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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3년 05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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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0쪽 | 500g | 153*224*20mm |
ISBN13 | 9788956056531 |
ISBN10 | 89560565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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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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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현 이란 이름을 처음 만난 것은 그의 전작 《책은 도끼다》를 통해서다. 나의 독서이력을 이분한다면 그의 책을 만나기 전과 후로 나눠질 것이다. 《책은 도끼다》는 경제서적과 자기계발서 위주의 독서이력을 가졌던 나의 책읽기 성향을 완전히 바꿔놓았고,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알려줬다. 카프카의 [변신]의 한 구절인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 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에서 인용된 《책은 도끼다》는 시베리아 벌판처럼 두껍게 얼어붙은 나의 감성의 얼음을 깨는 도끼가 되었다. 그만큼 그의 책의 강렬했고 그 강렬함은 나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직접 만나본 그의 인상은 글처럼 강하지 않았다. 《책은 도끼다》의 표지사진이나 여타 다른 사진에서 강한 이미지로 인식되었던 그는 정작 옆집 아저씨처럼 친근했다. 글을 보면 그 사람을 안다고 했던가. 하지만 박웅현은 달랐다. 《책은 도끼다》의 강함은 어디가고 조금은 특이하게 생긴 옆집 아저씨의 순박함을 풍겼다. 강한 그의 이미지가 이 책을 집필하면서 달라진 것인지, 원래 그의 이미지가 그런지는 모르겠다. 『여덟 단어』는 어깨에 힘을 빼고 편하게 던지는 투수의 공처럼 부드러웠다.
책읽기의 성향이 바뀌니 생활 또한 바뀌었다. 삶에 변화를 주지 않는 책읽기는 그저 킬링타임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어느 작가의 말처럼 삶을 바꾸지 않는 책읽기가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하다못해 책을 선택하는 취향이라도 바뀌어야 제대로 된 책읽기라는 생각이 책을 읽을수록 굳어지는 생각이다. 하지만 박웅현은 이 책의 머리말을 통해 “인생은 몇 번의 강의, 몇 권의 책으로 바뀔 만큼 시시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유는 인생을 두고 이 여덟 가지를 생각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고 얘기한다. 하지만 이 말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주위에 책을 통해 삶이 바뀐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의 말처럼 인생이 몇 권의 책으로 바뀔 만큼 시시하지 않기도 하지만, 강렬한 책 한권과 마음에 와 닿는 한 줄의 문장으로 한사람의 삶이 바뀔 수 있다. 그만큼 좋은 글이 주는 효과는 위대하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굳이 아까운 시간을 내어 책을 읽을 이유는 없을테니까. 그의 책을 통해 바뀐 나를 뒤돌아볼 때 이런 그의 생각은 선뜻 동의가 되지는 않는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를 여덟 개의 단어로 압축했다. 20, 30대의 젊은이들에게 강의한 내용을 모아 집필한 책이어서인지, 아니면 그의 강의를 들을 젊은이들을 배려한 때문인지 그의 문구가 부드럽다. 그저 지나가는 옆집 아저씨가 얘기하듯, 한지에 물이 스며들 듯, 그렇게 소곤소곤 자신의 얘기를 풀어나간다.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라는 부제의 여덟 단어는 “자존, 본질, 고전, 견(見), 현재, 권위, 소통, 인생”이다. 한데 책을 읽어가다 보면 이 여덟 단어가 한곳을 지향하고 있다. 바로 그것은 삶이다. 그냥 삶이 아니라 바로 행복한 삶이다.
개인적으로 여덟 단어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단어는 자존(自尊)이다. 자존(自尊), 스스로 자(自)에 중할 존(尊)이다. 즉 나를 중히 여기는 것을 말한다.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은 남에게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소신이다. 즉 나를 귀히 여기는 자만이 남에게서도 귀함을 받는다는 것이다. 자식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내 자식을 귀히 여겨야 그 자식이 밖에 나가서도 귀한 대접을 받는다. 집안에서 천대받고, 대우받지 못하는 자식이 밖에 나가서 대우받기를 바라는 것은 마치 풀 한포기 심어놓고 그 풀이 소나무로 자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그래서 석가도 세상에 태어나 제 일성이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하늘 위와 하늘 아래 내가 홀로 존귀하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우주의 기나긴 역사 속에 나라는 객체로 존재하는 것은 내가 유일하다. 나라는 존재는 이전에도 없고 이후에도 없다. 우주가 멸망해서 그 존재가 없어지는 그날까지 다시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나이다. 가진 게 없고, 능력이 없고, 못생겼을지라도 그런 나 자신은 둘이 아니라 오로지 하나다. 두 번 다시 가질 수 없는 생명이고, 두 번 다시 존재할 수 없는 객체이다. 그러니 어찌 내가 귀하고 존귀하지 않겠는가. 스스로 귀함을 갖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나를 귀히 여기지 않는다. 나를 귀히 여기지 않는 이에게 행복은 요연하다. 자신을 인정하고 자신을 귀히 여기는 것, 바로 그것이 행복의 시작이다. 그 관문이 바로 자존(自尊)이다.
이 책에 소개된 여덟 단어를 한 줄로 요약한다면 “인생이란 자존감을 가지고 현재에 충실하며, 순간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 더불어 고전을 통해 깨달은 지혜를 기반으로 한 심안(心眼)을 가지고 사물의 본질을 견(見)하고, 권위에 굴하거나 내세우지 말고, 존재하는 모든 것들과 올바로 소통해가는 여정이다.” 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개인 개인마다 그에 대한 해석은 다를 수 있겠지만. 그의 책은 언제나 읽는 이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러니 그의 다음 책이 기다려질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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