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저자가 직장 업무로 약 5년간 인도에서 생활하면서 경험하고 느끼고 깨달은 점을 담아낸 책이다. 현지 구석구석을 누비며 그들의 삶에 깊게 녹아들어 겪었던 일을 재밌게 풀어냈다.

저자 허필선은 '행복한 북창고' 출판사 대표이자 작가이다. 독서와 글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마케팅, 시간관리 등을 진행하는 N 잡러다. 저서로는 '독서는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책 GPT 책 쓰기를 말하다', '마흔, 책과 사랑에 빠지다' 등 이 있다.

저자의 책 '독서는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았기에, 신간 '벌거벗은 인도' 역시 출판되자마자 기대감을 갖고 주문해 읽어 내려갔다.

이 책은 술술 읽힌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아서 피식 웃음이 나오는 포인트가 있고, 인도에 대한 정보도 많다. 재미와 정보,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책이다.
잠시 책에서 눈을 떼고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틈을 내어주기도 한다. 집에서 찻잔을 옆에 두고, 산책길 벤치에서, 카페에서, 출퇴근 길에도 부담 없이 읽기 좋다.

이 책에는 현재 인도의 모습과, 인도인 삶, 음식과 결혼 문화, 비즈니스와 종교 문화 등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 중 몇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인도인에게서는 특별한 향이 난다

저자는 인도를 떠올리면 특유의 냄새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한다. 옷 가게 탈의실에서 냄새를 도저히 참지 못해 옷을 갈아입지 못하고 나왔던 경험도 털어놨다. 냄새의 원인은 향신료다. 한국인에게는 김치향, 마늘향이 난다. 저자가 인도 음식만 먹다가 한 달 만에 한국인을 봤을 때 김치향이 났다고 한다.

각 나라마다 먹는 음식에 따라 사람들에게서 특별한 향이 난다는 점이 독특했다. 살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채취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서는 그 사람만의 향기가 있다는 저자의 말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사람의 향기는 주로 생각하는 것, 행동하는 것, 말하는 것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나는 어떤 향기가 나는 사람인가 잠시 생각해 보았다. 이왕이면 꽃향기가 나는 사람이 돼보자고 마음먹어 본다.

지금과 다른 삶을 살고 싶다면

저자는 한국에서는 선입견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나, 인도에 가서는 얼마나 선입견이 많은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 응당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관념이 인도에서는 여지없이 깨지고 무너졌다. 언어, 종교, 인종, 계층, 음식 등 가는 곳 마다 수많은 다양성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가 가장 쉽게 바꿀 수 있는 환경은 만나는 사람이라고 말해준다. 지금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삶을 살고 싶다면 만나는 사람을 바꿔보라고 조언한다.

때때로 변화하고 싶지만 의지로만 잘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저자의 말처럼 내 주위를 내가 닮고 싶은, 좋은 향기가 나는 사람들로 채워나가는 것도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 본다.

연애 따로 결혼 따로

이 부분을 읽고 충격이 꽤 컸다. 인도의 젊은이들은 연애는 자유롭게 하면서도 결혼은 부모님이 정해준 사람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저자는 좋아하면 같이 있고 싶고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하며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이해하기를 포기하고 그저 인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관계에서 필요한 건 이해가 아닌 인정이라 말한다.

인도인과의 비즈니스를 한다면

인도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만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 행동을 할 때 남이 어떻게 볼지 먼저 생각하고 행동한다. 배려인 경우도 있고, 눈치를 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게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좀 더 당당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어깨를 펴고 자신을 좀 더 드러내고 살았으면 한다.
"부장님, 전 된장찌개 싫어요."
"야, 나 그때 기분 나빴어."
라고 말이다.

인도인들은 예스(YES)라고 대답하고 결과물을 가지고 오지 않을 때가 많다고 한다.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한국 사람들과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어떻게 해서든 해내려 하고, 그렇지 못했을 때 미안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인도인에게 예스는 우리와 조금 다른 의미라고 한다. 예스라는 것은 업무지시를 이해했으며, 자신이 일을 해보겠다는 의미로 현재 시점이지 미래에 대한 확답은 아니라고 한다. 그렇기에 인도인들은 한국인들이 일이 틀어져서 화를 내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이 책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 있다. '다르다'라는 말이다. 그리고 '인정'이라는 말이다. 저자는 인도 사람들의 행동을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우리의 입장에서 그들 지적하지 않는다. 문화적 차이로 받아들인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인도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또 우리나라 안에서도 내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무시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문화와 환경의 차이일 수 있다.

책을 읽고 나니, 인도라는 나라와 인도 사람들이 조금 더 친숙하게 느껴졌다. 실제로 만나도 그들의 생활 방식을 조금 더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인도의 문화, 인도인의 삶이 궁금한 독자에게 추천한다. 인도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고,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삶을 반추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