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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3년 03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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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284쪽 | 388g | 128*188*20mm |
ISBN13 | 9788954620710 |
ISBN10 | 895462071X |
연령제한 | 19세 이용가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0월 1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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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0월 01일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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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넘어 함박눈: 글쎄, 밝혀도 된다니까
읽고 바로 재독에 들어갔다. 노처녀가 결코 루저가 아닌 기회가 열린 탐색의 자유이용권을 가진 자임을 새롭게 알았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3학년 9반. 이미 ‘서른한 살’ 일 때 쌍춘년이라고 해서 임자있는 웬만한 사람은 제다 시집 장가간 돌풍의 시절도 홀로 버틴 올드미스이다. 소설집의 여자주인공들이 입을 모아 자기와는 다른 처지라고 선을 긋는 마흔을 내다보고 있다.
고등학생 시절 야간 자율학습 감독을 서른의 노처녀 선생님이 할 때면 마치 히스테리에 쩔은 마녀를 보듯 웅성거리며 끔찍해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신입시절 서른넷의 회사 언니가 흥분된 어조로 가진 것 없는 연하남을 향한 감정을 고백했을 때의 섬뜩함도 떠오른다. 그때는 노처녀는 감정도 없고, 나에게 없는 시절이거나 계절인줄 알았다. 지금은 깊이 반성한다.
어찌 이리도 노처녀의 타들어가는 심정을, 암컷 호르몬과 본능이 극에 치닫는 상황을 대놓고 밝히고 있는지... 대담하면서도 담백한 상징들로 끈적거리지 않게 사실적으로 파헤치고 있어 읽는 내내 시원했다. 잘못 건드리면 되려 덧날 수 있는 부위와 노처녀의 빨간 센서등을 섬세하게 다루는 작가의 따스한 시선과 손길이 고마웠다. 어떤 책을 읽으면서 노처녀인 게 특권처럼 당당하고 자유롭게 느껴졌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
말 그대로, 노처녀 프리덤! 서늘함과 습습함을 거둬내고 햇살 좋은 날 옥상에 올라 머리를 털어 말리는 개운함이 있다. 더 이상 음지에서 우울하게 몸 비틀고 있지 말라며 양지의 정자를 마련해준다. 억지스럽게 꿰맞추어 살라는 말 대신 부부의 정과 ‘한 이불 아래서’가 주는 안정감과 온기를 전해 ‘아, 사람 좋으면 사귀어보고, 또 가능하면 같이 살 수도 있겠구나.’라는 괜한 용기와 긍정을 심어준다. 이 봄날, 다나베 세이코 할머니의 내공과 진솔한 터치에 그만 노처녀의 얼어있던 마음이 녹아내린다.
소설집을 읽으면서 여러 번 공감했고 밑줄을 수없이 그었다. <지금 몇시예요?>에서 히사코가 혼자하는 여행에서 낯선 남자에게 ‘저어... 실례지만 지금 몇시예요?’라고 수줍지만 인간적인 언사를 할 때 무척 사랑스러웠다. 길에서 만난 남자에게 호기심을 갖고 즉흥적으로 행동할 줄 아는 열린 자세도 본받고 싶었다. 또 <루미코의 방>에서 룸메이트의 남자가 두고 간 하얀 특대 팬티에서 강렬한 남자 느낌을 받는 주인공의 모습도 귀여웠다. 변태 아니고 솔직히 좀 밝힐 뿐이다. 전 남친에게 “청소 아줌마”라고 불리었던 주인공이 상상 속의 남자 곁에 머물며 세탁한 보람을 맛보고(존재감으로 빛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이해됐다.
<바람구멍>에서 노부코의 바쁘고 힘겨운 어장관리와 의자놀이도 공감가는 부분이다. 매일 밤 돌아오는 남편이 있는 여자들과 임산부들을 보며 왠지 바람이 몸을 파고드는 것 같은 한기를 느껴하는 부분도 동감했다. 이상은 불타오르는 밀도 높은 사랑을 하고 싶지만 현실의 남자는 함께 밥을 먹거나 곁에 있을 때 불쾌하지 않으면 된다는 말에도 같은 마음이었다.
