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오리 여인' 작가님의 신간입니다.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출간 이후 4년 만입니다.

4년이 조금 안되는 시간 동안 혼자였던 작가가 둘이 되고 둘에서 셋이 되며 겪은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책 표지부터 삽화, 그림 모두 작가님 작품으로 간결하고 단순해 보이지만 명확한 메시지가 있고 따뜻한 그림체입니다.

혼자의 삶에서 비혼을 꿈꾸던 작가가 영혼의 반쪽을 만나 둘이 되고 예쁜 아이까지 셋이 되는 과정에서 직접 겪으며 앓고 이겨낸 이야기와 그 속에서 깨닫게 되고 발견한 것들, 반드시 지켜내야겠다고 생각한 것들까지 가감 없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오리 여인'의 그림 작품만으로도 보는 내내 힐링이 되는 책이지만, 솔직한 경험담과 공감을 일으키는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도 함께 울고 웃고 할 수 있는 그림 에세이입니다. 올겨울 따뜻한 책 한 권으로 추천드려 봅니다.

낙서해도 칭찬과 예쁨을 받는 나이, 두 살 누군가는 너무 칭찬해 주는 게 좋지 않다고 하지만, 난 놓치지 않고 칭찬해 주고 싶다. 이런 낙서도, 네가 무엇을 하든 엄마는 선이를 참 응원하고 지지할 거라고.

P. 199

내가 사랑을 가득 표현한 날에 내게 “엄마 예뻐. 엄마 좋아. 엄마 예뻐. 엄마 좋아"를 반복하며 내 볼을 만져준다. 사랑을 받은 선이는 더 큰 사랑으로 내게 돌려준다. 그래, 선이에게는 좋은 옷보다 사랑을 많이 주는, 한 번 더 눈 마주치고 웃어주는 엄마가 더 좋은 거겠지.

P. 234

선이는 사랑이라는 것을 알까?

적어도 엄마와 아빠가 자신에게 매일매일 시시때때로 하는 말과 눈빛과 손짓이 사랑이라는 것은 알겠지.

선이도 저 말이 좋은 말이고 저 좋은 말을 우리에게 해주고 싶어 한다는 걸 우리는 알 수 있다. 이렇게 거짓 없이 순수한 눈으로 나를 보며 웃는 사람이 있을까. 선이가 처음 걸음을 딛던 날보다 훨씬 더 마음이 몽글몽글했다. 묘한 행복감이 일렁인다.

P. 248

우리는 혼자의 삶, 둘의 삶, 셋 그 이상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 역시 넷의 삶을 살아가며 저로 아내로 엄마로 제게 주어지는 역할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혼자의 삶을 살 땐 몰랐던 것들을 둘의 삶에서 배워가고 둘의 삶에서 몰랐던 것들을 넷의 삶에서 배워가는 것 같습니다.

삶이라는 것에 정답은 없기에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지만, 대다수 저처럼 평범한 삶이란 큰 범주로 묶여 결혼과 출산을 깊게 고민하지 못하고 맞이한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성인이 되어 누군가를 만나 결혼하고 결혼하면 아이를 낳아 기르는 삶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으니까요.

이 사람이다! 생각해서 결혼을 했지만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한 가정을 이루는 일은 순조롭기만 하지 않습니다.

각자의 생활양식과 기준 등 다양한 부분에서 접점이 필요합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아이를 갖게 되고 낳고 나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집니다. '나' 중심으로 살던 삶이 결혼으로 '너와 나'로 확장되었다면 출산과 육아는 '우리'의 삶으로 업그레이드됩니다.

'나'를 내려놓고 '아이'를 생각해야 하는 순간이 생깁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가 아닌 아이의 생존을 위해 '나'를 내려놓고 '아이'에게 맞춰야 하는 삶이 최소 3년은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기가 성장하여 기본적으로 의사 표현을 하며 자기 스스로 무엇이든 해보려고 하는 최소한의 나이.

그 시간들 동안 '엄마'인 '나'는 일을 하며 육아를 할 수도 있고 아이에게 전념할 수도 있고 다양한 나의 모습과 함께 '엄마'의 삶을 살아내야 합니다.

책을 읽으며 혼자인 순간, 둘의 순간도 공감이 많이 되었지만 제일 마음에 와닿은 것은 우리의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알게 되는 것들. 그것들을 통해 나의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는 지점들.

그런 것들이 저에게 가슴 깊이 와닿았습니다. 아이를 낳고 키워야 부모님의 사랑을 알게 된다는 말을 저도 다 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여전히 제가 중심적일 때가 많고 부모님의 모든 것을 받아 주지 못하는 작은 마음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이들을 키우며 시간이 갈수록 나의 부모님이 나를 이렇게 키웠겠구나, 이렇게 사랑했구나를 느낍니다.

그럴 때면 더 잘하지 못한 마음에 눈물이 흐르기도 합니다. 최근에도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일이 생각나 책을 읽으며 많이 울었습니다.

그리고 깊이 반성했습니다. 내가 아이에게 바라고 사랑을 주지 않듯 부모님도 나에게 받기 위해 사랑을 준 적은 단 한 번도 없는데 나이가 들고 약해지는 부모님을 챙겨드리다 쌓여 표출한 짜증들을 생각하니 낯이 부끄러웠습니다.

책을 통해서라도 다시 자각했음에 감사합니다. 우리의 지금은 우리 혼자만의 힘이 아니었음을. 따뜻한 마음을 담아 부모님께 연락드리려 합니다.

우리 모두 지금 이 순간 나를 살게 하는 나의 가족들에게 감사를 전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