해준다.
◆ 어떻게 하자는 소리일까?
나름대로 정리해본 이 책의 논리 전개 구조는 다음과 같다.
(1) 역시 "뭐를 마~이 멕여야 한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밥의 문제', 복지 정책.
먹고 자고 입고, 보육과 교육, 일자리, 주택, 건강에 대한 문제 해결은 필수적이다.
대중의 관심이 정치 영역에서→ 경제 영역, 생활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무상급식, 준 무상의료와 같은 구체적인 '생활경제' 어젠다를 찾고,
제대로 된 '대안 경제모델'을 제시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2) 그러기 위해, 정치권에서는 진보·개혁 진영의 '연대'를
20대, 30대, 40대들에게는 '정치'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다.
현실적으로 힘겨운 '정당 통합' 보다는, 소통합과 상설협의체 등의 협의기구를 통해
'하나로 합치지 말고 하나인 것처럼 연대하자'는 제안이다. 동시에
무관심한 20대, 분노하는 30대, 이중적인 40대들에게는 정치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3) 그래서 정치권과 시민들이 함께 '판을 바꾸고 인물을 키워보자'고 이야기한다.
여기에는 '드림팀'과 같이 새로운 판에 대해 함께 구상하고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의 '놀이터'가 제시된다. 앞으로 더 생각하며 키워나가야 할 영역이다.
(4) 그렇게 해서 바꿔야 할 것은 바로 '제도'이다.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어떤 정의도 철학도 근사한 담론들도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
현실 생활에서 효력을 발휘하고, '마~이 멕일 수 있는' 살맛 나는 세상으로 이끌어 주는
실질적인 장치는 '제도'와 그것에 기반을 둔 '사회구조'.
(5) 그리고, '제도'를 바꿀 수 있는 것은 결국 '정치'이다.
정치를 위한 정치가 아니라, 대다수 시민을 위해 '제대로 잘 하는' 정치.
오연호 : 우리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제도는 정치인들이 바꾸는데, 우리 사회는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정치인이 만든 틀 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데, 시민들이 그들에 대한 견제와 압박을 게을리 하고 나아가 그들을 냉소적으로만 바라보고 있으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이 보는 셈이겠죠. 조국 : 현재 대중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일자리, 교육, 주택 문제 등을 제대로 해결하려면, 즉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성취하려면 정치가 제대로 서야 합니다. 제도를 바꿔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물론 아래로부터 운동이 일어나고 대중의 의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마지막 '꼭지'는 정치가 따줘야 합니다. 어떠한 법과 제도를 만드는가는 정치인이 결정합니다. (중략) 그렇다면 정치인들에게 그저 맡겨두면 될까요? 물론 아닙니다. 시민들이 풀뿌리 수준에서, 그리고 각자의 영역에서 참여의식을 가지고 뛰어들지 않으면 정치인은 자신과 자기 정당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게 됩니다. 정치인 개인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렇게 구조화되어 있다는 거죠. 정치권 바깥에서 정치인과 정당에게 압박을 가해야 합니다. -p.38~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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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시못할 정치의 힘, 그래서 집권이 필요한 건가
개인적으로 와닿은 이 책의 미덕은 크게 3가지였다.
첫째, 지난 몇 년 동안의 사회적 이슈들을 적절한 난이도로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
둘째, 솔직히 '무시'해왔던 '정치'의 중요성을 새삼 달리 인식하게 된다는 것.
셋째, 어떤 식으로든 이 내용을 계기로 다른 논의들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두 사람의 분석이나 제안에는 다른 의견들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아마 자칭 '진보·개혁·좌파'라는 사람들이 더 그럴 것이다. ㅎㅎ;
그 재능을 나누고 쪼개는 쪽으로 쓰기 보다는, 통합하고 연대하는 쪽으로 집중하면 어떨런지.
구체적인 정책을 만들고 일반 시민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쪽으로도 말이다.
정치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는 최근에 책으로 접한 것만도 여러 차례 되었던 것 같다.
조지 오웰부터 조국-오연호에 이르기까지
"정치에 무관심한 것도 정치적 행위" 라는 똑같은 요지의 멘트를 날리지 않나,
미셸 푸코는 대놓고 "젠장, 어째서 당신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거요?" 라고 하지를 않나...
오연호-조국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는 그 당위성이 차근차근 접수되는 느낌이다.
'제도'로 만들어야 변화가 일어날 수 있고, 그 제도를 만드는 것은 결국 '정치'라는 이야기.
