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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09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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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96쪽 | 356g | 135*200*17mm |
ISBN13 | 9791157843565 |
ISBN10 | 11578435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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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을 처음 손에 들었을때만 해도 나는 저자의 나이에 대한 편견으로 이미 이 책에 대한 한계를 어느정도 규정짓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어쩌면 꽤나 용기있는 제목의 선택이라고. 자신의 나이와 직업을 밝힘으로써 호기심을 줄수는 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적는 에세이에 어느정도 편견을 갖게 할 수도 있고 특히나 나이는 판매에 큰 도움이 되는 숫자는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에세이라는 분야가 자신의 이야기를 경험과 더불어 풀어내는 분야다보니 소설보다 어쩌면 더 자신의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과 날카로운 분석이 필요한 것이고 그렇다보니 어느정도 나이를 먹고 삶을 살아본 사람들에게서만이 그런 인생의 풍미를 느낄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세월의 때가 필요한 것이고 김형석교수님처럼 '100세를 살아보니' 까진 아니어도 그래도 인생의 굴곡을 겪은 중년이상은 되어야 깊이 있는 글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책의 저자는 평범하지 않은 직장 생활을 하는 20대 여성이었다. 항해사라는 직업, 해양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상선을 타기 시작한 저자는 스물 일곱이라는 나이에 자신이 배를 타고 경험하고 사색한 것들을 풀어내고 있었다.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도 독특한 직업의 20대 여성의 시각이 궁금했고 바다라는 외로운 공간이 주는 사색의 깊이가 그렇게 얄팍하지만은 않을것이라는 기대를 갖게했다.
그럼에도 나이가 주는 한계가 있을것이라는 한켠의 생각은 지울수가 없었다.
책을 처음 받았을때 상큼한 녹색의 빛깔에 기분이 좋아졌다. 감각적이고 세련된 구성이었다. 젊은 저자의 취향이 반영된 것일까? ^^
기분좋게 예쁘고 가벼운 책이었지만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 무게는 생각만큼 가볍지 않음을 이제 고백해야겠다.
그리고 이 책을 반 정도 읽었을때는 내가 가진 나이에 대한 생각이 완전한 편견에 지나지 않았음을 또 고백해야 했다.
그렇다. 그녀는 배를 탔고 6개월동안 바다를 떠다니는 상선에서 일을 하고 다시 6개월만에 휴가를 받아 육지생활을 한달정도 하고 다시 배에오르는 쉽지 않은 삶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삶 뿐만 아니라 3만톤의 배의 무게 만큼의 책임감을 등에 얻고 일을 하면서 그렇게 스물 일곱의 나이에 걸맞지 않는 고뇌와 성찰과 사색들. 그리고 그 끝에 이 책이 만들어 질 수 있었다.
단순히 바다라는 외로운곳, 육지와 떨어져 가까이 있고 싶은 가족 친구들과 떨어져 망망대해에서 지내기에 이런 글쓰기가 가능했을까? 물론 글을 쓸 동기와 깊은 사색을 위한 조건은 될수 있었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있는다고 해서 이런 글이 저절로 나올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저자만의 관찰력과 풍부한 감성과 조화를 이룬 날카로운 분석 그리고 그 모든것을 담담히 글로 끌어내는 내공이 그냥 환경이 만들어 낸것은 절대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저자는 수없이 읽고 쓰고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을것이라 생각한다. 그녀가 처음 3항사로 배를 타며 좌절하고 어려움을 겪다 자신의 의지로 이 모든 상황들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했던 그 모습처럼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동안 잊고 있었던 나의 20대가, 나의 청춘시절이 떠올랐다. 그녀가 처음 배에 올라 첫 항해를 하고 선장에게 "실망했다"는 말을 들었을때 받았던 그 느낌, 그 생각들.. 자신이 쓸모없는 인간이 된것 같은 비참함.
