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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행일 | 2007년 01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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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39쪽 | 430g | 규격외 |
ISBN13 | 9788950910334 |
ISBN10 | 8950910330 |
얼리리더를 위한 6월의 책 : 리유저블컵 3종 세트 증정
2024년 06월 01일 ~ 2024년 06월 30일
상시
94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너만 쉬고 싶니? 이 나쁜 남편놈아!”
나는 아직 주부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이 왜 이렇게 가슴에 와 닿는걸까? 아마도 어릴적 내 부모님의 모습이 겹쳐서, 시집간 친구들의 불평어린 소리를 들어서 그런지 이 말에 동감이 간다.
누구나 집안에서는 게으르고 싶다. 너무나 아늑한 공간이여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나조차도 밖에서는 이것저것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지만 집에만 오면 누가 내게 뭔가를 시키는 게 참 싫다. 그래서 엄마에게 핀잔도 많이 들었고 시집가서 어떻게 살림을 할거냐는 말도 들었던 거 같다. 하지만 이 책은 가정이라는 그 아늑함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대가가 필요하다는 걸 강조하는 그런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건 여성이든 남성이든 성을 가리지 않고 모두 가정이라는 편안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서로가 노력해야한다는 이야기인 거 같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지은이를 보고 이 책이 얼마만큼 우리 실정에 맞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유는 그래도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우리나라보다 좀 더 평등한 사고방식을 가졌다고 생각되는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만들어진 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의아한 것은 대부분의 나라가 가사와 육아의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남자는 그저 가정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하거나 아예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그다지 비난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여성이 비난을 할지라도 남성은 자기합리화를 통해 그 비난을 피해간다는 점이다. 자기합리화 속에는 다른 남성과의 비교를 통해서 자신이 그렇게 아내에게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싶어한다. 이런 남성의 모습이 바뀌기 위해서는 그만큼 아내의 역할이 중요함을 이 책에서는 강조하고 있다.
우리가 실상 아는 것처럼 가정은 한사람만의 노력으로는 절대 성립하지 않는다. 즉 가정은 서로 다른 두사람이 만나 이루어가는거라 배웠다. 하지만 이러한 배움과는 달리 가사와 육아 모두 여성이 책임을 진다는 건 좀 어불성설이 아닐까?
이 책은 가정 안에서 벌어지는 사례를 제시한다. 그리고 그 사례들 가운데는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상황들이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그 상황 속에서 해결법은 아니지만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는지 등등을 보여준다. 이러한 것 때문에 좀 더 쉽게 이 책을 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남편이 육아와 가사를 소홀히 하는 데는 여성의 책임도 있다고 얘기하고 있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그리고 남편이 처음부터 잘하지 못한다고 배척하지 말라고 이 책에서는 언급하고 있다. 가사나 육아를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육아 같은 경우에는 아내가 남편의 모습을 못마땅하게 여겨서 자신이 다 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정말 공감이 간다. 나도 내가 하던 일을 다른 누군가가 할때 그 사람이 이렇게 하면 더 잘할텐데 혹은 내가 더 잘하니까 그 사람 대신 이 일을 할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생각을 버리고 그 사람의 방식을 존중해주고 그가 더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라고 이야기한다. 맞는 말이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혹은 잘 못한다고 해서 소외시키고 배제시키기보다는 남편이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내의 역할인거 같다.
또한 이 책에서 아내는 남편에게 가사와 육아를 당당히 요구하기를 촉구한다. 일을 하고 온 남편에게 그러기는 쉽지 않지만 집안일은 회사의 일처럼 휴식이라는 개념이 없다. 이런 것을 잘 파악하여 남편에게 가사와 육아를 어느 정도 담당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보상도 함께 말이다.
이 책은 남성으로서는 반갑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좀 더 장기적으로 보면 남성에게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요즘 뉴스를 통해서 심심찮게 주부우울증(산후우울증)에 걸린 주부가 아이를 데리고 자살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예전엔 가사와 육아가 모두 여성의 책임이라는 사실에 여성들도 동조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그런데 그 변화 속에서 남성들이 따라오지 못하고 계속해서 게으른 남편으로 있고 싶어하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살을 하려고 한 아내는 아마 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도 잘 키우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커져만 가는 가사와 육아의 육중함에 짓눌려 삶을 포기한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아이를 데리고 자살을 한 이유는 아마도 자신이 없으면 그 아이를 돌 볼 사람이 없다는 걸 절실히 알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것은 좀 극단적인 상황이지만 우리 가정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한 단편이다. 지금도 여성들을 가사와 육아에 허덕이고 있다. 그러나 그 허덕임 속에 남편에게 무언으로, 혹은 이러저러한 몸짓과 언어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제는 남편이 바뀌어야 가정이 산다. 남편이 게을러지면 그 가정이 어느 순간 무너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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