워낙에 '철학'도 없고 '정의'나 '도덕성'은 찾아보기 힘든 '그들만의 정치'를 목격하고 있는지라
그럴싸한 정치철학과 정의론, 투철한 윤리의식 같은 것이 먼저 그리워지는 현실이지만,
일단은 씹어대고 무시해왔던 '정치'와 '정치인'에 대해 그들의 역할을 새롭게 인식하고
간편한 손가락질 보다는 가능한 방법을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 내게 일어난 분명한 변화이다.
조국 :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것은 권력혐오증에서 벗어나자는 것입니다. 막스 베버Max Weber는 "정치인은 악마적 힘과 손잡는 사람"이라고 갈파한 바 있어요. 정치권력은 다름 아니라 악마적 힘입니다. 이 힘과 손을 잘못 잡으면 악마에게 내가 넘어가죠. 이 힘을 포기하면 반대 정파가 이 힘을 사용하여 나를 억누르죠. 그러나 그 힘을 정확히 사용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능력이 정치인에게는 필요한 겁니다.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에 능한 것을 넘어, 그 권력을 잡았을 때 이를 잘 다루어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거죠. 진보·개혁 진영의 사람들은 권력 행사를 혐오하는 경향을 버려야 하며, 권력을 유능하게 행사하는 기술을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p.253~254 | ||
◆ 어떻게 골고루 마~이 멕일까?
무상급식에서 촉발된 '복지' 논쟁은 이 책의 출간을 전후로 진보/수구 모두의 핵심 이슈가 되었다.
그동안 인상깊은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던 진보·개혁 정당은 책 내용 그대로
무상급식에 이어 의료 등 다른 분야로까지 '보편적' 복지 간판을 계속 밀어부칠 기세이고,
부자 감세, 소외계층 지원 삭감 등 기득권 배불리기만 '선택적'으로 세심하게 배려하면서
복지 이슈를 싸잡아 '포퓰리즘'이라 평가절하했던 수구·보수 정당은 뒤늦게 눈치를 살피면서
역시 '선택적'으로 수정된 복지 정책을 원래 자신들의 것이었던 양 들고 나타나는 모양새다.
조국 : 그리고 진보·개혁 진영이 주의할 것은 복지가 진보·개혁 진영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과거 비스마르크와 드골이 독일과 프랑스에서 복지국가의 기초를 놓았고, 골수 신자유주의 정당이던 스웨덴 보수당도 전격적으로 복지국가를 수용하며 집권했죠. 복지국가 모델은 사회민주주의의 비전과 투쟁의 산물이었지만, 이후 보수 진영도 이를 채택, 활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어떤 정책이건 먼저 주장했다고 해서 그 과실果實이 자기에게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예를 보더라도 무상급식 정책의 원조는 민주노동당이었지만,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그 과실은 민주당이 대거 가져갔죠. -p.2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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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복지'의 중요성을 알게 된 이 시점에서 진보/수구/개혁/보수의 아웅다웅 편 가르기에 의해
시민들의 소중한 삶의 질이 정치적 소모품이 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정치와 제도를 통하지 않고서는 복지국가를 이룰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염두에 두면,
이제는 '5세' 훈이식 치졸한 광고보다는 구체적인 정책 논쟁을 통해 미래 세대를 책임지려는
발전적인 경쟁의 모습을 한번쯤 지켜보며 밀어주고 싶어진다.
이런건 어떤가? 더 좋은 복지 정책을 겨루는 '복지 정책 배틀 대회'...
버스값, 배추값도 모르는 철없는 사회지도층(?)들이 정당의 이익만 내세워 입씨름 벌이기 보다는,
'심시티' 개념의 소셜네트워크 온라인 게임 같은걸 공개적으로 진행하여
다수의 유저들이 각자의 정책을 미리 시뮬레이션을 통해 경쟁적으로 검증해본 다음,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를 통해 도출된 최적의 솔루션을 제도화하여 수정 보완해 나가면서
공공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몇 년간 꾸준히 추진해 나가는 모습.
민주사회의 '21세기 정치'라면 이런 것도 한번쯤 대안으로 생각할 만한 때가 되지 않았을까?
(... 적어도 4대강 '로봇물고기' 보다는 문제 접근 방식이 낫질 않은가. ㅎㅎ;)
현재의 대한민국이 만족스럽고 잘 돌아간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굳이 이 책을 손에 들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뭔가 불만족스럽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면?
함께 생각하고 참고할 만한 '이야깃거리'가 여기에 있다.
