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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09월 0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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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16쪽 | 484g | 135*210*19mm |
ISBN13 | 9788950982997 |
ISBN10 | 8950982994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3일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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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07일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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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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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내가 살아보지 못한 시대와 장소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몰입감 있게 그 시대의 상황과 분위기를 독자를 끌고 가는 소설을 우리는 뛰어난 작품으로 여긴다.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1920년대의 미국 상황을 가장 잘 재현한 소설이라면 단연코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이야기할 것이다. 비록 이 소설을 안 읽어본 사람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동명 영화를 통해 이 소설의 줄거리를 대략적으로는 알 것이다. 그만큼 이 소설은 미국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1920년대의 재즈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작가 피츠제럴드는 바로 그 재즈 시대를 영욕을 함께 했던 작가일 것이다.
작가나 예술가, 철학가들의 작품과 삶의 여정을 따라가는 시리즈인 클래식 클라우드의 12번째 작품은 바로 '피츠제럴드'이다. 피츠제럴드는 [위대한 개츠비]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장편소설과 단편소설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그러기에 피츠제럴드의 이름을 떠올리면 단상에서 흑인들의 재즈 연주와 함께 화려한 파티 문화를 열고 있는 1920년대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은 피츠제럴드의 생이 결코 화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미 [위대한 개츠비]에서 짐작을 했지만, 그는 철저한 계급적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리고 그 원인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 '지네브라 킹'과의 관계 때문이었다. 평범한 중산층 출신이었던 피츠제럴드는 시카고 금융부호의 딸인 지네브라 킹이라는 여인과 사랑을 했지만 결국 계급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헤어지게 된다. 그 상처로 더욱더 상류계층으로의 도약을 위해 몸부림치고 소설을 쓰고, 소설가로 성공한 후 지네브라킹을 닮아지만 그녀보다 더 어리고 상류층 계층이 젤다라는 여성과 결혼한다. 결혼 후에도 상류층으로 올라가기 위한 몸부림으로 파티와 술, 그리고 호텔 생활에 빠져 산다. 그리고 그의 대부분의 작품들은 이런 몸부림에서 탄생한다.
그러기에 그는 계급의 사다리에서 한 칸 더 올라서기 위해, 끊임없이 돈을 벌어야 했고, 닥치는 대로 단편소설을 써야 했다. 상류층 사교계에 발을 디딘 후에는 한평생 부를 과시하는 생활을 했다.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서 장기 투숙을 하고, 대저택에 거주하고, 상류층 파티에 고급 옷을 입고 참석해 주인공을 자처했다. [위대한 개츠비]는 물론, [분별 있는 일], [리츠호텔만한 다이아몬드] 등 막대한 부와 성공을 소재로 한 거의 모든 작품이 이 과정에서 탄생했다. 이 작품들에는 그의 열망과 상처, 상처를 극복한 방식, 계급에 대한 투쟁이 담겨 있다. 이 작품들은 그의 이야기고, 이 작품 속 주인공들은 그 자신이다. 그중 개츠비는 피츠제럴드와 너무 닮았다. 한평생 원하는 것을 얻고자 불나방처럼 날아들었지만, 결국 마지막 날갯짓은 불꽃 속에서 해야 했다. (P 40)
이 책은 이런 피츠제럴드의 생과 삶의 장소인 미국과 프랑스를 무대로 여행하며 쓰인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최민석 작가는 피츠제럴드가 말년에 초라하게 생애를 마감하는 할리우드의 무쏘앤드프랭크그릴이라는 식당으로부터 시작되어, 역순으로 그가 가장 화려한 삶을 살았던 뉴욕의 삶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 좋아해서 항상 책이 출간되면 [김태훈의 책보다 여행]이라는 팟캐스트를 통해 작가와의 대담을 듣는다. 이 대담에서 저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피츠제럴드에 대한 이야기가 초라하게 끝마치는 것을 원치 않아서 이런 구성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 부분이 무척 공감이 간다. 그래서인지 그의 몰락했던 생에서부터 시작해서 그의 화려한 전성기로 끝맺는 책을 읽어가는 과정이 특별한 경험이었다.
책의 초반부는 피츠제럴드의 LA 생활에서 시작한다. 그는 연이은 작품의 실패(그중에는 지금은 우리가 위대한 작품을 여기는 [위대한 개츠비]도 포함되어 있음)와 향락의 생활에 의한 빛 더미, 그리고 아내 젤다의 조현병 증상과 본인의 건강 악화로 인해 LA의 말리부로 이주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생활하며 '무쏘앤드프랭크그릴'이라는 식당에서 마지막 재기를 위한 작품을 쓴다. 그러나 결국 빛을 바라지 못하고 44살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을 했다. 우리가 아는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치고는 너무나도 초라한 죽음이었다.