그런가하면 <깜짝 우동>에서 미카코와 엄마의 관계를 보며 ‘완전 내 얘기’라며 무릎을 쳤다. “엄마, 어디 시집갈 데 없어?”라는 막말에 깔린 저의도 이해한다. 엄마의 가출 후 찾아드는 대자연의 정적과 “엄마가 만든 요리, 엄마의 배려, 엄마의 수다, 엄마의 냄새로부터 아직 멀리 벗어나지 못한 의지가지없는 아이 같은 존재(110)”라는 깨달음도. 노처녀들이 처한 특별하면서도 특이한 모녀관계를 비추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별 남자 없고, 얘기가 통하는 남자라면 일단 알고 지낼 것.
<쉬운 남자가 좋은 남자>에서도 쵸타로와 기쿠에의 짝 탄생을 통해 마음 편하게 대할 수 있는 남자(사위)가 최고라고 재차 강조한다. 부부의 살아온 정과 세월이 만담 파트너라는 설정으로 듬뿍 배어난다. “마지막에 기댈 곳은 결국 부부”라는 <그래도 좋아해>를 읽으면서 마음이 뭉클했다. 남편 유지의 게으름과 어리광과 여자 문제에 대해 같이 울컥하고 “그러고도 사내야?”(275)라며 폭발해야 하는데, 남자와 함께 있는 즐거움을 알아버려 남편을 놓칠 수 없다는 말에 그만 ‘낚시 용품 사준 거 정말 잘했어요, 야스에.’라고 속엣말을 해버렸다.
<점프의 맛>에서도 ‘그래, 가는 거야!’라며 온몸을 내던질 만남을 내심 바라지만 현실의 남자는 성실 충직하고 큰마음을 지녔다면 오케이다. “아아... 아앙... 어쩌지, 호호호” 하긴 글렀어도 말이다. <위로해줄까?>의 자칭 전선 위문단인 하루카와의 성(sex)에 관한 철학이 흥미롭다. 점이 아닌 선의 만남 추구와 “안 닳고 안 줄어”로 여심을 잡다니! 칠순 오이토 할머니의 산초나무껍질 전리품은 다시 봐도 정말 대박.
<서른 넘어 함박눈>, 제목이 참 근사하다. 서른 넘어 사랑이 어렵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솔로들의 삶을 그대로 삽으로 퍼 담은 듯하다. 그래서일까 “서른 넘어 내리는 함박눈은, (사랑은, 이별도) 차분했다.”라고 덧붙여 말하고 싶다. 서른 넘어 제마다 머리에 함박눈을 맞은 솔로들은 분명 쉽게 사랑하거나 결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외로우면서도 바쁘고 또 어려운 얼얼한 존재들이다. 하지만 함박눈이라는 펑펑 내림, 덮어줌, 백색의 정서 때문인지 춥거나 고립된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 함박눈을 얹은 채로 우리는 가장 우리다운 온도와 방식으로 뒤늦게라도 서로의 눈을 털어주거나 아니면 눈이 스스로 녹기를 기다릴 것이다. 꼭 달콤하지 않더라도 그런 넉넉한 마음 정도는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존 슬롯 - 일요일, 머리를 말리는 여자들
헤픈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헤픈 것보다 훨씬 더 나쁜 것은, 닫혀 있는 것이다. 우리 앞에 펼쳐진 관계의 가능성에 대해, 꼼짝 않고 닫아두는 것... 크고 작은 관계의 경험들이 쌓여 가면서, 우리는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내가 누군지, 나와 진짜로 어울리는 남자가 누군지, 그래서 최종적인 순간에 우리는 좀 더 ‘나다운’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이소연 <지금 저지르지 않으면 후회할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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