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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의 독수리, 히틀러를 쏘지 않은 병사, 설원의 독수리를 읽고}
'설원'은 눈이 녹지 않고 늘 쌓여있는 벌판이다. 그곳에서 히틀러를 쏘지 못한 병사. 생소하고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 제목. 생각했던 것만큼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매우 유익했고 역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지식을 얻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세계 2차 대전이 일어나 인류가 멸망할 뻔했던 시대를 빌리라는 친구로부터 전해들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바로 역사책의 좋은 점이다.
처음부터 뭔가 이상했다. 물론 사람의 목숨은 가장 귀하고 소중한 것이었지만 수많은 유대인을 학살한 히틀러를 죽이기 위해 이를 간 병사들, 그들 중 한 명이 히틀러를 '쏘지 못한'것도 아니고 '쏘지 않은'것은 제목만 보고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책을 펼쳤지만 기대와는 다른 기차 안에 탄 어머니와 소년의 이야기에 내가 원하던 긴장감 넘치는 부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살짝 실망했지만 곧 이야기의 진행 방식을 깨달았다. 기차 안에서 만난 아저씨가 들려주는 빌리 바이런의 이야기. 그 아저씨는 빌리 바이런이 자기 친구라고 말하며 그가 활약했던 이야기, 그의 아내를 만난 이야기, 전쟁이 끝난 직후 만난 한 병사를 쏘지 않아서 자비롭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이야기, 하지만 알고보니 그 병사가 세계 2차 대전과 유대인 학살의 원인인 아돌프 히틀러였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결국 자괴감에 빌리 바이런은 혼자, 히틀러를 죽이기로 마음먹었는데 허무하게 그의 부하들에게 잡혀버렸고 히틀러와 눈이 마주쳤는데 서로를 알아보았고 히틀러는 그를 풀어주었다고 한다. 그후 아저씨는 어둠 속에서 감쪽같이 사라졌지만 소년과 그의 어머니는 그가 남기고 간 성냥 한 개비를 보고 이게 진짜 있었던 일인 걸 알았고 성냥을 켰다. 이모 집에 도착해 소년과 어머니는 기차 안에서 있었던 일을 시시콜콜하게 털어놓았고 조용히 듣고있던 이모가 신문을 보여줬는데, 거기에는 '1차 세계대전의 영웅이 코번트리 공습으로 사망하다!' 라는 머리기사가 있었고 그 밑에는 아까 기차 안에서 만났던 아저씨의 사진이 보였다. 결국 그가 그가 들려준 이야기 속의 주인공 빌리 바이런이었던 것이다. 마지막의 반전은 누구나 예측 가능한 것이었지만, 유치하지않아 좋았다.
나는 역사 속의 사실에 조금 더 접근해 보려고한다. 일단 이야기 속의 빌리 바이런은 실제로는 헨리 텐디라는 인물이다. 히틀러를 살렸든 죽였든 일단 그는 제 세계 1차 대전의 영웅이었다. 일개 병사의 신분으로 엄청나게 많은 일들을 해낸 것이다. 하지만 그가 비판의 화살을 받는 이유는 단 하나, 히틀러를 살려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상황에서 내가 그였다면 똑같이 행동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막 전쟁이 끝난 기쁜 상황에서 아무리 적군 병사라도 죽이고싶지 않았고, 죽일 이유도 없었던 것이다. 만약 그가 그 상황에서 히틀러를 죽였더라면 그는 전쟁이 끝난 상황에서도 이유 없이 적군 병사를 죽인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행위가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그를 탓할 수는 없다. 그는 많은 일을 해낸 제 세계 1차대전의 영웅이자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사건에 휘말린 것뿐이다. 잘못이 있다면 히틀러에게 있는 것이다.
나는 빌리 바이런처럼 지난날의 잘못으로 인한 자괴감 때문에 뒤늦게라도 히틀러를 죽이려는 것처럼 옳지못한 짓은 하지말라고 하고 싶다. 지난날의 잘못은 이미 과거고, 앞으로의 미래에 그런 실수를 하지않도록 하면된다. 지난날에는 미처 몰랐으니 자책하지 말고 지금부터 잘하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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