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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2년 10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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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52쪽 | 642g | 137*210*35mm |
ISBN13 | 9788994013565 |
ISBN10 | 89940135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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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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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블로그에 쓴 리뷰 옮깁니다.
http://blog.naver.com/khi2003/220552880403
멕시코 국경부터 미국 서부를 잇는 트래킹 코스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을 완주하면서
한 여자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
소설 원작으로 영화도 개봉해서 영화를 보았는데
소설에서 쓰여진 여러가지 심리상태에 대해서 영화로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들도 있고
요약한 장면이나 대사들 때문에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는게 더 나을 것 같다.
작가인 셰릴스트레이드가 직접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글이어서 더 마음에 와닿는 구절들이 많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크게 느낀 점은 두 가지 정도.
1. 가족을 잃었을 때의 상실감. 소중함.
2. 삶의 고통에 대한 해답은 내 마음속에 있고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찾을 수 있다.
1. 가족의 소중함
셰릴의 어머니는 암으로 돌아가셨다.
죽기 전의 에피소드와 죽는 과정, 그리고 죽은 후 그리움에 대해서 자세하게 쓰여져 있는데
나도 나이가 들어서 감성이 풍부해졌는지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울어 본 적은 처음이다.
난 나와 같이 살았던 가까운 가족과 죽음으로 헤어져본 적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한번 뿐이다.
그때는 좀 어렸고 당시 사상이 좀 허무주의? 였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기대나 정이 좀 없었다.
그래서 그렇게까지 나에게 큰 파장을 주지 않았는데
글을 읽으면서 문득 나와 가장 가까운 어머니,아버지가 돌아가신다면 정말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살면서 점점 내 사람을 만들기도 쉽지 않으니...
내가 어떤 범죄를 저지르건 어떤 상황에 놓여져 있건 내 편은 가족밖에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잃어버렸을때의 상실감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열렬히, 미친 듯이 기도했다. 어떤 신이라도 좋았다. 심지어 알지도 못하는 신에게조차 기도했다. 나는 내게 종교적 교육의 기회를 주지 않았던 엄마를 저주했다. 자신이 겪었던 억압적인 천주교 집안 환경에 대한 분개 때문인지, 엄마는 성인이 된 후 성당에 발길을 끊어버렸다. 이제 엄마는 죽어가고 내겐 신이 없었다. 나는 우주 전체를 향해 기도했다. 그 안에 내 기도를 들어주는 신이 있기를 바랐다. - Wild 중
가족을 잃어버렸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기도밖에 없을 것이다.
나도 종교가 없는 상황이라 만약 내가 감당하기 힘들 어떤 사건이 일어난다면 내 멘탈을 어떻게 지탱해야 할지 걱정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지금의 최선의 방법은 평소에 기존보다는 더 자주 연락드리고 잘해드리고
부모님이 아프기 전에 한 번이라도 추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니 그렇게 해야겠다.
(물론 실천이 가장 어렵다...)
2. 삶의 고통에 대한 해답은 내 마음속에 있고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찾을 수 있다.
셰릴은 엄마를 잃고 인생을 놓은 것 처럼 자신을 망가뜨리며 살았다.
남편이 아닌 모르는 사람과 가벼운 관계를 맺는다는지, 마약을 한다든지...
결국 남편과 헤어지고 PCT를 걸어가는 과정에서
자신을 지독하게 싫어하는 만큼 역경과 고통을 온전히 혼자 받아들이도록 노력했고 이겨내었다.
단신 혼자 가는 건 위험해 보여서요." 더그가 말했다.
"누구라도 혼자 가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톰이 말을 이어받았다.
"그렇지만 이런 눈길이라면 누군들 안 위험할 수 있겠어요? 혼자든, 같이가든?
"고마워요. 정말 고마운 제안이군요. 그렇지만 그렇게는 할 수 없겠어요."
"왜요?" 더그가 물었다.