거창한 의미 따질 것도 없이
'진보'나 '개혁'이라는 말의 의미가 원래 이런 마음에서 비롯된 것 아니었을까.
다카노 에쓰코의 <20세의 원점>을 읽으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몇십 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 봐도 세상은 별로 나아진 것이 없는 듯 하다. 그때 유럽에서는 68혁명이 일어났으며 일본에서는 전공투가 한창이었다. 당시의 학생들과 지식인들은 굉장히 깊은 사유와 성찰을 했고 자신의 사상이 확고했다. 그 당시에 불의에 항거하며 수업과 시험을 보이콧했던 학생들이 있었다면 지금의 학생들은 토익책과 공무원 수험서를 들고 도서관에 틀어박힌다. 하지만 누가 그들을 탓할 것인가. 팍팍하기 짝이 없는 현실은 사람들로 하여금 당장 먹고 사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을 하기 힘들게 한다. 오연호와 조국의 <진보집권플랜>을 읽으며, 68혁명을 주도한 지식인들의 모습이 떠오른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7개월 동안 나눈 심층 대담을 정리하여 펴낸 이 책은,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진보가 집권해야 하는 이유와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날카로운 지적과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조국 교수는 진보의 가치를 이렇게 말한다. "대중의 고통이 어디에 있고, 그 고통을 풀려먼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가 어떤 가치를 중심으로 삼아야 하는지, 그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믿음직한 사람,조직,세력을 대중의 눈앞에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진보가 밥 먹여준다'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정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생각이다. 대중의 고통은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킬까 하는 궁리만 하는 보수 정치인들이 이 말을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사실 조국 교수도 '강남 좌파'라는 비난을 종종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대 나오고 미국 유학을 하면 권력과 돈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지 그는 반문한다. 지식인으로서, 가진 자의 자유만 중시하는 천민자본주의와 같은 상황을 직시하면 진보의 편에 서지 않을 수 없다고 또한 그는 말한다. 아주 속이 시원하지 않을 수 없다. 브라보!
또한 지나친 경쟁과 OECD국가중 가장 긴 노동시간, 청년실업, 대기업의 세습경영 등을 그는 비판한다. 고용의 유연성만 강조하고 안정성을 무시해서는 안되며 이는 OECE에서도 걱정할 정도다. 비정규직 차별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원칙을 어기는 것이고, 법철학적으로 보더라도 정의의 원칙에 반한다고 그는 말한다. 또한 김예슬 선언을 언급하며 교육의 문제점 역시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더 이상 학문의 요람이 아닌, 취업만을 위한 곳이 되어버린 대학과 주 목적인 외국어 공부보다 명문대 진학의 통로로 변질된 외고를 비판하며 어느 정도는 affirmative action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이는 마이클 샌델의 책에서도 등장했던 개념이다.) 예전에는 가난한 집의 자녀들도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서울 지역 대학에 강남 출신 학생의 비율이 높아졌고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옛말이 되었다. 지방 출신, 혹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은 이미 출발선부터가 같을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으로 인해 이미 자신의 위치가 고착되어 버리는 것은 신분제 사회와 다를 것이 없다.
그리고 천안함, 연평도 사태로 인하여 들끓고 있는 남북문제와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검찰의 권력에 대해서도 그는 이야기한다. 통일 문제에 있어서도 민족주의적 측면을 넘어선 접근이 필요하고, 이는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하고 있다. 민족의식이 희박한 편인 나로서는 역시 크게 공감한 부분이다. 또한 검찰을 개혁해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필수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력형 부패,범죄를 단호하게 수사하기 위해서, 또 검찰이 독점하는 기소권을 분할하고 수사권은 경찰과 나눠 갖게 해서 검찰이 권력을 남용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참 흥미로운 부분은, 마지막 장에서 유시민, 정동영, 송영길, 노회찬 등의 진보 정치인들의 실명을 언급하며 그들에 대한 일종의 평가를 제시한 점이다. 진보 정권이 대중의 열기를 제대로 담아내려면, 현재 난립해 있는 정당들의 '소통합'이 필요하다며 그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도 꽤 좋은 대안이라는 생각이다. 항상 선거 때마다 아쉬웠던 것이 진보 후보들의 표가 갈라져서 승산이 없었던 것인데 스위스에서 네 개의 정당이 연합해서 공동정부를 구성한 것처럼 진보 진영도 꼭 하나로 합치라는 것이 아니라 하나인 것처럼 연대해서 힘을 키우고 다져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읽으면서 정말로 속이 시원한 부분이 많았다. 또한 진보를 무조건 찬양하는 것이 아닌, 지금까지 진보 진영이 왜 집권하지 못했으며 어떤 문제점들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는 점 역시 바람직하게 여겨졌다. 내가 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보수와 달리 그들은 민중의 고통을 알고 덜어주려 노력하기 때문인데, 오연호 기자와 조국 교수의 대담을 읽으며 그러한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 그들과 동시대를 살아온 386세대의 옆구리를 꾹 찌르고 불안한 미래에 시달리는 2,30대에게 손을 내미는 그들의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과, 또한 나 자신부터 민중의 고통을 알고 항상 약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고 싶다는 생각을 새삼 한다.
