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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1999년 12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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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21쪽 | 242g | 128*188*20mm |
ISBN13 | 9788932902623 |
ISBN10 | 8932902623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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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0월 18일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186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어른들을 위한 가벼운 동화책 정도일 거라 생각했었다.물론 쥐스킨트에 대해 잘 몰랐을때였지만.이후 <향수>란 소설로 다시 한 번 그의 이름이 유명세를 날릴때도 나는 조금은 낯선 느낌으로 거리를 두고 있었던 것 같다.최근 <콘트라베이스>를 읽고 난 후 그의 팬이 되기로 했다.아직 <향수>는 읽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읽은 그의 글들은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글들이였다.무언가를 이야기 함에 있어 은유와 상징으로 표현하는 방법.그렇다고 결코 말랑하지도 않은데 심지어 냉소적이기까지 한데도 끌린다.불안과 분노를 이야기 하기 위해 '비둘기'란 상징을 둔 <비둘기>도. 세상으로 부터 주목 받지 못하는 자의 외로움을 역시 음악의 세계에서 아웃사이더(?) 격인 콘트라베이스를 차용해 이야기 하는 방법도.직설적이지 않아 오히려 더 강렬하게 크게 다가온 것 같다.<좀머 씨 이야기> 역시 그런 느낌을 받았다. 겉으로 보면 어릴 적 내가 알던 조금은 별난 아저씨에 관한 스토리 같지만 실제 좀머 씨의 삶을 따라가 보면 우리가 만나게 되는 것은 '전쟁'이 보인다.그러나 이 짧은 소설 어디에도 구체적으로 전쟁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그의 괴상한 행동들로 상상하고 미뤄 짐작해 볼 뿐이다.그런데 또 조금 다르게 볼 수 있는 시점은 사소한 일로 자살하려고 했던 '나'와 죽음으로 부터 도망치려 했던 좀머 아저씨의 상황에 대한 비교의 순간이 아니였나 싶다.그리고 나는 쥐스킨트의 매력이 바로 이 지점이라 생각했다. 냉소적이고 염세적인 것 같은데 그 속에 또한 작은 빛과 같은 긍정의 메세지를 담아 놓는 다는 것.
"내가 어떻게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했는지조차 기억할 수 없었다.그까짓 코딱지 때문에 자살을 하다니! 그런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했던 내가 불과 몇분 전에 일생을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는 사람을 보지 않았던가!" /94
전쟁의 트라우마였든 죽음에 관한 트라우마였든 그 속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좀머 씨와 좋아하고 픈 여인에게 퇴짜 맞고,어른들에게 지청구를 듣고,피아노 선생의 코딱지로 하나에도 죽고 싶을 만큼 나약한 '나'였지만 스스로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의 대비는 모두가 다 좀머 씨 같지 않다는 것..그럼에도 살맛나는 세상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비록 작가 자신은 은둔의 삶을 고집하지만.
결국 삶이란 것은 누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에 의해 살면 그만일지 모르겠다. 나를 그냥 내버려 두라는 좀머씨의 말은 결코 변명 같은 말이 아니라,스스로의 삶을 선택할 권리를 달라는 외침처럼 들렸다.
좀머 씨 이야기 - 파트리크 쥐스킨트
‘좀머 씨 이야기’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작품으로,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들 중 한 명이다. ‘좀머 씨 이야기’는 내가 가장 먼저 접한 작가의 작품으로, 이 작품으로 인해 완전히 이 작가에게 푹 빠졌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읽고 나서 정말 감동을 받았던 작품이다. (쥐스킨트가 쓴 작품은 참 많고 그 가운데에서도 향수, 비둘기, 콘트라베이스 등이 유명하지만 난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추천하고 싶다. 다른 작품들도 물론 좋지만!)
이 작품은 순수한 어린 소년이 좀머 씨의 삶을 보이는 대로 그려내고 있지만, 그 과정을 보면서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했었다. 이 이야기는 배경인 마을의 환상적인 묘사, 그리고 어리고 어린 소년의 성장과정, 인간의 홀로됨 등의 여러 가지를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이 아름답게 여겨지는 이유는 이 글의 배경이 되는 마을의 여러 풍경의 환상적인 묘사로 인해 마치 내가 그 동네 사람이라도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이야기를 전해주는 소년을 졸졸 쫓아다니며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시각을 통해 어른을 나름대로 해석하는 느낌이 들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내가 직접 그 장소에 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 여러 가지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와 다채로운 묘사가 들어있는 책이다.
