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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01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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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6쪽 | 414g | 152*225*20mm |
ISBN13 | 9791187142676 |
ISBN10 | 11871426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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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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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중요한 원칙들을 발견하고 싶은 진짜 철학책을 원하는 당신에게 필요한 책
어린시절 시골마을에가면 동네 어귀에 여러 색동 천을 가지마다 치렁치렁 달고 흔들리는 성황당나무가 있었다. 밤에는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이 이 심난한 모양새의 토템니즘적인 모습은 내게 도교의 상징이 되었고 노자는 그 도교의 시조나 교주 쯤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짧지않은 시간동안 도덕경은 한 종교의 성서쯤 되는 줄로 생각해왔었다.
십 여년전 동양철학에세이(김교빈외 저)라는 책을 읽으면서 노자=도교=성황당 의 이미지가 깨지고, 도덕경에 대해서도 관심없는 원시종교서적이라는 엉뚱한 이미지를 겨우 벗을 수 있었다. 그리고 노자와 그의 사상에 대해 소개하는 짧은 토막글을 통해 기회가 되면 도덕경을 꼼꼼히 탐독하고 싶다는 희망을 버킷리스트에 담아왔었지만 20대에는 쉽사리 잘 읽혀지지 않았다.
노자의 바람직한 삶에 대한 가르침이란 요즘 흔히들 말하는 이루려고 아둥바둥하지 않는 삶이다. 고치려고 하니 망가지고, 지혜를 발휘하려고 하니 더 고달파진다랄까. 자꾸 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튀어오르려하지말고 큰 자연의 흐름에 몸과 마음을 내어 맡기고 물 흐르듯이 살라는 격언들이다.
20대에 나는 이러한 격언이 한없이 한량스럽게 느껴졌다. '고대의 농경사회는 이런 격언을 읊을 한가로운 세상이었는가보다.' 치열한 노동과 쟁취의 삶이 당연한 현대사회를 사는 내게는 그저 그런 공자왈 맹자왈처럼 느껴져 다른세상의 상관없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어린 시절의 나는 유명한 자기계발서인 인간관계론 (데일 카네기 저)에서 '마치 상대방이 생각해낸 것 처럼 느끼게 하고 스스로 결정하고 시도한 것처럼 생각이 들도록 노력하라'는 충고가 매우 거슬리게 느껴졌었다. '그럼 상대로 하여금 일을 하게 만든들 그 사람의 공이 되는 것이 아닌가. 결국 내 것으로 인정받지 못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는거지?' 권력과 인정의 욕구에 사로잡혀있으니 도덕경과 인간관계론의 격언들은 모두 이해못할 바보같은 충고였다.
불혹의 나이를 앞두고서야 2000년을 넘게 살아남아온 이 고서의 의미가 새삼스럽게 진지하게 읽혀진다.
만물을 낳고 기르되 이를 소유하지 않고 이를 행하고도 자랑하지 않으며, 키워주지만 주재하지 않는다 (도덕경 10장,51장)
천장지구.
천지가 그렇게 장구하게 존재할 수 있는 까닭은 그것의 모든 운행과 존재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장구할 수 있다.
성인은 언제나 자신을 뒤에 두기 때문에 도리어 다른 사람의 앞에 있게되고, 또 자신을 바깥에 두기 때문에 능히 자신을 보전할 수 있다. 바로 사사로움이 없기 때문이지 아니한가? (도덕경 7장)
무위하므로 패망하지 않으며, 농단하지 않음으로 잃음이 없다 (도덕경 27장)
움켜쥐고 얻어내려고 바둥거리면서 달려가다 아주 운이 좋으면 어쩌면 결국 그것들을 손에 넣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과연 그것들은 내가 진정 원하던 것들인가' 돌아보게 된다.
나이 탓인가 마음에서 사사로움을 한 움큼씩 덜어내는 것이 수월해지고 그렇게 조금씩 덜어내놓고 살다보니 결국 진정 원했던 결과들이 만들어지는 것을 발견한다. 내가 바라는 삶을 쟁취하려고 애쓰고 달려들면 달려들수록 온통 엉망이 되는데 내 욕심대로 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으니 결국 내 주변이 평안해지고 기대하지 않았으나 내게도 탁월하더라는 삶의 교훈. 어딘가 익숙한 이 도덕경의 핵심적 교훈은 성경의 그것과 맞닿아있다.
그리스도의 도를 외로운 마음으로 살아내고자 애쓰는 사람으로서 노자의 도덕경에서 성경의 가르침과 교감되는 것을 발견하는 것은 오래도록 사람을 보지 못한 고독한 순례길에서 낯선 다른 순례자를 발견한 것처럼 무척 반가웁고 설레이는 일이다. 그리고 '천장지구', '공성신퇴'와 같이 이 말이 여기서 유래한 말이었던가. 생각되는 익숙한 금언들이 많이 눈에 띄이고 반가운 것은 덤으로 얻는 즐거움이다.
즐거움이 클수록 흔하도록 많은 십자가들 속에서 살면서도 낡은 고전속 사상의 발걸음이 새삼 반가웁게 느껴진다는 것이 반가움의 크기만큼이나 되려 서글퍼져도 어쩔 수 없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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