작가는 이 책에서 미국 서부에서 동부로 이동하면서 피츠제럴드의 몰락에서부터 시작해 화려한 성공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볼티모어이다. 이미 작가로서의 몰락이 시작되고, 아내의 조현병까지 겹치자 피츠제럴드는 이곳에서 아내의 치료를 하면서 삶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 자신도 알코올중독이 심해졌다.
1935년 10월, 피츠제럴드는 딸과 함께 존스홉킨스대 맞은편인 케임브리지 암스 아파트로 이사했다. 재정 문제가 날로 악화되었고, 아내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중략- 작품, 경제적 상황, 아내의 건강...... 어디에서도 희망이 보이지 않자, 그의 알코올 의존도 역시 날로 높아져갔다. 평생 동안 상당한 음주가였으면서, 그중 대부분의 시간을 알코올 중독자로 보낸 피츠제럴드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당신이 술을 마시고, 나중에는 술이 술을 마시고, 급기야는 술이 당신을 마신다." 술이 피츠제럴드를 마신 시기가 있다면, 바로 이때부터였다. (P 97-8)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면 당연히 피츠제럴드가 최고의 성공을 이룬 뉴욕에서의 삶이었을 것이다. 당시 미국은 1차 세계대전으로 세계의 부가 미국에 집중되는 역사상 최고의 성장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금주령과 같은 청교도적 법으로 인해 외적으로는 술 등이 금지되었다. 그러나 부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특정한 장소에서 파티와 술 문화를 즐겼다. 이런 파티에는 당시에 유명한 흑인 뮤지션들을 불러 재즈 음악의 연주가 빠지지 않았다. 바로 1920년대 미국 재즈 문화의 단편상이다. [위대한 개츠비]에서도 이런 화려한 파티 문화가 자주 언급된다. 피츠제럴드가 살았던 시대가 바로 이런 시대였고, 그는 이런 시대에 성공을 거머쥐고 그 화려한 문화의 한 가운데에서 주인공 행세를 하며 살았다.
어쨌든 이 시기의 피츠제럴드는 누구도 세울 수 없는 증기 기관차 같았다. 성공이라는 경적을 요란스럽게 울리며 달리는 기관차, 그리고 이때부터 우리가 아는 피츠제럴드의 방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최고급 호텔인 빌트모어에서 결혼을 축하한답시고 아내와 회전문 안에서 30분 넘게 뺑뺑 돌리기도 하고, 스위트룸에서 웨딩 축하 파티를 소란스럽게 즐기다 손님들의 원성을 사 쫓겨나기도 한다. 그즈음 아내 젤다 역시 이미 '와이들 차일드'라는 불명예스러운 명성을 얻은 뒤였다. 유니언스퀘어 분수대 안에 옷을 입고 들어가 놀았기 때문이다. 좋은 시선이든, 나쁜 시선이든 어찌 됐든 이제 이 부부는 재즈 시대 사교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존재가 됐다. (P 223)
작가나 예술가는 무언가 그 안에 꿈틀거리는 욕망이나 열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욕망과 열정이 작품으로 승화될 때 위대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피츠제럴드에게 그 욕망과 열정은 바로 계급적인 열등감과 계급적 상상을 향한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그를 위대한 작가로 만들어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반면 그를 몰락시키고 초라하다 못해 비참한 말년을 보내게 한 것도 바로 그 안에 존재했던 그 욕망과 열정이었을 것이다. 성공해도 성공해도, 올라가도 올라가도 공허한 그 안의 무언가가 그를 그렇게 추락하게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위대한 개츠비]를 읽기 시작했다. 마침 여름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읽은 후여서 [위대한 개츠비]를 다시 한 번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1920년대의 화려한 재즈 시대의 욕망의 화신인 개츠비를 다시금 만나고 싶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위대한 개츠비]를 읽는다면 그 속에 담겨있는 피츠제럴드의 욕망과 열정을 더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무척 읽고 싶었던 책이었고, 피츠제럴드의 인생에 빠져들 듯 읽어 내려갔지만, 막상 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과연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위대한 개츠비’를 통한 그의 작품세계? 피츠제럴드라는 인물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 아니면 사교계의 아이콘 마냥 화려함이 절정에 이르렀던 그가 이와는 대조적인 곤궁과 궁핍함으로 생을 마쳤다는 그 극적인 반전에 대한 안타까움? 그 무엇이라 해도, 그의 비극적 삶을 궁금해했던 것이 얼마나 잔인한 호기심인지,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게다가 피츠제럴드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었는지, 이 책을 읽으며 새삼 알 수 있었다. 심지어 나는 그의 부인 젤다를 피츠제럴드의 청혼을 ‘가난’을 이유로 거절했던 첫사랑과 동일시하고 있었다(젤다 역시 피츠제럴드에게 파혼을 선언한 것은 맞지만, 그의 첫사랑은 젤다가 아닌 지네브라 킹이었다).
