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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05월 0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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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8쪽 | 349g | 128*188*17mm |
ISBN13 | 9788971999455 |
ISBN10 | 8971999454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1월 30일
2024 노벨 경제학상 대런 아세모글루 사이먼 존슨 제임스 A. 로빈슨
2024년 10월 15일 ~ 2024년 11월 15일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7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사람들이 지금 그리고 미래에 행복한 삶을 꾸려가기 위해서 해야하는, 어떤 사회가 필요하며
그 사회를 위해서 국가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나오게 되는 거죠." - P 150中에서
이 책을 선택하여 읽고자 한 내심의 동기같은 것이 있다. 서거하시기 직전까지 마음에 두셨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그가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공부하고 토론하며 사유하여 마련코자 했던 것이 바로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 땅의 사람들 모두가 행복한 삶을 꾸려가는 세상을 꿈꾸었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에 도달하기 위해서 벗어날 수 없는,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조건들이란 무엇이며, 그것들이 야기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이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자기 물음들과 현실 세계에 대한 냉정한 성찰의 육성을 기록으로나마 감히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자 하는 바람이었을 것이다.
책은 주변의 학자들, 참모진과 함께 '진보의 미래'란 테마의 연구주제를 놓고 진행했던 비공개 모임을 위해 구상되었던 원고 구성안과 2008년 12월에서 시작하여 서거하시기 직전인 2009년 5월까지 모임에서의 육성 기록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원고는 미완의 저작물로 남아있게 되어 어떤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지만 그가 제시하고 해결하고자 했던 과제의 본질을 헤아리게 되며, 육성 기록은 이를 보다 생생하게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통렬하고 세찬 해결의지를 엿 볼 수 있게 해준다.
책의 제목이 우여곡절 끝에 '진보의 미래'가 되었지만, 그에게 '진보'는 민주주의의 내재 가치였기에 우리 사회가 지향하여야 할 궁극의 미래라는 의미와 다르지 않으며, 또한 그것은 "구체적인 삶을 지배하는 문제"로서의 '국가의 역할'에 귀속되기에 '한국사회의 미래'가 되어야 할 길에 대한 열정적인 탐구라하여도 그릇된 이해는 아닐 것이다. 그 사회란 바로 우리네의 일상을 지배하는 차별과 불평등, 빈곤과 배제, 불공정한 경쟁과 분배의 왜곡을 벗어나 사람의 자유와 평등의 불편(不偏)에 가닿으려 그침없이 지속하는 터전이다. "가능하지 않은 것은 현실이 될 수 없고, 현실이 될 수 없는 것은 공상일 뿐이다."라고 했듯이 대안을 마련할 수 없는 이상이 아닌 현실적이고 행동가능한 지혜를 구하기 위한 실천적 사유의 치열함이다. 따라서 그의 첫 물음은 "당신의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뭔가? 그들이 어떻게 되기를 바라나?" 하는 현실적 소망의 질문을 통해 개인 삶의 실질을 돌아보게 한다.
당신의 아이에게 위인전을 사주지 않았나? 고 묻는다. 거기에는 우리의 소망 - 빼어난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한편으론 자기 삶을 행복하게 가꿀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 이 담겨있는 것 아니냐고. 여기에는 현실적 경쟁, 살아남는 문제가 개입하고, 그것은 성공과 실패의 문제를 낳는다. 이 화두는 이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방법을 취하고 있는 것인가?를 돌아보게 한다. 누군가는 실패하고 성공또한 영원하지 않음에도 실패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이 잉태하는 그 불편한 관점 말이다.
그렇다면 경쟁이 공정한 사회로 가야한다는 추상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이것이 진짜 맞긴 하는건가? 하고 다시 묻는다. 이런 사례가 세계 어느 국가 혹은 특정 지역사회에 있는가? 만일 없다면 이에 대한 심층적 연구가 이루어진 적이 있는가? 확인하고 진정 올바른 길을 찾아 제시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역설한다. 사람들의 삶을 사로잡아 꼼짝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이 고통스런 구조를 벗어나야 하지 않겠나? 이처럼 그의 문제 제기와 해결방안을 위한 과정은 사람에 대한 깊은 보편적 연민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정권이 어디로 가더라도 시민의 생각이 딴 곳에 있으면 그 시대 가치관이
압도적 다수를 벗어날 수 없어요." - P 311 中에서
이와 같이 사람들의 구체적 삶의 형편을 행복한 삶으로 이어지도록 하게하는 것, 그러한 삶이 가능토록 사회적 조건을 만들어내는 것이 곧 국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2008년 당시 사람이 아닌 돈을 사회적 가치의 중심에 두고있는 보수주의 정권이 내세우는 성장과 이익의 논리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겐 한낱 좌파 진보주의자의 이상론으로 들렸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이해관계'에만 익숙한 사람들에게 '인과관계'를 좀 생각해 보세요, 경제를 살리는 정책의 실체가 진정 무엇인지 생각해보세요, 라는 요청은 공허한 울림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그의 이해는 이 "사회 구성원들의 생각만큼만 시대의 가치가 갈 수 밖에 없음"의 안타까움이었을 것이다.
