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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7년 09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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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48쪽 | 476g | 150*210*30mm |
ISBN13 | 9791196165833 |
ISBN10 | 1196165831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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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1월 08일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10월의 굿즈 : POINT OF VIEW 북커버/스탬프/유리 티포트/페이퍼 아크릴 문진/북 백/저널 노트
2024년 09월 30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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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달라지긴 했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다. 심지어 그의 인기는 현 대통령보다도 여전히 높다. 적어도 제도상으로는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지 않는다. 혹 뼛속 깊이 박힌 차별 정서를 지닌 사람일지라도 이를 당당하게 겉으로 드러냈다가는 비난을 받기 일쑤다. 이와 같은 변화는 더디게 이루어졌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부당함에 저항하다 희생됐는지를 떠올리면 더더욱 그리 느껴진다. 200년이라는 시간은 끽해야 100년을 넘기기가 힘든 인간의 생명력으로는 상상조차 버거운 세월에 해당한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는 어느 정도 사실에 기초해 쓰였다. 적잖은 아프리카 인들이 노예로 미 대륙에 팔려왔다. 그들은 태생적으로 열등하다고 여겨졌기에 오늘날이라면 당연히 누릴 수 있는 대부분의 권리를 박탈당했다. 백인들은 노예를 일종의 재산으로 간주했다. 아이, 즉 잠재적 노동자를 낳을 수 있는 여성 노예의 가격은 제법 높은 축에 속했다. 대부분이 열 살이 되기 전에 사망했지만 주인공의 엄마는 끝끝내 생존해 주인공을 낳았다. 엄마와 딸이 한 농장에 언제까지 함께 있을 수 있는지는 전적으로 주인의 마음에 달렸다.
한 가지 더,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또한 실재(實在)였다. 이는 1800년대 10만 명이 넘는 노예들의 탈출을 도왔던 조직이 이름인데, 저자는 약간의 변형을 통해 마치 땅 속에 흑인들에게 자유를 선사하는 철로가 건설된 것처럼 묘사했다. 저자가 상상으로 건설한 철로는 어디서부터 시작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어느 역에서 정차하는지가 불분명했다. 실체가 알려져서는 곤란했기에 모두가 진실을 알면서도 입을 다문 탓이었다.
책의 앞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지도를 펼쳤다. 대농장이 있는 조지아 주와 주인공이 지하철도 편으로 도달한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맞닿아 있었다. 노예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발발한 전쟁에서 남과 북은 각기 다른 입장을 취했다고 알고 있는데, 지도만 놓고 봐서는 조지아나 사우스캐롤라이나나 모두 남부에 속하는 듯 보였다. 소설 속에서 두 지역은 서로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곳으로 그려졌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는 자유를 갈망하며 위험천만한 탈주를 감행한 흑인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그들에겐 난생 처음으로 몸을 뉘일 수 있는 침대가 주어졌다. 무엇보다도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흑인들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북극성에 의존해 무작정 북으로 내달리는 것과 문자 해독을 통해 지도에 쓰인 지명을 읽을 수 있는 것의 차이는 실로 컸다. 심심찮게 행해지던 매질 또한 없었다. 상처받은 몸과 마음을 추스렸으며, 나아가 자신감 넘치는 걸음걸이를 갖게 됐다.
하지만 저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를 천국으로 그리지 않았다. 아이를 두 명 이상 출산한 흑인 여성에게는 불임시술 권유가 행해졌다. 이를 권한 의사는 참으로 친절했으나, 저자는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이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당신의 배를 갈라서 피를 뚝뚝 흘리는 미래를 들어내는 것, 그리하여 훗날 후손이 더 나은 삶을 살리라는 희망마저 앗아 가버리는 것. 코라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 더는 머물러선 안 됐다.
코라의 여정에는 적잖은 이들이 함께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도움을 제공한 이들 중에는 하얀 피부의 소유자도 있었다. 난 그들의 행동을 헌신으로 이해했다. 이런 나의 생각은 너무도 단조로운 것이었다. 처음부터 달갑잖은 감정을 여과 없이 내비친 에설이라는 인물을 다룬 장에서 나는 친절을 곧 배려로 해석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배웠다. 앓고 있는 코라에게 보인 그녀의 태도는 열등한 야만인을 백인의 우월한 기독교적 문화로 감화시키겠다는 사고의 발현에 불과했다.
추격은 끈질겼다. 드디어 자유를 누리는가 기대하기가 무섭게 리지웨이 일당은 따라붙었다. 이토록 수고스러워야만 한다면 차라리 농장 안에 얌전히 머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만일 노예들이 나처럼 사고하고 주저했다면 - 저자가 짧게 언급했듯 – 흑인들은 결코 ‘긍정적’이라는 표현이 무얼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무모하지만, 그래도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허락되길 바라는 마음 하나가 버틸 힘을 선사했다. 한 개인이, 한 가족이, 한 마을이 품기 시작한 희망으로 빚어낸 게 우리가 누리고 있는 ‘오늘’임을 생각하니 감개무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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