대부분 피츠제럴드를 뉴욕 작가로 여긴다. 일부는 파리의 작가로 기억한다. 어느 쪽이건 피츠제럴드는 화려한 도시와 사교계를 대표하는 작가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p.292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명성을 최고로 꽃피웠던 시기에 피츠제럴드는 뉴욕에 있었다. 가장 찬란했던 청춘기에 뉴욕에 있었고, 그 열기가 채 식지 않았던 때에는 파리에 있었다. p.292
이 대목을 읽다가 딱 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헤밍웨이와의 연관성 때문인지, 아니면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때문인지 나는 그가 오랜 시간 파리에 머물렀으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의 설명을 보니, 1924년 4월 프랑스로 이주해 1926년 12월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으니, 2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을 보냈을 뿐이다(이후 1928년 약 5개월간 파리에 머물렀다고 적고 있다).
이런 내게 피츠제럴드의 삶을 거꾸로 되짚어 가는 책의 시작은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가 이렇게나 초라한 모습으로 마흔 넷이라는 나이에 심장마비로 죽다니. 게다가 이미 그는 현실에서도 외면받고 있었다. 사람들이 극찬하는, 아니 나를 매료시킨 ‘위대한 개츠비’가 그의 생전에는 독자들에게 외면받았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죽기 직전의 피츠제럴드는 마흔네 살이었고, LA에 살았다. 하지만 이미 죽은 존재였다..(중략).그는 살아 있었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 죽어 있었다. 황금기 미국의 정점에 선 인물과, 살아 있지만 죽은 줄로 착각될 만큼 잊힌 인물이 동일인이라니. 그 인생의 파고가 어느 정도일까 궁금했다. p.25
야심찬 소설 제목과 달리, 피츠제럴드가 평생 찍어낸 ‘위대한 개츠비’의 판본은 2쇄가 전부다. 그리고 그 2쇄본은 그가 죽을 때까지 스크리브너출판사의 물류 창고에 남아 있었다. p.47
그는 자신이 죽은 해 봄, 젤다에게 편지를 써서 “이제 나는 완전히 잊혔소”라고 고백했다. p.52
앞에서 언급했듯이 책은 LA, 볼티모어, 프린스턴 그리고 뉴욕으로 그의 행적을 따라가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덕분에 책장이 넘어갈수록 화려했던 그와 젤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다행이라는 생각보다 안타까움이 앞선다. 뉴욕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에서 파티를 열던 그 순간, 그는 자신의 감정을 고양시켜 글쓰기에 도움을 주었던 알코올로 인해 생을 마감하리라는 것을, 사랑했던 젤다가 조현병을 앓게 될 것이라는 것을 짐작이나 할 수 있었을까
맨정신으로 쓴 소설들은 시시해. 그건 감정 없이 이성으로만 쓴 글이라 그래. 술을 마시면 감정이 고양되고, 나는 그런 감정을 이야기로 만들어. p.32
저자는 ‘위대한 개츠비’의 이야기와 피츠제럴드의 삶을 교차하며 이야기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것이 개츠비의 이야기인지, 피츠제럴드의 이야기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만큼 그의 삶은 개츠비의 그것과 닮아있다. 그는 자신의 비극적인 생을 개츠비를 통해 미리 표현한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피츠제럴드의 죽음과 개츠비의 죽음을 닮아 있다. 둘 다 한평생 원하는 것을 얻고자 투쟁했으나, 결국 실패하고 죽어버렸다. p.39
개츠비는 데이지에게 청혼했다가 거절당했는데, 피츠제럴드 역시 젤다에게 청혼을 했다가 거절당했다. 이유 역시 같다. 표면상으로는 ‘불투명한 미래’ 때문이었고, 현실적으로는 ‘부잣집 출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p.142
‘헤밍웨이’를 읽으며 궁금했던 두 사람의 관계는 책에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고, 중간중간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중 당시 세상이 외면했던 ‘위대한 개츠비’를 알아본 몇 안되는 사람에 헤밍웨이가 있었다는 대목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 글을 읽으며 이후 둘의 관계가 어긋나게 되었다는 것이 더욱 안타깝기도 했다.