근자에 들어 '깨시민'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아마도 깨어난 시민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것 같다. 정말로 경제를 살리는 정책이 맞는지, 시민의 자유와 평등을 제고하는 법의 제정인지, 그 세부 내용들이 자신들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 인과관계까지 헤아리고 그에대한 견해를 주장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추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가 바라던 시민들의 싹이 오늘 이처럼 자라나고 있음을 보았다면 무어라 했을까? 여전히 그의 돌연한 죽음을 만들어냈던, 우리네 사회가 지녔던 그 한계의 안타까움을 떨쳐내는 것이 쉽지 않다. 아주 조금씩 변화해가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향한 성숙에 미소를 보냈을 것만 같다.
"복지는 목적이다. 경제는왜 하는가? 복지를 위한 것이다." - P 63中에서
진보냐, 보수냐라는 이념적 분리의 물음은 사람들의 이맛살을 짜뿌리게 하는 편치 않은 문제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피해갈 수 없다. 인간이 추구하는 이상과 역사적 현실의 괴리가 비록 커다랗다 할 망정 삶의 일상에서 마주해야하는 무수한 현실들이 인간의 작은 소망을 좌절케 하고 있기에, 자기의 이해관계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지식적 탐색과 탐구의 과정으로서 너무도 중대한 까닭이기 때문이다. 성장을 주장하는 보수와 분배를 우선하는 진보, 복지의 확대를 주장하는 진보와 이를 저지하려는 보수, 규제의 축소와 작은 정부를 요구하는 보수의 내 논에 물대기식 편의적 주장의 무책임성에 대해서, 그리고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분투의 과정들에 이르기까지 진보와 보수주의의 가치에 대한 지난하고 통렬한 성찰의 기록이 빼곡하게 토로되고 있다.
오늘 우리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경제의 효율성 논리와 시장의 논리안에서 경제, 성장, 활력, 경쟁력의 논리를 말하고 있지 않은가? 즉 보수주의 주제에서 논쟁하고 있음을 자각하는 것 또한 우리의 시선과 인식의 전환의 필요를 생각케 하지 않는가? 금융위기, 거대 외국자본의 횡포, 사건적 재난 등등이 발생하면 규제의 미흡함과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요구하는 보수주의자들은 작은정부와 규제의 경감을 끊임없이 외치는자기 모순과 이익적 편의라는 기이한 이기주의를 반복한다. 보수언론은 대형 화재나 해양 선박사고등이 발생하면 규제가 없다고 난리를 떨어대며 언제 규제 경감을 외쳤느냐고 발뺌한다.
돈과 자기 이익을 핵심 가치로 하는 보수주의를 논의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시 말해 대다수의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의 삶, 바로 이것에 맞추어져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역사가 돈의 편이 아니라 사람의 편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을 지니는 것, 부모와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경쟁, 성공 할 수 있는 교육, 패자에게 가혹하지 않은 사회, 승자와 패자가 더불어사는 사회를 이루어내리라는 소망을 향한, 그 구체적 방법을 찾아내기 위한 고군분투의 자취가 바로 이 책에 수록된 고 노무현 대통령의 목소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와 경제, 국가의 정책이란 바로 사람들의 복지를 위한 것 아니라면 그 무엇을 위한 것이란 말이냐는 절절한 외침이다.
보수와 진보간에 서로 용납하지 못하는 핵심 쟁점이 있다. '분배와 복지'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획일적인 올바름을 주장하지 않는다. '구체적 타당성의 문제'이지, 항구적인 정책의 바름이 어디 있겠느냐는 물음이다. 여전히 색깔 공세가 통하는 나라, 보수주의 색채가 짙은 사회, 지역주의 장벽이 보수주의의 보루를 형성하는 사회, 돈에 의해 움직이는 언론이 여론을 조작하고 지배하는 사회에서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하고 옳은 길을 찾을 수 있는 시민, 학습하고 생각하는 시민, 지혜와 실천적 용기를 지닌 시민이 된다는 것은 바로 자기 삶의 주체자가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자기 요구와 생활상의 이익을 분명히 이해 할 줄 아는, 정책과 자기 이익의 인과관계를
분명하게 얘기 할 수 있는, 오늘의 이익과 미래의 이익을 셈할 줄 아는
시민이 충분히 성장해 있으면 그 어떤 정권이 문제이겠는가." - P 140 中에서
이 육성의 울림은 오늘 자못 크게 들려온다. 깨시민이 많아지는 세상, 국가의 역할을 말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그런 세상을 향한 고인의 바람이 가슴 깊이 새겨지는 저술이다. 완성된 정치 경제 실천서로 전해지지 못하고 미완의 저작으로 전해지게 된 아픔, 그 미련과 애석함을 떨쳐내기 쉽지 않다. 많은 시민들이 함께 이 책에서 제안되고 논의된 과제들을 나눌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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