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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6년 04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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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25.66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4.3만자, 약 1.3만 단어, A4 약 28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88965703112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18일 ~ 2024년 10월 18일
상시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79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나의 학업 역사는 독특하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평범하지는 않다. 나는 학창시절만 해도 과학과 수학에 강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를 입증할만한 객관적인 시험점수는 없다.(점수가 비실비실했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다른 그런 타입이었다. 잘하지도 못하는 과학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고등학교는 이과반으로 들어갔다. 과학탐구영역에서는 과감하게 물리2를 선택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내가 상상했던 과학은 철저하게 계산과 암기뿐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나처럼 순수하게 탐구하고 연구하는 것은 당장의 수능시험에는 도움되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나는 과학에 점점 흥미를 잃어갔다.(비겁한 변명입니돠!!!!!!)
대학교로 진학할 때는 아예 문과로 교차지원해버렸다. 그래서 학부에서는 법학을, 대학원에서는 신학을 전공하게 되어 과학과 물리학은 나랑 전혀 인연이 없나보다 했었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고등학교 시절에 순수했던 그 물리학에 대한 추억이 있다. 밤하늘을 보며 우주를 궁금해 했었고 연소라는 화학작용이 핵분열의 개념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진리를 깨달을 것 처럼 기뻐했었다. 그 어렵다는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고 싶어 용돈을 아껴 관련 책을 사보면서 사색의 밤을 보내기도 했다. 목사가 되어서도 그런 미련이 남았는지, 간혹 미디어나 책에서 물리학과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 괜히 반가워한다.
그러던 어느날, 페북을 통해 [모든 순간의 물리학]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대해 카드뉴스형식으로 소개를 할때에! 나는 참을 수 없는 과거의 추억이 올라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때마침 아내도 천문학에 대한 궁금증이 있어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인터넷 서점 카트에 넣어두었기에, 입문용으로 추천할 겸 이 책을 사게 되었다.
책이 도착 했을 때 첫 느낌은 '책이 생각보다 얇다'였다. 물리학이라는 분야가 절대 얇을 수 없는데 이 책은 그랬다. 게다가 책의 내용도 일반인이 읽기에 여럽지 않은 문체로 쓰여져 있었다. 번역본이지만, 어순이나 문체가 한국사람에게 편안하게 짜여져 있어서 술술 읽혀나갔다. 밤에 1시간 30분정도 일독하고, 서평을 쓰기위해 다음날 아침 새벽기도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1시간만에 이독을 했다. 그만큼 책의 내용이 무겁지 않고 심각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 책은 최대 장점이라면, 복잡하고 어려워보일 수 있는 여러 물리학적 이론들을 비전공자의 관점에서도 이해될 수 있도록 잘 풀어쓰려 했다는 것이다. 특별히 몇몇 부분에서는 물리학에 대한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하기도 했다. 특별히 나에게 있어서는 열역학과 블랙혹을 설명했던 여섯번째 강의가 그랬다.
"(시계의)진자는 그 마찰 때문에 지지대를 약간 가열시키면서 에너지를 잃고 움직이는 속도가 줄어듭니다. 마찰은 열을 생산합니다. 이때문에 우리는 과거와 미래[진자의 속도가 느려지는 때가 미래]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중략) 과거와 미래의 차이는 열이 있을 때만 발생합니다.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는 기본적인 현상은 열이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합니다."p.97
또한 이 책은 딱딱한 물리학에 대한 소개로만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물리학을 공부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를 인간에게서 찾는다. 이 세상을 바라보는 '나'는 어떤 존재이고, 우리가 속이 이 '자연'은 무엇이며,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탐구가 물리학의 목적이다. 진리에 대한 갈증과 탐구가 우리로 하여금 물리학을 하게 만든다. 지식의 경계선 끝까지 가서도 그 욕망을 사그라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 경계를 넘어가는 것을 꿈꾸고 사모한다.
