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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11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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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276쪽 | 454g | 125*190mm |
ISBN13 | 9791162730652 |
ISBN10 | 116273065X |
KC인증 |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인증번호 :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08월 29일 ~ 2024년 10월 31일
10월의 굿즈 : POINT OF VIEW 북커버/스탬프/유리 티포트/페이퍼 아크릴 문진/북 백/저널 노트
2024년 09월 30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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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교수는 그의 전작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글은 거칠었지만 품격이 있는 글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그가 다음에 또 다른 책을 쓰게 된다면 그의 글쓰기가 달라지지 않기를 기대했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신문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라고 한다. 신문에 관심을 끊은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책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글들이었다. 새삼 신문을 다시 구독할까도 생각해 보지만 어느 신문에 어떤 칼럼을 쓸지 모르기에 한낱 상상에 그칠 뿐이다.
이 책은 [논어]에 대한 에세이라고 한다. [논어]라면 공자의 말을 기록한 책으로 대표적인 동양고전으로 꼽힌다. 또한 [맹자], [중용], [대학]과 더불어 사서의 하나로써 전통시대부터 우리의 말과 행동을 규정짓기도 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논어] 혹은 그 주역서를 읽으며 뜻을 새기고 삶의 지혜를 구하고자 한다. 사실 나 역시도 젊어서는 멋모르고 읽은 [논어]이기에 다소 고리타분하다는 인상을 받은 적도 있지만, 지금에 와서는 미처 알지 못했던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알아가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저자는 과연 [논어]를 어떻게 읽을까? 호기심과 함께 궁금증이 일었다.
먼저 ‘만병통치약을 표방하는 고전해석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동양고전에 대한 상대적으로 정확한 지식이 아니라, 부지불식간에 전시하는 지적권위에 대한 화급한 욕망, 사회인들의 전방위적 멘토가 되어보겠다는 허영, 그리고 무엇보다 지성계에 광범위하게 뿌리 내린 허위의식이다.’(10쪽)라고 말하는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이 책은 아마 [논어]를 우리가 통상적으로 이해하는 것에서 벗어나 조금은 삐딱하게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우리는 동양고전을 읽을 때 역자의 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원전을 해석할 수 있다면 별개이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역자의 해설과 그의 해석이 반영된 번역물을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가 읽는 [논어]에 대한 기대는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어서 저자는 ‘고전 텍스트 읽음을 통해서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은, 텍스트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삶과 세계는 텍스트다.’(17쪽)라고 말한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은 텍스트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니, 그럼 이제까지 우리가 읽어온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제대로 된 텍스트를 제대로 읽어왔는지에 대해서는 쉽사리 그렇다고 대답을 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한다.
[논어]는 알다시피 공자의 글과 말을 후대의 제자들이 편집한 책이다. 그러기에 [논어]에 나와 있는 글들은 공자의 생각이 맞기도 하겠지만 서술한 사람들의 기대치와 사상 또한 어느 정도 개입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논어]라는 텍스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자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논어]의 주제에 대해 읽기 전에 공자가 살았던 춘추시대를 살펴본다. 그렇게 공자를 읽으면 [논어]에 드러난 공자의 입장이 당대의 산물임을 알게 된다. 저자는 춘추시대라는 ‘당대의 자료 속에 들어가 보면, 공자는 그가 속한 시대의 문제를 고민했던, 자기가 속한 공동체문제를 사유했던, 지성인의 한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72쪽)한다고 말한다. 춘추시대는 전국시대와 달리 주나라 왕실에 대한 존왕양이의 명분을 우선시했지만 후기로 가면서 차츰 명분보다는 실리, 도덕보다는 현실을 중시했기에 그 시대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말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또 공자를 읽으면서 그의 침묵에 주목한다. ‘다른 사람이 침묵을 선언할 때, 진짜 침묵하는 사람은 침묵하겠다는 말조차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있다. 침묵을 선언하는 사람은, 선언하는 만큼 침묵하지 않는 셈이다.’(32쪽) 논어속의 공자가 불필요한 과장을 비판하고 삼가 말하기를 옹호하기도 했지만 그의 의도된 침묵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공자를 읽은 저자는 이제 본격적으로 텍스트를 읽는다. 그는 [논어]를 관통하는 여러 주제들을 두 가지로 분류한다. 하나는 ‘실패를 예감하며 실패로 전진하기’라는 제목아래 仁(인), 正(정), 欲(욕), 禮(예), 權(권), 習(습), 敬(경), 知(지)라는 주제 속에서 공자의 모습을 읽는다. 저자는 공자를 두고 기적과는 인연이 멀었던 사람, 신이 아니라 인간에 불과했던 사람, 결핍을 느꼈기에 과잉을 꿈꾸었던 사람, 안되는 줄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공자에 ‘매료된 이들은 텍스트를 남기고, 남겨진 텍스트는 상대를 불멸케’(107쪽)하기에, 필멸자로서의 육체를 가진 공자는 사라졌지만 텍스트를 통해 편집된 공자의 페르소나는 사라지지 않고 오늘날까지 전승되어 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불완전함을 아는 것은 물론, 해도 안되는 줄을 알면서도 지속적으로 실패하기를 선택한 공자를 통해 저자는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을 읽어낼 수 있게 해준다. 다른 하나의 분류는 ‘회전하는 세계의 고요한 중심점에서’란 제목으로 省(성), 孝(효), 無爲(무위), 威(위), 事(사), 再現(재현), 敎學(교학)의 주제를 가지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야만 하는 정치공동체에 대해 공자와 [논어]의 편집자들이 가졌던 생각을 읽는다. 공자가 꿈꾸었던 이상적인 정치공동체와 후대인들이 꿈꾸었던 바람직한 정치공동체의 그 모습이 달랐기에 [논어]는 해석과 재해석의 단계를 밟을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논어]가 다양한 이들에 의해 기록된 파편들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 취합된 불균질한 텍스트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논어]는 공자가 등장하는 많은 고대 문헌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런 [논어]가 고전의 지위를 누리게 된 다음부터 [논어]의 중심성이 역사적 사실이 되었고, [논어]는 어느 순간부터 내용 때문이 아니라 유명하다는 사실 때문에 유명한 텍스트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저자가 [논어]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성급한 혐오와 애호 양자로부터 거리를 둔 어떤 지점에 설 때야 비로소 자신이 다루고자 하는 대상의 핵심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268쪽)라며, 그 지점이 바로 이 책 논어 에세이가 서있고 싶은 지점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유교라는 말로 지칭하건, 유학이라는 말로 지칭하건, 그 대상은 매우 오랜 시간에 걸쳐 불균질하게 전개되어온 전통이기에 시공을 넘어선 불변의 유교본질 같은 것은 없지만, 유학이라는 말이 현대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문제점들을 도맷값으로 넘기는데 남용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따라서 [논어]를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보다 복합적이고 역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그가 구상하고 있다는 논어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전작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의 글쓰기에 반했다. 글의 품격이란 말이 어떤 것인가를 알려주는 것 같기도 하고, 인문 에세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동서양은 물론 2500년 전 춘추시대부터 조선을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논어]의 주제를 찾아 시공을 넘나드는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비로소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나는 철학이나 사상과 같은 형이상학적 문제와는 별로 상관이 없고 잘 알지도 모르는 문외한이다. 그렇지만 어떤 텍스트를 읽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읽었느냐가 내가 누구인지를 알려준다는 그의 말을 가슴에 담고, 다시한번 [논어]를 읽어봐야겠다. 모처럼 책읽기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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