"음, 그러니까 이번 여행의 목적이 나 혼자 모든 일을 해내는 거거든요,"
그날 밤, 어둠 속에서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고 뭔가 엄청난 일이 터질 것처럼 매서운 바람이 몰아쳐도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고 혼자 외칠 필요가 없었다. 두 사람과 함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외쳐대던 소리를 안 하게 되었다고 해서 그 상황에 만족하고 그들과 어울릴 수는 없었다. 눈앞의 공포를 직시하고 내가 홀로 하는 모든 일들과 내게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이곳까지 온 게 아닌가. 그런 일들을 다른 사람들와 엮여서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 Wild 중
시작과 끝.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해 나름대로 긍정적으로 설명을 해주는 구절이다.
코비드라는 작은 까마귀 종류의 깃털 같네요." 그녀가 손을 뻗어 조심스레 한 손가락만으로 깃틀을 만지며 말했다.
"이 새는 공허함의 상징이지요." 그녀는 수수께끼 같은 말투로 이렇게 덧붙였다.
"공허함이라고요?" 나는 어안이 벙벙해서 물었다.
"그건 좋은 거예요. 모든 건 텅 빈 공간에서 태어나니까요.
다 거기서 시작되요. 우주의 블랙홀이 모든 에너지를 다 빨아 들인 후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해봐요."
- Wild 중
온갖 일이 다 있었지만 나를 제대로 사랑하지 못한 아버지의 잘못이야말로 내게는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괴이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날밤, PCT에서 어두워지는 대지를 바라보며 나는 더이상 아버지 때문에 놀라워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 세상에는 그보다 놀라운 일이 훨씬 더 많았다.
그렇게 생각을 하자 내 안의 마음이 마치 강물처럼 열리는 것 같았다. 내가 숨 쉴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가 갑자기 숨을 쉬게 된 것처럼 말이다. 나는 기뻐서 웃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PCT에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나는 울고 또 울었다. 행복해서 우는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슬퍼서 우는 것도 아니었다. 엄마나 아버지, 폴 때문도 아니었다. 내가 울었던 이유는 내 마음이 가득 채워졌기 때문이었다. PCT에서 보낸 힘들었던 50일과 그전에 살아왔던 9,760일이 드디어 내 마음을 채워준 것이다.
나는 들어왔고 나는 떠났다. 내 뒤로는 캘리포니아가 마치 기다란 비단 장막처럼 그렇게 흘러갔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내가 멍청한 바보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대단한 여전사도 아니었다. 내 안의 나는 이제 강하면서도 겸손하며 마음이 하나로 합쳐졌다. 나는 그 사슴처럼 이 세상에서 안전했다.
- Wild 중
사람에 대한 미움,증오,분노,슬픔을 벗어나는 방법은 결국 내 마음 속에 있고
그 마음을 찾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나를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방법중 하나가 여행인 것 같다.
어떤 상황에 놓여졌을 때 오로지 내가 해답을 찾고 행동할 수 있고 이동을 하면서 나에대해 생각하고 돌아볼 수 있게 된다.
마침내 내가 긴 여정을 끝내고 하얀색 벤치 위에 앉아 있을 때 나는 앞으로 벌어질 이런 일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내가 해냈다는 사실 외에 알고있어야 할 것들은 없었다. 내가 정말로 해냈다는 사실만 기억하면 충분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게 말할 수 없으면서도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 그것은 마치 나의 밤과 낮을 채워주었던 <공통된 언어의 꿈>에 실린 글 하나하나가 가진 뜻과 같았다.
이제는 더 이상 텅 빈 손을 휘저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믿게 되었고 저 수면 아래를 헤엄치는 물고기를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다른 모든 사람들의 인생처럼 나의 삶도 신비로우면서도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고귀한 것이었다. 지금 이 순간, 바로 내 곁에 있는 바로 그것.
인생이란 얼마나 예측 불허의 것인가. 그러니 흘러가는 대로, 그래도 내버려둘 수밖에.
- Wild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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