이야기는 전쟁 후 어느 정도 지난 때를 시점으로 한다. 이야기 중 여리고 순진한 소년이 보는 ‘좀머’ 씨는 소년과 매우 상반되는 인물이라고 생각된다. 좀머 씨는 다가오는 무언가를 상당히 두려워하고, 타인의 친절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며, 자신에게 닥쳐오는 ‘공포감’을 한시라도 늦추려는 모습으로(죽음인지, 무엇이든 간에.) 무언가 다가올 현실을 조금이라도 피해보려는 듯이 살아가는데 글 속의 ‘나’는 단 하루의 좌절과 그로 인한 경험으로 세상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가득 품고서 죽으려고 한다. 그러나 참으로 어처구니없게도 그를 살린 것은 다름 아닌 좀머 씨 였으니. 물론 좀머 씨가 의도적으로 살리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아무튼 아이는 살아가려 애를 쓰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단지 작은 사건으로 인해 죽으려고 했던 자신의 모습을 반성한다. 중학교 2학년 때 배웠던 ‘옥상 위의 민들레 꽃’이라는 작품과 흡사하게.
그 이후로도 좀머 씨는 여느 때처럼 걷고 또 걸었고, 그러는 사이 시간은 흐르고 흘러 주인공은 성장하고 좀머 씨의 최후를 본 유일한 목격자가 된다. 무언가에 쫓기듯이 바쁘게 걸음을 놀리었던 좀머 씨가 결국은 호숫가에 직접 들어가는 식(일종의 자살)으로 삶을 마감하게 되는 것이었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달빛이 쏟아지는 호숫가’처럼 외면적인 배경의 상상 뿐만 아니라, 좀머 씨는 왜 자살을 택했을까, 하는 식의 생각들.) 그러나 주인공은 그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고, 마을 사람들은 어느 날부터 행방이 묘연해져 버린 좀머 씨를 찾는다. 그를 찾는 중에 그의 여권 사진이 이용되었는데, 참 아이러니 하게도 그는 사진 속에서 웃고 있었다. 아무튼, 그 사진을 이용해서 신문에도 올리고 하면서 사람들은 좀머 씨를 찾다가 금세 그치고 만다. 원래부터 좀머 씨는 마을 주민들과 친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다른 사람들도 그에게 특별히 관심을 쏟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좀머 씨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 진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좀머 씨가 무엇을 피해서 그렇게 열심히 걸어 다닌 것일까, 좀머 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하는 생각들. 이러한 생각을 통해서 나는 나 자신 나름의 ‘좀머 씨 이야기’를 좀 더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구축시켜보기도 했다. 이 이야기를 느끼면서 생각했었던 ‘모순점’같은 것을 비롯한 여러 가지로 그려지는 좀머 씨의 죽음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반응, 이후 좀머 씨가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에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낄까, 하는 상상들. 이 작품을 아름답게 읽은 것도 나름의 상상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예를 들자면, ‘좀머’ 라고 하는 사람과 ‘미소’의 어울리지 않는 조합, 여유 없고 불안감에 쫓기며 살았던 좀머 씨의 과거, 무엇으로 인해 좀머 씨가 그렇게 변하였는지 등의 여러 가지를 생각 해 볼 수 있다.
어쨌든, 이 이야기에서 가장 의문이 드는 것은 ‘좀머 씨의 죽음’, 다시 말해 좀머 씨가 왜 자살을 했느냐는 것이다. 주인공이 그린 쫓기며 살아가는 좀머 씨는 ‘죽음’에 대한 굉장한 불안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 계기가 무엇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어찌 되었든 그는 살아간다는 것 자체에 대한 고통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처럼 서로 상반된 두 가지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것들에서 불거져 나오는 고통과 고뇌로 그는 그렇게 방황하며 살아갔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고통을 스스로가 판단하고 결국은 죽음을 선택하게 된 것은 아닐까. 그를 죄어 오던 여러 생각에서 비롯된 고통으로부터 ‘이제는 자유로워지고 싶다’라는 생각을 간절히 했던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의 내용 가운데 내게 가장 아름답게 느껴진 장면은 아이러니 하게도 좀머 씨가 죽음을 택하는 장면이었다. 좀머 씨가 여태까지 지어왔던 무거운 굴레를 던져버린 모습으로 그동안의 좀머 씨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여유’롭고 ‘평화’로워 보이는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이었다. 인간으로서의 절망과 고뇌를 안고 살아갔던 좀머 씨.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는 주인공 ‘나’.
이것은 아름다운 마을에서 그려진 좀머 씨의 일생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모두에게 ‘인간은 결국 혼자이다.’라는 단순한 깨우침을 주는 파트리크 쥐스킨트, 그의 삶에서 읽을 수 있는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여준 작가 특유의 문체의 메시지는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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