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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7년 07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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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60쪽 | 300g | 153*224*20mm |
ISBN13 | 9788976416148 |
ISBN10 | 8976416147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08월 29일 ~ 2024년 10월 31일
10월의 굿즈 : POINT OF VIEW 북커버/스탬프/유리 티포트/페이퍼 아크릴 문진/북 백/저널 노트
2024년 09월 30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20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왜 배웠다는 사람들이 한심한 토론을 하고 있는 것일까
“저런 한심한 토론 패널을 봤나...”
삶은 고구마 먹고 목이 멘 느낌이라 해야 하나. 언제인지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2002년에서 2007년 사이 TV토론을 한참 즐겨보던 대학생 시절, 토론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정말 채널을 돌려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패널들이 한두 명쯤은 으레 있었다. 배울 만큼 배웠다는 사람들이 나와서 저렇게 수준 낮은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니...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말꼬리 잡고 늘어지기, 침소봉대하기, 상대방의 말을 교묘히 이용해서 엉뚱한 결론을 내버리기, 인신공격하기, 말돌리기. 마구 말을 쏟아내며 상대방의 혼을 빼놓기 등. 정말 치사하다 싶을 정도의 방법들이 총집합된 토론을 우리는 자주 보아왔다.
실제 이런 상황을 내가 당하고 있다고 생각을 해보자. 정말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을까? ‘아.. 내가 이 말을 했어야 하는데’ 혹은 ‘아, 말렸다.’ 싶은 순간. 그 날 잠자리에서 자꾸 곱씹으며 억울하고 분해서 눈물날 지경인 상황. 나는 그 정도까지 겪어본 기억은 없지만 충분히 상상 가능한 일이다.
흔히 말하는 말발이 달려서 손해본다 싶은 사람들은 솔깃할 만한 제목. 논쟁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말싸움을 좋아하지도 않고 남을 설득하는데 큰 어려움을 느끼는 타입은 아니다. 하지만 비밀독서단에서 소개된 내용을 보고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보기 시작했다. 책은 총 150쪽 남짓. 매우 작고 가벼워서 누구나 하루 안에 다 읽을 만 하다.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토론술 저서 [토피카]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래서 토피카도 읽어볼까 싶은 생각도 잠깐 들긴 했지만 아직은 실천하지 못했다.쇼펜하우어는 38가지 토론의 꼼수를 소개하며 각각의 예와 그에 따른 대응법 등을 알려준다. 실제로 앞에서 언급한 그런 한심해보이는 술수들이 그대로 나온다. -_-;; 이럴수가. 내가 본 한심한 토론자들은 어찌 보면 고도의 책략가들일지도 모른다. 토론 끝나면 “누가 누구한테 발렸다.(졌다)”는 식으로 승패를 논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때 왜 내가 보기엔 정말 궤변만 늘어놨던 사람들을 보고 토론을 잘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인지를 이 책을 보며 이해하게 됐다.
토론술의 실제
이러한 토론술을 실제로 볼 수 있었던 몇 장면을 떠올려본다.
노회찬 전의원은 비유와 유머의 달인이다. “몇 십 년 동안 하나의 불판에서 고기를 구워왔습니다. 판을 갈아야 합니다.” 이런 명쾌하고 유머 넘치는 말 한마디로 노회찬은 그 날 토론을 장악했다.
참여정부 중간점검을 주제로 한 유시민 전장관과 전여옥 전의원의 토론의 한 장면을 보자. “노무현 대통령은 시대가 낳은 미숙아다.”라는 발언을 유시민 장관이 하자, 전여옥의원은 그 표현을 바로 차용한다. “미숙아는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야죠.” 말꼬리잡기 및 인신공격이 이어질 것이라 예상하는 순간, 유시민 전장관은 “비열한 인용방식이다.”라는 말로 상대방의 주장을 증오의 범주에 넣어버리며 재빨리 화제를 전환시켜버린다.
정세균 의원이 미국산 쇠고기 청문회장에서 정운천 농림축산부장관에서 말한다. 정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과 장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광우병 발생 즉시 수입중단'을 말했는데, 미국과의 협상 내용에 합치하지 않는다. 없는 내용을 얘기하는 것은 협상 파기다."
라며 빈틈을 파고들었다. 정 의원은 우물쭈물하는 정 장관을 몰아붙여 결국 "수석대표로서 거기(광우병 발생 즉시 수입 중단토록 하는 문안을 넣는 것)까지 챙기지 못했다"는 '실토'를 끌어냈다. 정 의원은 정 장관을 향해 "합의에 없는 내용을 국회와 국민한테 공공연히 얘기하면 어느 나라가 가만 있냐. 아마추어리즘의 전형이다. 국제 통상협상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고, 국정도 그렇게 운영하는 게 아니다"라며 장관을 넉다운시켰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상대방이 어떠한 방식으로 토론을 진흙탕 싸움으로 만드는가를 안다면 내가 거기에 말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그리고 그보다 근본적으로 ‘상식적으로 토론할 줄 아는 사람’과 토론을 하라는 게 이 책의 결론이다.
하지만 자칫 얄팍한 수단으로서만 이 책을 이용하려 하는 사람이 있을까 조금 걱정이 된다. 단순히 논쟁에서 이기려는 것에 앞서 올바른 사고과정과 논거를 가지고 올바른 주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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