나는 스콧이 무슨 짓을 하든, 그리고 그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든, 그의 좋은 친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위대한 개츠비’처럼 좋은 소설을 쓸 수 잇는 사람이라면 그보다 더 좋은 책도 얼마든지 쓸 수 있으리라고 나는 확신했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파리는 날마다 축제’ 195쪽 pp.192-193
책을 읽고 나니 피츠제럴드라는 작가와 그의 작품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강렬해졌다. 다만, 그의 비극적인 삶이 아닌 작품으로 만나고 싶었는데, 어쩌면 그것이 작가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은 다 읽었지만, 한동안 이 책의 여운이 남을 것 같다. 그래서 일까? 나 역시 저자와 마찬가지로 ‘위대한 개츠비’의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 하고 싶어졌다.
그리하여 우리는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 가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 '위대한 개츠비' 중에서. p.293
*나에게 적용하기
'위대한 개츠비'를 다시 읽어보기(적용기한 : 10월 중)
*책에서 언급한 물에 대한 은유에 대해서도 찬찬히 살펴보고 싶다.
‘위대한 개츠비’에는 이 물에 관한 은유가 흘러넘친다. 물을 빼놓고, 젖는다는 것의 의미를 빼놓고 이 소설을 제대로 읽기란 어렵다. p.68
그토록 원하던 물 위에 떠 있는 삶이, 죽고 나서야 가능해졌다. 허망하다. 피츠제럴드가 말하고 싶었던 바는, 애초부터 ‘떠 있는 삶’, 즉 ‘아메리칸드림’이라는 것은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p.73
*기억에 남는 문장
작가들은 떠돌이였기에 작가가 됐지만, 작가이기에 더욱 떠돌이가 된다. p.17
작가는 쓸수록, 쓰는 일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중략)..대개 장인들이 몸담은 분야는 경력이 쌓이면 어둠의 안개가 걷혀 갈 길이 보이지만, 소설가의 경우는 쓰면 쓸수록 그 어둠이 짙어져만 간다. 안개는 내 앞의 시야뿐 아니라, 나 자신도 축축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글을 쓸수록 어둠 속에서 벽을 짚으며 앞길을 찾는 심정이 된다. p.55
그에겐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어저면 피츠제럴드에게 ‘쓴다’는 ‘산다’와 동의어였을 만큼, 사는 동안 써야 했다. p.94
그래, 갈 테면 가라, 그는 생각했다. 4월은 흘러갔다. 이제 4월은 이미 지나가 버렸다. 이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사랑이 있건만 똑같은 사랑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 분별있는 일, p.113
‘분별 있는 일’은 ‘거절하고, 거절당하는 삶’을 다룬다. 당하는 사람은 물론, 거절하는 이도 결국은 내쳐진 이에게 거부당한다. 상처를 주었기에, 나중에는 상처를 되받게 되는 것이다. p.114
간혹 생은 일상이 고통으로만 이어질 때 기쁨의 순간을 휴가처럼 주는데, 이곳이 그 휴가지 같았다. p.117
돌아오며 생각했다. 길을 잘못 들고, 시간을 낭비하고, 진정 없어보이더라도, 생을 살아가는 이는 앞으로 한 발짝을 내디뎌야 한다는 것을. p.128
소설을 쓰는 것이 일상이 되고, 작가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결국 소재는 떨어지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표현은 진부해지기 마련이다. 이때부터 작가들은 소설 쓰기가 육체노동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p.129
손으로 책 표지를 쓰다듬어보았다. 92년 전에 피츠제럴드가 만지고, 윤문한 책이다. p.195
*저자는 파이어스톤 도서관(프린스턴대 중앙 도서관에 해당)에서 ‘위대한 개츠비’의 초판본을 읽었다!
문학의 위대함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시대는 변할지라도, 작가가 쓴 문장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시대를 뚫을 힘만 있다면, 문장은 살아남는다. p.199
피츠제럴드는 자신의 원고 중 많은 부분이 불필요하다고 느꼈다. 글은 쓰면 쓸수록 채우는 게 아니라 비우는 것이라는 걸 느끼는데, 피츠제럴드는 책을 내고 난 후에도 덜어내고 싶어 했던 것이다. p.202
나는 이 시간을 소설이 익는 시간이라 부른다. 때로 소설은 커피와 술 같아서, 처음 맛볼 때는 쓰고 독하고 거부감도 들지만, 점점 그 맛에 감각과 영혼이 눈뜨기 시작하면 다시 찾게 되는 것이다.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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