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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03년 05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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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0쪽 | 512g | 153*224*30mm |
ISBN13 | 9788988804933 |
ISBN10 | 8988804937 |
얼리리더를 위한 5월의 책 : 디즈니 캐릭터 PVC 마그넷 증정
2024년 05월 01일 ~ 2024년 05월 31일
상시
9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故피천득 선생님은 수필 「순례」에서 ‘나는 작은 놀라움, 작은 웃음, 작은 기쁨을 위하여 글을 읽는다. 문학은 낯익은 사물에 새로운 매력을 부여하여 나를 풍유하게 하여준다.’라고 책 읽는 이유를 언급하셨다. 나는 데발로의 말처럼 책이 나를 절대로 배반하지 않는 좋은 친구이자 스승이기 때문에, 글을 읽는다.
어려운 일을 겪을 때마다 내게 실질적인 조언을 해 준 것도 책이고, 사람에게 배신당해 쓰라린 속을 다스릴 수 있게 도와준 것도 책이다. 그래서 나는 어제도, 지금도, 책을 읽는다.
누군가 나에게 책을 정의해 보라고 하면 나는 ‘속 깊은 이성친구’라 말한다. 장 자크 샹뻬의 책 제목처럼. 그는 절대 나의 비밀을 누설하지 않고 내게 일방적으로 훈계하거나 화 내지 않는다. 무조건 포용해주고 다독여주고 받아준다. 그래서 그와 나는 늘 어디든지 함께 다닌다. 직장이든 병원이든 쇼핑이든, 심지어 화장실까지도. 함께 있는 것이 전혀 지루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그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 우리 남편도 그와 함께 있는 것에 대하여는 전혀 개의치 않아 하기 때문에, 나는 당당히 부부 침대에 그를 끌어들인다.
서른이 넘어서야 곰곰이 되짚어 본다. 많은 물건들 중에 왜 하필 ‘책’이었을까. 심지어 나는 ‘영화’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꼼짝없이 두 시간을 캄캄한 영화관 속의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같은 모습을 한 스토리를 쫓아가는 일이 두 시간 동안 같은 물건을 바라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책’을 선택하면서부터 나는 자연스럽게 ‘경제력’을 중요시 하게 되었고, 그것은 명품 가방을 산다거나 백화점에서 옷을 구입하는 등의 ‘돈’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책을 내가 원할 때에 망설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능력’으로서의 ‘돈’을 의미한다.
독서인들 가운데는 책을 일단 사놓고 그 가운데서 골라 읽는 사람과 꼭 읽을 책만 사는 사람, 이렇게 두 부류가 있다. 나는 전자에 가까운데 도대체 이런 책을 언제 읽나 싶은 책이라도 일단 사 놓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소용이 닿기 마련이다. p.48
나 역시 저자처럼 일단 사놓고 그 가운데서 골라 읽는 사람에 속하는데, 공지영 작가가 어느 강연에서 말했듯이 ‘삼십대’는 책을 빌려보는 나이가 아니라 책을 사서 읽는 나이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여름에 부지런히 일한 개미가 겨우내 여름동안 저장해 놓은 음식을 먹으며 즐겁게 지냈다는 우화처럼, 내게는 책이 그런 역할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단 읽고 싶은 책은 주문해 놓고 책장에 꽂아 두지만 내가 힘들 때마다, 외로울 때마다 그들이 내게 손짓을 한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골라 읽은 책들은 ‘적재적소’라는 말이 제격일 만큼 내 상황과 맞아 떨어진다. 이런 경험을 되풀이 하다 보니 지금은 원하는 책이 생기면 일단 주문하고 본다.
책과의 인연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또 다른 인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그런 일종의 묘미 때문에 언제 소용이 닿을지도 모르는 책을 부지런히 사 모으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서점에서 책을 앞에 놓고 주저하지 말자. p.49
『책은 나름의 운명을 지닌다』는 출판칼럼니스트 표정훈이 2000년 9월부터 연재한 출판 관련 칼럼을 정리한 책이다. 그 역시 집의 가장 넓은 방을 ‘책’에게 양보할 만큼 책을 사랑할 ‘숙명’을 타고난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글을 읽으면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한여름 도서관을 떠올리게 된다. 토요일 저녁 맥주 한 잔을 앞에 두고 친한 친구와 서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담소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책 뒷면에 써진 ‘우리시대의 르네상스인 표정훈’이라고 하기엔 조금 손발이 오글거리지만
그가 쓴 글들은 충분히 매력적이고 신선하고 새롭다. 그래서 나는 기꺼이 그의 ‘삐끼’가 되고자 한다.
서평자는 고도의 지적인 작업과 삐끼 업무 사이에서 외줄타기 하는 형편인 셈이다. 서평의 영향을 받은 많은 독서인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히게 된다는 점이다. 조심하고 또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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