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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행일 | 2012년 01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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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84쪽 | 641g | 148*210*30mm |
ISBN13 | 9788997296040 |
ISBN10 | 8997296043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7일 ~ 2024년 10월 23일
10월의 굿즈 : POINT OF VIEW 북커버/스탬프/유리 티포트/페이퍼 아크릴 문진/북 백/저널 노트
2024년 09월 30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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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보니 진실은 언제나 두렵고 불편한 영역이었다.
작은 렌즈위에 올려놓고 현미경으로 세세히 관찰하며 꼭꼭 숨겨놓은 이면의 어떤 것을 파헤치고 들쑤시는 건 용기가 필요한 것이었고 자칫하면 멀쩡하던 삶마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일이다. 그리하여 한 때 내가 가장 동경했던 대상이 기자였고, 열광적으로 시청했던 프로그램이 MBC의 ‘PD수첩’이었다. 지금 MBC가 온 국민의 조롱 혹은 격려 속에서 힘든 파업을 하는 모습은 그래서 더 안쓰럽고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소위 대한민국의 기자라는 자들이 권력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오히려 대중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현혹시키는 행태들을 볼 때면 안쓰러운 마음마저 싹 사라져 버린다. 때때로 도를 넘어 진실을 호도하는 이들이야말로 침묵하는 다수보다 더 지탄받아 마땅하기 때문이다. 진실에 목말라 있던 국민들에게 어둠속의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선택된 언론인과 지식인들이 먼 훗날 지나온 시간들을 돌이켜 보았을 때 후회 없이 당당할 수 있는 시대는 정녕 오지 않을 것인지 묻고 싶어진다.
나는 엊그제 <부러진 화살>이라는 영화를 보고 불편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한참 논란중인 석궁테러사건을 파헤친 내용으로 또 한 번 실망스런 대한민국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부패와 썩어빠진 얼굴에 분노하며 호들갑 떠는 것 정도는 매너리즘에 빠진 것인양 일상화 되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변한 게 별로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좀 더 심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더 노골적이 됐고, 가장 근원적으로는 어떤 범죄행위를 처벌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기소권한을 검찰만 갖고 있다는 것이 문제를 야기한다. 겸찰을 견제하는 기관 없이 검찰이 기소, 수사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한 근원적인 처방이 있어야 할 때라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검찰은 지금 보고 있는 현상 그대로 계속 우리 사회에 남아 있을 거다” <PD수첩: 진실의 목격자들 중>
물론 그렇다고 내가 영화의 내용을 100% 사실로 받아들인다는 말은 아니다. 검찰을 포함한 대한민국 사법부를 공공의 적이라는 타겟으로 정한 감독의 의도와 시나리오를 두고 객관성을 논할 필요는 없어 보이니까. 다만 내가 코웃음을 친 건 말과 행동이 다른 사법부의 태도이다. 영화가 “사법테러를 미화하고 사법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 심히 유감이지만 사법부는 어떠한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 공표 해놓고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여전히 국민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한 재판결과를 버젓이 내놓고 있으니 말이다. 벤츠 여검사 사건만 해도 그렇고 이런 법조계 비리들이 드러날 때마다 우리 국민들이 설마, 에이 아니겠지..라는 반응이 아니라, 그럼 그렇지, 또야?라는 반응이 나오는 사실만으로도 사법부는 국민들 앞에 백배 사죄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이들은 언제쯤이면 국민들 앞에서 당당할 수 있을까?
오늘 읽은 책 <언론이 말해 주지 않는 불편한 진실>은 우리가 알아야 할 감춰진 진실의 범위를 좀 더 넓혀 지구촌 곳곳으로 시야를 확장해주고 있었다. 실상 자국내의 일이 아니라 범세계적 차원으로 벌어지는 일들은 누군가가 나서서 말해주지 않으면 접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해 정보 수집에 제한이 없다 해도 필터링 되지 않은 자료들은 오히려 진실을 왜곡시키기 마련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잘못 알려진, 혹은 애써 밝혀내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총 6개 분야(양극화, 분쟁, 종교, 민족, 환경, 질병)로 나누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오해와 편견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지만 언론이 말해 주지 않는 불편한 진실이라는 책 제목을 붙이기에는 언급한 내용들이 그리 신선해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식상할 뿐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양극화의 심각성이야 연일 매스컴에서 떠들어 대고 있고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종교적 갈등이나 분쟁 역시 새삼스럽지 않다.
각종 영화제에 노미네이트되어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했던 영화 <그을린 사랑>을 보면 레바논 내전을 배경으로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 사이의 종교적 분쟁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금새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에서처럼 장황하게 역사적 사실들을 늘어놓으며 설명할 필요도 없이 이 영화 한 편으로 깔끔하게 상황의 심각성이 파악될 정도이다. 지구온난화와 자원의 한계성, 식량난과 물 부족에 관한 부분 역시 새로울 건 없어 보였다.
다만, 소말리아 해적과 블러드 다이아몬드에 관한 참상은 그동안 품고 있었던 석연치 않은 의문에 대한 답을 충분히 해주었기에 세상을 보는 눈을 조금 더 확장시켜 주었음에는 동의한다. 소말리아는 그동안 연속된 내전으로 경제가 피폐해진 상태였는데 그 와중에 유럽의 기업들은 소말리아를 헐값에 유해 폐기물을 버리는 곳으로 악용했고(유해 폐기물 처리 비용이 유럽은 톤당 1천 달러이지만, 소말리아는 단돈 2.5달러면 가능하다) 외국의 성능 우수한 저인망 어선이 소말리아 연근해에서 불법 조업을 하면서 어족 자원들을 고갈시켰다. 1인당 국민 총 생산이 600달러에 불과한 소말리아인들에게 어업은 중요한 생활수단이었다.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서 강력하게 국제사회에 항의하고 나라를 지킬 수 도 없는 상태였기에 이들은 스스로 살기위해 뭉친 것이다. 이런 현상만을 볼 때 외국 배들을 상대로 해적질을 하는 그들과 소말리아 바다에 불법적으로 폐기물을 투기하고 어로 행위를 하는 외국인들 중 우리는 누구를 해적이라고 칭하며 비난할 수 있을까? 소말리아 인근을 지나는 모든 외국인들이 그들의 나라에 악행을 저지르지는 않겠지만 이는 분명 국제사회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 맞다. 무차별적인 해적질을 해대는 그들을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책임 있는 행동과 지원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이렇든 저자는 우리가 어떤 사건을 바라봄에 있어서 일방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런 사건이 일어나게 된 원인과 배경을 드러내줌으로써 좀 더 균형 잡힌 시선을 만들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바로 그가 말한 불편한 진실들이다. 우리는 안다. 앞으로 더 많은 불편한 진실들을 마주해야 한다는 것을. 그것은 분명 더럽고 쓰라린 상처를 우리에게 안겨 주겠지만 그것이 곧 또 다른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다는 걸 잊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진실은 먼저 당신을 화나게 한 후에, 당신을 자유롭게 한다”
- 글로리아 스타이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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