"우리는 천성적으로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계속 배웁니다. 세상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계속 성장합니다. (중략) 여기, 우리가 알고 있는 한계의 끝부분, 즉 우리가 모르는 바다와맞닿아 있는 이곳에서 세상의 신비와아름다움이 반짝이는 빛을 뿜어 우리를 숨죽이게 합니다."p.138
아쉬운 점은 있다. 먼저 이 책을 접하게 될 세부류의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예상되는 반응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본다.
1) 물리학에 정통한 사람이 읽으면 내용이 싱거울 수 있다. 아카데미컬하고 심도있는 이론에 관해서 과감히 정리해버릴 뿐만 아니라 약간은 서정적으로 풀어나가는 느낌이다. 다만 인간의 본질과 관련하여 철학적 사고를 통해 물리학을 바라보는 관점을 열어준다는 점에서는 유익하다.
2) 물리학에 나름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읽으면 제법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자신의 선이해를 바탕으로 저자의 설명들이 퍼즐을 맞추는듯한 명쾌함을 경험할 수도 있다. 다만 더욱 심도 있는 공부를 하고 싶어도 내용이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3번 부류에 속한 사람이다.
3)물리학을 막연히 알고 싶어하지만 선이해가 없는 사람이 읽으면 정말 무슨 말인지 모르게 될 것이다. 가장 먼저 이 책은 용어에 대한 개념이해와 배경지식이 있다는 가정하에 이야기를 풀어나기 때문이다. 물론 간략하게 설명을 하기는 한다. 예를 들어 두번째 강의에 등장하는 양자역학은 일반 사람들에게는 들어본 단어임에도 그 내용에 있어서는 상당히 생소할 수 있다.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최소 에너지 단위라는 정의는 각주 부분에 소개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으로 완전히 이해된다고 할 수 없다. 양자 역학이라는 용어 자체가 이미 한세기에 걸쳐 과학자들이 연구한 끝에 나온 개념이다. 사실 일반 사람들중 대부분이 에너지라는 단어를 그렇게 많이 사용하면서도 물리학적인 개념으로 설명해내지는 못한다. 그런데 에너지의 최소단위인, 그것도 전기력장을 계산하기 위해 가상으로 세웠다가 발견하게 된 양자라는 개념을 일반인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는가? 양자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으니 이를 기반으로 이어지는 양자역학에 대한 내용도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된다.
그 외에도 이책에서는 읽어도 난해한 용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중력장, 우주배경복사, 루프양자중력이론과 같은 단어들은 이미 대학교를 기준으로 2학기 이상의 시간을 할애해서 배워야 할 용어다.
나는 이러한 우려스러운 생각을 증명하기 위해 사랑하는... 그러나 물리학에는 문외한인 아내에게 1,2장을 읽어보고 이해도를 1에서 10이라고 가정했을때 어느정도 이해했는지 숫자를 선택해보라고 했다. 또한 내가 하는 몇가지 질문을 해볼테니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답을 해볼 것을 부탁했다. 실험에 응한 아내의 대답은 2였다. 이해도가 2란 말이다. 무슨 말인지 도저히 모르겠다는 거다.
어쩌면 저자 나름대로 열심히 풀어 쓴 물리학 이론이겠지만, 얇은 지면 속에 간단하게 설명 가능한 이론이라는 것은 존재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또한 우려했던 대로, 아내는 용어의 개념을 이해하는데도 버거워했다. 참고로 아내는 물리학에 대해 배워보고 싶어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당분간은 물리학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 예정이란다. 내가 이렇게 또 한사람을 실족시켰다.
여기까지만 보면서 내가 이 책을 열혈히 깐다고 이해하면 서운하겠다. 참고로 나는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었고 유익했다. 다만, 독자층을 더욱 넓히기위해서는 물리학 용어 설명에 좀더 배려를 했으면 어땟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또한 더욱 높은 차원의 물리학의 세계로 들어가길 원하는 독자들을 위한 안내서가 없었다는 것도 아쉽다. 그래서 물리학 입문서로 추천하기도, 심도 있는 도서로 소개하기도 조금은 애매한 그런 책이다. 참 많이 팔린 책이라는데... 왜 나는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저자인 카를로 로벨리의 역작이자, 그러나 2% 부족함을 느끼게 하는 [모든 순간의 물리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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