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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1년 01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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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08쪽 | 700g | 152*225*24mm |
ISBN13 | 9791190282161 |
ISBN10 | 119028216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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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읽는 방법
<읽는 일기>를 읽고 쓰다
일기는 쓰는 것이다. 일기(日記)라는 낱말의 뜻만 봐도 하루 중 있었던 무언가에 대해 적는 '기록'의 의미가 다분하다. 반면, '일기를 읽다'는 표현은 어딘가 모르게 낯설게 느껴진다. 평소 책이나 글을 읽거나 쓰는 행위는 익숙한데, 일기를 쓰는 게 아니라 읽는다고 생각하니 마치 선생님이 아이들의 일기 숙제를 읽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다시 헤아려보면 일기도 쓰고 읽는 글의 다른 이름이라는 걸 금새 알아차리게 된다. 그날그날의 일이나 생각 혹은 느낌을 써내려가면서 읽고 지우고 쓰기를 반복하게 되니 말이다. 이렇게 하루의 기록을 마치고 나면 언제든 다시 일기를 꺼내어 읽을 수 있다. 그 과정은 곧 일상과 삶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게 된다.
인생이란 지우개가 없이 그림을 그리는 예술이다
- 존 W 가드너 -
<읽는 일기>는 바로 이 '읽기'에 초점을 모은 책이다. 삶에 대한 성찰은 쓰기뿐 아니라 읽기를 통해서도 이루어진다고 말하는 저자가 오랜 세월 동안 모아둔 일기 뭉치를 우리 앞에 풀어놓는다. 일 년 열두 달처럼 책 속 열두 마당에는 일 년 365일을 꽉 채워 쓴 일기 같아 보이기도 하는 여러 문장가들의 문장 366개가 놓여 있다. 각 문장마다 얽히고설킨 이야기와 저자의 안목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생각을 보태거나 덜면서 사색하는 시간을 갖도록 해준다.
무엇보다 저자가 권하는 '일기 읽는 방법'이 퍽 흥미롭다. 인생에서 마주하게 되는 무수한 질문만큼이나 그에 맞는 답도 정해진 것이 아니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때로는 모순되기까지 하는 선택지를 건네면서 저자는 '두서없이' 각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읽어나가라고 말한다. 가정과 사회라는 곳에서 부모, 자식, 친구, 직장생활자, 시민으로서 1인 다역을 맡고 있기에 각자의 역할에 맞는 렌즈로 일기를 비추어 보면 삶에 대한 다양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그래서 먼저 두서없이 마음가는 대로 <읽는 일기>를 읽어본다.
- 읽는 일기 #2 : 몸과 마음의 근력 모두 울퉁불퉁한 철학자의 문장들
- 읽는 일기 #3 : 언젠가 읽었으되 미처 눈여겨 보지 않았던 문장들
내 인생이 시작될 때도 무지개는 그러했고,
어른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이니....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이더라.
- 윌리엄 줘즈워드, 『무지개』
이번에는 요즘 가장 관심을 쏟고 있는 아이를 키우는 동시에 나 자신도 키우는 육아에 대한 질문들을 던져본다. 어른으로서 아이를, 부모로서 자식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까? 문장가들의 도끼같은 문장이 내 머리를 흔들고 가슴에 날아와 박힌다.
"잠깐만 생각해보거라.
동화 속에서 멋진 모험을 하는 건 언제나 아이들이란다.
아이들이 돌아와서 창문으로 날아 들어올 때까지
엄마들은 집에 머물면서 기다려야만 한단다."
- 오드리 니픈에거, 『시간 여행자의 아내』
인간은 사춘기에 키가 가장 많이 자라며 육신이 위로, 위로, 수직 상승을 하다가 성장판이 뼈로 굳을 무렵에 정신력이 수평적으로 넓고 얕아지는 삶으로 접어든다. 상상력의 성장과 현실적인 상식이 충돌하는 분기점에 이르면 상승하는 사춘기 아이의 정서적 감성과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수평적 인식이 본격적으로 갈라진다.(139쪽, 「4장 수직으로 도약하는 아이와 수평으로 굳어버린 어른」中)
당신이 몇 살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린 꼬마가 장난감 전화기를 내밀면,
일단 받는 시늉을 해야 한다.
- 데이브 샤펠
샤펠은 아이가 공연하는 연극에 합류하면서 상상의 언어로 어른들이 화답하기를 촉구한다. 집에서 놀이를 벌이는 아들딸이 전화가 걸려왔다고 주장하면 어른은 기꺼이 아이의 가상 현실 한 부분을 넘겨받아 창의력 학습에 가담하는 처방이다. 연극은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예술 작품이다. 상상은 현실이 아니지만, 아이들의 과대망상은 아직 건강한 독창성의 원천이다.(310쪽, 10장, 「성숙하는 영혼의 넓이」中)
그대 자신이 터득한 지식의 울타리 속에 자식을 가두면 안 되는 까닭은
아이가 다른 시대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아이는 부모가 이르지 못한 곳까지 도약할 잠재성을 지닌 존재다. 오랜 세월 누덕누덕 다듬고 기워놓은 낡아빠진 기성세대의 지식은 한때 빛나는 자랑거리였겠지만, 새로운 시대의 사고방식은 새로운 언어를 사용한다.(377, 「12장 운명을 설계하는 권리와 책임」中)
저자의 안내를 따라 인생이라는 가보지 않은 길을 먼저 걸어갔고 지금도 걷고 있을 문장가들의 문장을 읽고 있노라면, 그들도 지금의 나처럼 누군가의 일기를 참고하여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보태거나 정리해서 문장을 만든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한두 문장 혹은 서너 문장이지만 여기에는 문장가들의 오랜 삶에 대한 깨달음이 정수처럼 담겨져 있다는 생각에 이르면 놀랍기도 하다. 그들이 걸어나간 길 위에서 독자는 숨을 고르며 자신이 어디쯤 와있는지 돌아보게 되고, 또 어디로 가야할 지 방향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읽는 일기>에는 숨겨진 별책부록이 하나 있다. 바로 숙성된 문장이 담겨진 문장가들의 책이다. 그동안 미처 몰랐던 작가와 작품을 알게 되고, 손을 뻗어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것도 이 책이 선사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 책에서 나는 또 어떤 문장을 발견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요즘 예스블로그 이웃님들의 독서생활에 관한 포스팅을 챙겨보는 습관이 생겼다. 독서‘일기’를 ‘읽고’ 나면 이웃님들이 발견한 책 속 문장과 이야기에서 희한한 위로와 참 괜찮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러고 보니 독서일기가 곧 고된 일상을 치유하고 삶에 대해 성찰하는 글쓰기가 되고, 이웃님들과의 함께 읽기가 바로 <읽는 일기>가 전하는 메시지와 닿아있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이순간 당신의 머리와 가슴을 울리게 만들어줄 문장을 이 책에서 찾아보길 바란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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