대한민국에서 진보세력이란 어디를 의미하는가부터 시작해보기로 하자. 통상적인 개념에서 민주당을 진보라고 하기는 조금 애매한 구석이 있다. 민주당이 지금까지 보여준 정책이라든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보여주었던 정책들은 진보라기보다는 중도 보수 혹은 보수에 어울리는 부분이 더욱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두 분의 대통령이 보여준 정도의 정책들도 줄곧 빨갱이들의 정책으로 저급한 비난을 받아왔으며, 그것은 기존의 수구 기득권 세력의 야합에 의한 결과임이 자명하다.
책에서도 밝히지만 친일파 청산의 부재와 수구 기득권 세력의 독재, 남.북한의 대치 상황 등의 특수한 상황이 대한민국에서의 진보,보수의 개념을 조금 많이 바꾸어놓았다.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는 우파의 정책을 지향하는 민주당이 친숙한 빨갱이정당이 되었으며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등의 진보정당은 상종도 못할 친숙하지도 않은 빨갱이 정당이 되어버렸다. 어쨌든 대한민국에서 개혁/진보세력이란 조중동과 한나라당으로 상징되는 수구 기득권 세력에 반하는 모든 집단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이 책 역시 현재의 정치지형을 그대로 담은 책이므로 이 개념을 차용하고 있다. 언제고 이 개념이 바뀌는 날이 진정으로 진보가 집권하는 그날이겠지만 그날이 언제나 오려는지 상상조차 되지 않으므로 일단 진보의 개념을 반수구세력으로 정의하고 책을 이야기해보기로 하자.
책은 오연호 기자와 조국 교수의 대담형식으로 이루어져있다. 오연호 기자가 질문을 이끌어 나가고 그에 조국 교수가 답하는 식으로 쓰여있는 이 책은 조국교수가 생각하는 현 정치상황과 진보/개혁세력이 나아가야 할 방향 정도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조국교수는 그 명성에 걸맞게 현 정치상황에서의 진보진영의 역할과 반성에서부터 시작하여 사회.경제, 교육, 통일문제, 검찰과 권력형비리 문제등 사회 전반적인 부분에 걸쳐서 자신의 내공을 뽐내고 있다. 특히 기존의 어려울것만 같고 우리네 생활과 관계 없을 것만 가득한 빨간 냄새 자욱한 책과는 달리 현실적인 이야기들, 특히 6.2지방선거까지의 최근의 사회적 현안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진행하기 때문에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강점이 잘 살아있다.
이 책에서 조국교수와 대담자 오연호 기자가 강조하는 부분이면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진보/개혁진영의 자기성찰과 반성, 그리고 준비성이다. 책은 투사에서 영주가 되어버린 386세대의 기성정치인들을 철저히 비판한다. 그들은 더이상 사회정의를 위해 뛰어온 지난날의 불굴의 의지와 집념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들은 어느덧 계파를 관리하고 자신의 텃밭을 관리하며 굳이 집권하지 않아도 자신의 세력을 지킬 수 있는 영주의 모습으로 살고 있다고 이 책은 얘기한다. 그와 동시에 지난날 운동권에 몸담았던 그 시절의 관성대로 살다보니 시민들을 가르치려고 하고 이끌어나가려고만 하며 그에 걸맞는 정책제시에 매우 소홀했다고 지적한다. 충분히 개혁/진보 세력이 선도할 수 있는 여러 현안들을 수구세력에게 빼앗긴 것은 이러한 부분때문이라고 통렬히 비판하며 오히려 지금의 시기를 잘 활용하여 앞으로는 보다 정책을 선도할 수 있는 진보/개혁세력으로 거듭날 것을 촉구한다. 진보/개혁 세력이 다시 집권하기 위해서라면 왜 통일이 민생에 도움이 되는지, 왜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을 키우는 것이 민생에 도움이 되는지, 왜 부자를 감세하는 것이 아니라 서민들을 감세하는 것이 민생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국민들과 함께하고 정책으로 제시하고 눈으로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력히 이야기한다.
