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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1999년 09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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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2쪽 | 373g | 148*210*20mm |
ISBN13 | 9788970131092 |
ISBN10 | 8970131094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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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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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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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5.06
<알베르 카뮈> - 책세상 \7,500
일본 문학에 잔뜩 빠져있던 3, 4월이었기에, 이번 5월에는 조금은 새로운 작품들을 많이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간 너무 한 종류(일본문학)의 책을 편식하다보니 다양한 사고를 하는 데에 있어서 조금씩은 장애가 있었던 것 같다. 이미지를 느끼는 ‘감성’은 무척이나 성장했지만(정말 놀라울 정도로..) 생각을 키워나가는 ‘사고력’은 조금 떨어졌다는 느낌이랄까. 책을 읽는 데 앞서서 너무 ‘감성의 잣대’를 자꾸만 들이대게 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이따금씩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책’이 아닌 책을 만나면 자꾸만 벽에 부딪히게 되었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밖으로 뻗어 나가지 못하고 자꾸만 안에서 맴도는 그런 씁쓸한 기분을 자꾸만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런 ‘편식’의 수렁을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으로, 나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선택하게 되었다.
유리창을 통해 보는 것 같은 느낌..
<이방인>이라는 작품은 주인공 ‘뫼르소’가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다시 말해, 1인칭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쉽사리 1인칭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뭔가 좀 애매한 느낌이다. 작품 속의 내용은 뫼르소 그 자신이 스스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그런 미묘한 기분이 자꾸만 들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끊임없이 맴도는 이방인이 된 듯한 그런 기분.. 마치 책을 읽는 나와 <이방인> 사이에 불투명한 ‘유리창’이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분명히 두 눈으로 등장인물들의 ‘행동’은 보고 있지만 그 ‘의식’이 전혀 전달되지 않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자꾸만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뫼르소’라는 인물을 어떻게 설명하지도, 공감하지도 못하는 철저한 ‘이방인’으로서 남겨지게 된 것이다. <이방인>은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는 카뮈의 말이 여실히 느껴지게 된 순간이었다.
독특한 문장에서 느껴지는 모호함..
참.. 나에게 <이방인>이란 작품은 그저 모호하게만 느껴진다. S.츠바이크와 같은 섬세한 감정묘사를 보여주는 듯 하면서도 그 감정의 실체를 전혀 파악할 수 없는 그런 모호함.. 이런 ‘이방인’의 느낌과 더불어서 느껴졌던 것은 <이방인>을 구성하고 있는 문장의 독특함이었다. 뭐랄까, 일본문학처럼(이렇게 단정 짓기에는 아직 내 독서량이 충분치 않지만.. 조심스레..) 감정이 계속 연결되는 문장이 아니라, 그 흐름이 뚝 뚝 끊어지는 것 같다고 표현할 정도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계속 새로 창조되는 것만 같은 그런 기분.. 이런 독특한 문장은 과거와의 연관성도(실제로 과거를 연상하는 장면은 한 부분도 나오지 않는다), 미래로 이어지는 흐름도, 심지어는 지금 존재하는 현실의 공간마저 일그러뜨림으로써 읽는 나로 하여금 더욱더 ‘이방인’으로 느껴지도록 만들어 주었다.
‘자신’이 아닌 ‘이방인’..
조금은 ‘쉬어가기’에 해당하는 생각인 것 같지만, 판사와 변호사가 뫼르소를 놓고 이야기 하는 것을 보고 나는 과연 어디까지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본인은 가만히 있는데 타인들끼리 뫼르소의 생각은 이랬을 것이다, 저랬을 것이다 하면서 판단하는 모습.. 그 속에서 ‘진실’은 오히려 ‘거짓’으로 취급되며 침묵을 지키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방인’이 되는 부조리함.. 우리도 그런 부조리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이기도 하면서 ‘이방인’이기도한 그런 모호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연 어디까지 내 자신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마치 판사와 변호사들에게 의해 법정에선 기분이 드는 것 같다.
그릇이 부족하다는 생각..
솔직히 말해서 책을 읽고 나서 어떠한 말로 <이방인>을 표현해야 할 지 정말 고민이 되었다. 그간 일본문학에 빠져 있었던 탓일까, 평소에 어느 정도는 효과를 보았던 나의 ‘감성의 잣대’도 들이댈 수 없었고, 책을 다 읽은 내가 느끼고 있는 이 모호한 감정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잘 떠오르지 않았다.(마치 내가 책에 의해서 철저하게 ‘이방인’이 된 기분이다) 이 책의 뒷부분에서 사르트르가 언급했던 ‘부조리’로서의 <이방인>의 맛을 조금도 보지 못한 채로 남겨져버린 것이다. 누군가는 <이방인>을 읽고 그 알맹이까지 온전히 흡수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데, 나는 이렇게 얕은 수준까지 밖에 누리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참 씁쓸하다. 문학이 文樂이 아니라 文學인 것은 아마도 이 이유 때문이겠지..
하지만 여러 책들을 만나며 내 그릇을 키워가다 보면, 언젠가는 이 <이방인>의 알맹이도 온전히 흡수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니 또 이놈의 독서욕에 기름을 콸콸 쏟아 붇게 되는 것 같다. ‘전투적’ 독서가 아닌 ‘감상하는’ 독서로의 전환을 꿈꾸면서 말이다.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그 세상 위에 무수히 쌓여 있다. 나를 기다리고 있을 그 무수한 알맹이들을 생각하니 그저 설렌다. 더 성숙한, 알찬 서평을 쓸 수 있도록 성장하자.
“이것이 바로 이 재판의 모습입니다. 모든 것이 사실이라지만, 사실인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 p123
“피고석에 앉아서일지라도 자기 자신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를 듣는 것은 언제나 흥미 있는 일이다.” - p131
“나는, 그것도 또한 나를 사건으로부터 제쳐놓고 나를 제로로 만들어버리는 것이고, 어떤 의미로는 그가 나 대신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때 나는 벌써 그 법정에서 아득히 멀어져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 p137
“아무도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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