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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2년 11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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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6쪽 | 405g | 145*215*20mm |
ISBN13 | 9788997780037 |
ISBN10 | 89977800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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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보수’의 이중성에 대해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남긴 말이 있다. “따뜻한 보수, 듣기는 좋은 말이지요. 그러나 뜻은 이런 겁니다. 도와주고 싶어. 진짜로. 하지만 알잖아. 우리가 그렇게 못한다는 거.” 씁쓸한 웃음이 절로 난다. 기득권을 공고히 나눠 가진 자들이 아껴 쓰는 이 말의 본뜻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 알고 있다. 그렇게 못한다는 거. 하는 짓 보아하니 그럴 뜻 추호도 없을 것이라는 거.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같이 나누자 함께 가자하면 바로 종북세력이 어쩌니 하며 매도해 버리는 몹쓸 병을 앓고 있다. 합리적 이성이 마비된 사회가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 정당한 몫을 나누자 하면 서민주제를 알라 면박주고 복지를 얘기하면 살림 거덜날 듯 호들갑을 떤다. 권력, 정치, 문화, 교육 그리고 상식, 그리고 공동체. 저자는 이 정부 들어 우리가 모른 척 하는 사이 망가지고 바스러져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아픔으로 되돌아온 것들을 자세히 이 책에 담아 놓았다.
지금 여기, 곁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공동체를 부활시키자’는 한마디 전하기 위해 망가지고 박살난 현재의 우리 모습을 치밀하게 준비하여 선명하게 내놓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 언어의 정의마저 혼란스러운 가치의 혼돈속에서 저자는 ‘따뜻한 보수’라는 말에 속아 아직도 넋을 잃고 있는 주권자 민주시민들의 권리와 사명을 일깨우고 있다. 대선을 코앞에 둔 이 즈음에 정신을 바짝 차리라고 꼬집는다.
이 책은 큰 줄기로 ‘정부가 망가뜨린 것’과 ‘우리 자신이 망가뜨린 것’을 그려내며 결론으로 그래도 우리가 희망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제시한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홀려 사람가치 묵살하고 상식과 공동체를 망친 이 정권이 온갖 검은 돈으로 추악하게 저물어가는 모습을 본다. 자비, 사랑, 명예 그리고 양심! 저자는 우리 삶을 움직이는 동기가 결코 돈만이 아님을 힘주어 말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예문은 탄성이 절로 나고 저자의 예리한 분석은 무릎을 치게 한다. 날카롭게 짚으면서도 날에 베이지 않고 웃어넘기게 한다. 명함과 동영상을 놓고 합리적으로 의심해 볼 때, 자신은 ‘비비케이가 이명박 대통령 소유임을 확신한다’고 외치는 저자의 패기가 든든하다.
한국 기업이 자랑하는 ‘친절 서비스’에는 생존의 절박함이 묻어나는데 그 절박함이라는 게 기업편에서의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베푸는 직원 개인편에서의 절박함을 말한다고 하니 뒷설명이 궁금하다. “게다가 이 친절은 같은 친절로 보답받지 못한다. 스스로 왕이라고 믿는 손님으로부터도, 직원의 명줄을 쥐고 있는 고용주로부터도...” 그리고 가슴 후련하도록 이렇게 정리한다. “고용주는 차별화도 안 되는 고만고만한 상품을 내놓고 나서 직원들에게 몸으로, 모욕으로 때우라고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손님은 유세 떨지 말아야 한다. 상대의 생존을 무기로 친절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그건 소비자로서 누려야 할 권리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피해야 할 무례다.”
누리꾼들이 ‘OO녀’라며 열심히 퍼 나르는 ‘김여사 현상’을 주시한다. 저자는 이 현상을 통해 (여성이라는)약자를 조롱하는 비겁한 사회의 일면을 파헤친다. 건장한 사내가 지하철에서 여중생을 수 십 분간 성추행하는 동안 아무도 폰카를 꺼내지 못했다는 사례에 맞대본다. 이는 용기없는 자가 ‘만만한 상대만을 물고 늘어지는’ 패배주의에 찌든 비열한 공명심이 만연된 모습이라는 것이다.
야만의 언어로 ‘지방대학’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 인재발굴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있다. 한 사회가 남을 얼마나 잘 배려하는지는 ‘약자가 어떤 대접을 받는지 살펴보면 된다.’는 주장이다. 한국에서의 장애인. 어느 사회든 10%가 장애인이라고 가정할 때, 우리가 길에서 마주치는 10명중 1명이 장애인이 아니라면? 이는 “그들이 부당하게 감금되어 있음을 뜻한다.” 우리 사회엔 아직도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고 하는 한국사회 보수세력의 주장이 무지와 몰이해의 산물인 것임은 그의 신랄한 한마디로 납득이 된다. “일자리가 복지인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 복지이다.”
망가진 교육 편에서 영어병을 지적한다. “어쩌다 길에서 마주치는 외국인에게 길 안내를 하는 것이 공교육의 목표가 아니라면, 차기 정부는 영어교육을 우선순위로 내세운 교육정책을 거둬들여야 한다.(중략) 이런 기본적인 교육 없이 영어 실력만 강조해서 얻을 수 있는 국가 경쟁력은 무엇인가?”
저자는 침팬지조차 배려와 협력의 본능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한 동물실험을 예로 들며 ‘사회적 본능’을 회복하자고 주장한다. 새벽기도에 참석할 아파트주민들이 배달사원들은 승강기를 사용하지 말라며 민원을 냈다는 것을 예수님이 그들의 새벽기도에 어떤 응답을 주실까 의구심을 갖는다. 예수님의 활금률 “네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 예수는 물론 침팬지도 이러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에필로그에서 ‘한국 사회의 변화를 갈망하는 당신에게’ 저자가 남기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이미 ‘예수라면 어떻게 하실까’에 앞서 ‘침팬지라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해야 하는 사회가 되었지만 ‘사회적 본능’을 되찾는 것만이 한국이 몰락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살만한 세상이 별건가. 네 꿈이 이루어져야 내 꿈도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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