우리는 흔히 진보/개혁 세력의 정책을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하거나 충분한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진보/개혁진영의 사람들은 그러한 비난과 비판에 대해 국민들이 잘 몰라서 그렇다는 말로 대꾸하기 일쑤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태도를 호되게 비판한다. 이제 더이상 국민들은 기존의 운동권 학생들이 하자는 대로 따라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이상은 국민과 함께가고 국민과 같이 고민하고 그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학생운동하던 그대로 우리가 옳고 우리만 따라오면 된다는 식의 논리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진보/개혁세력이 집권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반성하고 다가가야 할 부분은 민생문제에 대한 보다 절실한 대안과 국민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법이라고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으며 흔히 자신을 진보/개혁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고 진보/개혁진영이 집권하길 바라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왜 서민들이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펴는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지, 국민들이 문제라는 식으로만 이야기했을 뿐이었다. 국민들에게 어떻게하면 더 이러한 정책들을 알리고 보다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한다는 생각은 국민들이 문제라는 안일한 마음속에서 그저 사그라졌을 뿐이다. 이 책은 이러한 부분을 한번 환기시킨 것만으로도 충분히 진보/개혁세력이 집권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한번 즈음 읽어봐도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다만 이 책에 대해 아쉬운 점이 두가지가 있다. 한가지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을테고 한가지는 조금 미진한 부분이다.
일단 첫번째는 개혁/진보세력에서 문제가 되는 종북세력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모든 진보/개혁 세력이 연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최소한 종북단체들은 연대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3대 권력 세습은 충분히 비판받아야 할 일이다. 그렇지만 개혁/진보세력의 극히 일부분은 북한의 권력세습은 어쩔 수 없는 일이며 그것을 비판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라고까지 말한다. 이것은 잘못된 일이다. 누가보아도 잘못된 북한의 잘못은 내팽겨치고 남한 정권에만 서슬퍼런 비판을 가하는 것은 수구세력에게만 좋은 먹을 거리를 주는 일이다. 물론 책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분명하게 짚어내고 있으며 민주노동당의 새 대표가 된 이정희 의원이 이러한 일들을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할지 귀추가 주목된다고도 이야기했다. 물론 북한은 감싸주어야 한다. 목숨이 아닌 돈으로 평화를 살수 있다면 우린 기꺼이 그것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북한의 잘못에는 잘못이라고 이야기를 해야한다. 무조건적인 북한 찬양과 그러한 세력까지 연대해야한다는 말은 수구언론의 좋은 먹잇감이 될 뿐이다. 진보/개혁세력의 연대는 집권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그 연대를 어디까지 함께할 것이냐에 대해서, 특히 북한문제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책에서 이부분을 조금 더 짚었으면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한가지 어쩔 수 없는 아쉬운 점은 이 책의 '내공'이다. 조국교수는 전방위적인 질문에 좋은 이야기를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사회 현안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보기에는 조금 쉬운 감이 없지 않다. 이 책을 통해 진보가 집권하기 위한 '진짜' 플랜을 보고 싶었을 독자에게 이러한 부분은 아주 약간의 서운함이 남았을 부분이다. 그러나 이부분은 그야말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분명 이 책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충분히 알 수 있는 쉬운 이야기들을 주로 담고 있다. 하지만 그래야 진보가 집권할 수 있다. 이 책의 목적은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진보/개혁 세력이 집권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이 책은 쉬운 이야기이지만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 당장 취업이 급한 사람들은 신경쓸 수 없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는 것 같지만 정확히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러한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조금의 실마리를 잡아가고 무언가가 구체화되고 조금의 생각이라도 바뀐다면, 그것이 진보가 집권하는 한걸음일 것이다.
결국 이 책의 아쉬움은 이 책의 강점이 된다. 누구나 보아도 어렵지 않고 관심을 환기시키며 사회적 현안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책. 먹고 살기가 힘들어 정치에는 신경쓸수 없는 사람들에게 먹고살기 위해 정치에 신경써야 함을 다시 한번 자연스레 알려줄 수 있는 책. 이것이 <진보집권플랜>의 강점임과 동시에 진정 진보/개혁 세력이 다시 한번 집권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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