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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4년 04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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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30쪽 | 758g | 153*224*30mm |
ISBN13 | 9788925552750 |
ISBN10 | 8925552752 |
2024년 04월 18일 ~ 2024년 05월 18일
2024년 04월 04일 ~ 2024년 0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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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1일 ~ 2024년 0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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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월일시 기유정(旣有定)인데 부생(浮生)이 공자망(空自忙)이라” 이를 풀자면 ‘타고난 사주팔자가 이미 정해져 있는데,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뜬구름 같은 인생들이 공연히 스스로 바쁘다는 말’이다. (414쪽) 이 구절처럼 이 책에 거론된 저자의 생각을 제대로 반영한 문장은 없다. 이 책은 사주 명리학의 개념을 정리한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우리네 역사와 일상 속에서 사주 명리학이 차지하는 위치부터 그 발전단계와 명리학계의 계보를 찾아 면면히 전해 내려온 제야 이수자들의 숨겨진 이야기와 그들과 관계된 야사, 더불어 그들의 행보와 신기에 가까운 그들의 능력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마치 한편의 전설의 고향을 보는 느낌이다. 두꺼운 분량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술술 재미있게 읽힌다. 사주 명리학이나 주역의 지식을 기반으로 믿기 어려운 기적(?)을 행한 이들의 이야기는 더더욱 흥미를 돋운다. 8.15해방을 미리 인지하여 동네사람들에게 잔치를 베풀고, 6.25전쟁의 반발을 미리 예견하여 제자들에게 가산을 정리하게 하고 더불어서 안면도로 피신한 야산 이달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거기에다 역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정치인들도 사주 명리학의 영역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치인과 경제인들과 인연이 엮어진 명리학자들에 관한 이야기와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 또한 흥미롭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흥미롭다는 말로 정리하기에는 많은 미련이 남는다.
몇 년 전 사주 명리학을 공부한 적이 있다. 헌데 명리학을 공부하고 싶어서 한게 아니었다. 동의보감을 공부하다보니 기본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명리학을 접하게 되었고, 그러다 본격적으로 사주 명리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명리학은 천지 운행의 이치를 인간의 운명에 적용시킨 것이다. 동의보감은 사람의 몸은 우주만물의 축소판이라는 걸 기본 전제로 한다. 그러니 동의보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명리학에 관한 지식은 필수이다. 물론 책의 논리에 갇힌 공부라 아직까지는 사판(事判)에만 머무를 뿐이다. 그것도 아주 조금이다. 제대로 명리학을 알기위해서는 이판(理判)의 경지까지 가야한다. 이판이란 직감의 영역이다. 하지만 그 이판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2만 명이 넘는 이들의 사주를 보는 임상실험, 즉 현장경험이 병행되어야 한다니 나에게는 아직 먼 이야기다. 그러니 아직은 이론적인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명리학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가장 큰 깨달음은 바로 내가 가진 타고난 그릇의 크기와 모양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저 위에 인용한 구절처럼 이미 정해져 있는 그릇의 크기를 무시하는 부질없는 욕심은 다 헛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사는 삶의 일거수일투족이 다 정해져있는 것은 아니다. 명리학은 타고난 그릇을 가지고 어떻게 그 용도에 맞게 삶을 잘 풀어나가느냐의 문제다. 명리학을 공부한 후 내 사주를 들여다보고 알게된 것이 삶에는 때(時)가 있다는 것이다. 지나온 시간을 명리학이라는 거울에 비쳐보니, 그 시절에 왜 그리 힘들었는지. 그때는 왜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는지가 이해가 되었다. 더불어 때가 아닐 때(時) 즉 다른 말로 하면 하늘이 정해주지 않을 때 부질없이 애를 써봐야 힘만 쓰고 얻는 것은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때(時)를 만나면 적은 노력으로도 본인이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때를 기다리는 것, 그것이 바로 명리학을 공부한 이들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소득이다. 명리학은 주역의 한부분이다. 공자가 가죽 끈이 세 번 떨어지도록 본 책이 바로 주역이다. 공자는 주역을 공부한 이후로 천하주유에 나섰다. 편안한 생활을 뒤로 하고 상갓집 개 취급을 받아가며 14년 동안 천하를 주유했다. 저자를 그 이유로 공자도 주역을 공부한 후 자신에게 부여된 운명의 크기를 알았다는 것이다. 즉 자신의 그릇을 안 것이다. 삶의 그릇. 그래서 별 소득도 없는 14년간의 천하주유에 나섰다고 한다. 그리고 돌아와 후학양성에 힘쓰다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자신의 뜻을 펼치고 싶던 관직에는 나가지 못했다. 아니 돌아와서는 그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건 바로 공자가 자신의 운명에 대해 알았다고 저자는 이야기 한다. 자신이 세상에 나와 해야 될 일이 무엇인지, 아직은 자신의 때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언제가 그런 리뷰를 쓴 적이 있다. 그럼 공자는 자신의 사후 자신의 학문이 동양사상의 근원이 될 줄을 알았을까 라고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쩌면 공자는 자신의 때가 살아서는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깨달았던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주역과 명리학의 관계, 그리고 무당과의 관계. 그리고 귀신의 존재와 더불어 우리가 미신이라고 생각하는 것들과 예지력을 가진 이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예지력의 근원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보여준다. 믿거나 말거나는 개인의 소관이다. 하지만 다른 것은 다 제외하더라도 삶을 제대로 사는 첫걸음은 바로 자신을 아는 것이다. 그 자신을 아는 최고의 방법이 바로 명리학을 통해 자신의 근본을 아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때를 아는 것이다. 이 두가지만 알아도 세상에 대한 욕심은 다스려진다. 그것만 가지고도 명리학은 공부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명리학의 존재가치에 대해서 아직도 의구심을 가진 이들은 입문서 삼아 한번 접해볼만한 책이다. 작가 김훈의 추천사처럼 어쩌면 명리학은 사람과 세계사이, 사람과 사람사이, 사람과 삶 사이의 길에 대한 천기를 누설하는 학문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어쩌면 그 천기에 해당하는 부분의 실상은 보지 못할지라도 혹 그 그림자라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럼 그 형태만이라도 짐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도도한 강물처럼 흐르는 우주의 비밀과 더불어 얽혀진 내 운명의 여정만이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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