실수 투성이의 그날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방에 들어와 펑펑을 울다가 다시 그 상황들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설득하고 다독이는 그 모습들.
잊고 있었다.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것을. 마치 그런 시절이 있기라도 했냐는 듯이 새까맣게 잊고 있던, 정말 오랜 기억속에 묻혀져 있던 그 기억들이 신기하게도 수면위로 떠올랐다.
나에게도 서투르고 어렵고 힘들고 무서웠던 사회 초년생으로서 직장생활을 하던 그 무렵 그 시절들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철도 없고 아는것도 없고 경험도 없고 멘탈은 더욱더 약하던 그 시절. 회사 화장실에서 조용히 눈물을 삼키던 날들이 있었다.
남몰래 집에 와서 무언가 억울하고 비참한 기분에 울었던 날들이 나에게도 있었다.
남자들만 바글바글하던 분야에서 어쩌다 있는 여자 선배들도 그닥 친절하지 않고 더 어렵고 무서웠던 그 시절.
실제 상황으로 연결되어 돌아가는 시스템이다보니 아주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3만톤의 배를 항해하며 그 책임감의 무게로 늘 긴장하고 힘들어했던 저자는 그래도 나보다 훨씬 야무지고 그시절 나보다 더 단단해 보였다.
슬픔의 반대말은 행복이 아니라 일상이 아닐까.
일상에 늘 행복이 깃든것이 아니라, 행복은 찰나의 순간 배어 나오는 일상의 선물 같은 것이다.
인생을 좀더 살아온 나지만 그녀의 글을 읽으며 이미 철도 단단히 들고 상황에 대해 받아들이고 개척하고 때론 극복하며 자신만의 인생을 만들어 가기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녀의 자세에서 좀더 나이를 먹었다고 말하고 있는 내가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내 젊은날, 그리고 지금의 나를 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 함부로 나이로 그 한계를 제한하고 판단했던 내 자신도 부끄러워졌다.
세상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보이는 길이고, 또 하나는 보이지 않는 길이다.
...
보이는 길에는 이정표와 가로등이 세워져 있다. 따라갈 수만 있다면 큰 문제없이 목표 지점에 다다른다. 학교가 그렇고, 취업이 그렇고, 결혼이 그렇다. 할 일을 하다보면 이정표들은 어느새 내 옆을 스쳐 가며 방향을 지시한다. 보이는 길은 모두의 길이며, 모두의 방향이다.
...
모두가 걷는 길을 따라 왔는데, 어느 순간 내가 보이지 않는 길 위에 들어섰음을 서늘하게 느낄 때가 있다.
보이지 않는 길을 찾기 위해 스스로에게 질문해야만 한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이곳에 있는가.'
바다 위에서 나에게 던져진 질문들은 친절하지 않았다.
그렇다. 자신의 인생을 정신없이 살다보면 어느새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을 잊을 때가 많다.
새삼 내가 지금 모하고 있는것일까? 나는 무엇을 위해 이것을 할까? 이 일들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자문하고 되짚어 보는것이 인생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걸 살아오면서 느꼈다. 인생의 굴곡을 겪을때 이 질문에 대한 고민 없이 살다 어느순간 막다른 길을 맞딱뜨린것 같은 상황을 맞이할때는 그 힘듬이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오기 떄문이다.
저자의 저 사색의 질문들을 보면서 나의 20대에 그런 질문들을 얼마나 깊게 얼마나 치열하게 생각하고 답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물론 그때도 이직이나 이 일을 계속 할것인지 이런 고민들은 간간이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일에 매몰되어 그런 여유조차 갖지 못했던것 같다.
이 책을 다 읽고 난후 이제 곧 취업을 앞두고 있는 조카에게 꼭 권해주고 싶다. 취업도 어렵고 첫 직장생활이라는것이 얼마나 긴장의 연속이고 녹록치 않은지를 알기에 이 책이 큰 위안과 힘이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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