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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0년 11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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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16쪽 | 308g | 128*188*30mm |
ISBN13 | 9791160075427 |
ISBN10 | 11600754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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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선에서 본 옛날이야기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한스미디어. 2020년)
아오야기 아이토 작가를 만난 건 한스미디어 인스타그램에서 『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라는 작품을 알게 되면서부터이다.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표지가 예쁜 탓에 속편과 본편을 함께 구매했다. 새삼 책의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는 ‘표지’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좋아하는 작가님이나 출판사에서 하는 홍보,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표지면 읽는 여부에 상관없이 책을 구매한다. 전에는 읽지도 않은 책을 사면서 돈 낭비, 공간 낭비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의지와 생각 차이임을 조금씩 깨닫는 중이다. 분명 읽게 되어 있다. 언젠가는 읽게 되어 있다. 내가 아오야기 아이토 작가님 책 2권을 구매한 후 몇 주 지나서 읽고 후기를 남기는 것처럼 책은 마음 내킬 때, 언제든지 읽을 수 있도록 빈 공간에 채워 넣어주어야 한다.
솔직히 두 권 모두 다 읽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구매를 한 것은 아니다(출판사에서 꾸준히 홍보를 하면 흥미가 생겨 구매를 하는 것이지 구매 욕구가 읽는 욕구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나의 큰 문제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모두 완독을 했다. 완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속편 『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를 먼저 읽고 나서 본편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를 읽었다. 일본 옛날이야기를 읽지 않고 읽어도 상관없다는 옮긴이의 말을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일본 옛날이야기를 접할 생각도, 접할 계기도 없었던 내게 일본 옛날이야기는 참신하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일본 옛날이야기에 대한 접점이 전혀 없던 내가 읽은 것이 옛날이야기를 본격 미스터리로 재구축한 단편집이라는 사실은 참신함에 읽는 독자가 느낄 수 있는 설렘의 극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엄지 동자의 부재 증명」,「꽃 피우는 망자가 남긴 말」, 「도서 갚은 두루미」,「밀실 용궁」, 「먼바다의 도깨비섬」, 「특별 수록 단편 : 꿩은 도깨비섬으로 향한다」 모두 권선징악, 과유불급 등 교훈적인 의미를 주는 오리지널 옛날이야기지만, 각 단편에 밀실, 다잉 메시지, 도서 추리, 알리바이 트릭, 후더닛의 본격 추리 요소를 정교하게 집어넣어 교훈적인 의미에 가려져 놓치고 있던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각 단편을 읽을수록 ‘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 ‘혹시 내가 놓친 것은 무엇일까?’등 탐정이 된 것처럼 질문을 하며, 각 단편에 정교하게 집어넣은 본격 추리 요소를 살피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인공이 뛰어노는 공간에서 그저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건을 파악하고 진범을 찾기 위해 소설에 설정된 요소를 이용하고, 끝내 범인을 찾아내면서 책이 더 이상 읽는 도구가 아닌 인물과 배경, 사건을 만들어주는 하나의 세계라는 것을 절감했다.
읽을 쪽수가 줄어들수록 아쉬움이 컸던 건 처음이었다. 오랜만에 책을 읽으면서 아쉬움과 동시에 참신함을 느꼈다. 더 이상 글을 쓸 수 있는 새로운 소재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생각과 관점의 차이라는 사실 또한 절감했다. 글을 쓰고자 하는 나로서는 배움이 많은 책이었다. 세상을 조금 더 넓게 보고, 용기를 내어 도전과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 같다. ‘독특한 캐릭터, 이색적인 소재와 배경을 자유자재로 주물러 늘 전대미문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발상의 천재’인 아오야기 아이토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기다릴 이유가 생겼다. 어떤 작품으로 독자들을 찾아올지 너무 궁금하다.
아오야기 아이토 작가님 작품과의 강렬했던 첫 만남을 되돌아보다가 나도 모르게 다시 책장을 넘긴다. 다시 읽어도 처음 느꼈던 감정 그대로 느껴질 것 같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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