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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5년 07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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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04쪽 | 388g | 133*200*30mm |
ISBN13 | 9788954637107 |
ISBN10 | 8954637108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뉴욕타임즈 21세기 최고의 책 100대 도서 『파친코』, 『채식주의자』 선정
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1월 08일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10월의 굿즈 : POINT OF VIEW 북커버/스탬프/유리 티포트/페이퍼 아크릴 문진/북 백/저널 노트
2024년 09월 30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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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소설계의 스타, 김중혁의 단편 소설집이다. 8개의 이야기가 같은 테마, 다른 이야기로 묶여 있다. 사랑을 이야깃거리로 잡았는데 그 사랑을 드러내는 소재들은 너무나 다르다. 다양한 삶들이 언어 속에 빼꼭하게 들어 있다. 읽다 보면 이야기의 흐름이 무척 마력이 있다. 읽다가 쉽게 눈을 때고 일어서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있다. 각각의 단편들이 낱낱의 이야기들을 그렇게 독자들과 나누고 있다.
에로 배우의 삶을 소재로 한 ‘상황과 비율’, 연애인을 흠모해 무작정 행동하는 고등학생들의 삶을 소재로 한 픽 포켓, 알콜 중독자을 통해서 삶의 질곡을 그려내는 ‘가짜팔로 하는 포옹’ 등이 전반부의 이야기로 그려져 있다. 정말 화술이 뛰어나다. 그렇게 격정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데도 독자들이 끌려 다니게 만들고 있다. 다음의 표현, 다음의 내용 전개 등이 궁금증을 자아내면서 그렇게 되는 듯하다.
‘가짜 팔로 하는 포옹’은 헤어진 여자 친구 정윤이 규호의 부름을 받아 술집에 가게 되고, 그의 술주정을 듣는 이야기가 전부다. 규호는 정윤을 술안주 삼아 술에 취한다. 그러면서 알콜 중독자 모임에서 만난 ‘피죤’이란 닉네임의 인물에 대해 얘기를 한다. 피죤이 그 모임에 가입할 때 자신과 똑같은 이유를 적었다는데 죽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삶의 허무로 규호에게 다가오고 무력증이 삶을 뒤덮는다. 그 이야기를 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상황이 되고, 옛 여자 친구인 정윤을 불러낸 것이다. 정윤은 규호의 술버릇을 잘 안다. 어느 선에서 자신이 일어서야 하는 지도 잘 안다. 아마 많은 지난날의 만남과 그로인한 지혜가 그렇게 되는 듯하다. 이 글에서도 규호의 술시중을 하면서 그때를 기다린다. “한 번 안아주고 가라.”는 규호의 얘기를 뒤로 하고 정윤은 그때까지의 술값을 계산하고 일어선다. 규호는 정윤이 가고 난 뒤에도 앞에 정윤이 앉아 있는 듯 술을 나누고 있다. 규호를 중심으로 사랑을 잃고 무기력한, 의지처가 없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오늘날 젊은이들의 목적성 없는 삶을 떠올려 보게 하고 있다. 안타까운 삶이 술이라는 것을 통해 전해지고 있는 글이다.
그림을 전시하는 큐레이터를 소재로 한 ‘종이 위의 욕조’는 화가와 주인공 용철이 나누는 마음을 그려내고 있다. 함께 전시회를 하고, 함께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까움을 느끼는 상황을 그려낸다. 그러다 미요가 떠났을 때 용철은 무언지 모를 허전함을 느낀다. 가방을 매개로 하여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는 과정에서 무엇인가 빠져나간 듯한 느낌을 가지는 것으로 ‘미요’라는 화가에 대한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언어들이 잔잔하면서도 깔끔하여 쉽게 벗어나지 못하며 다 읽게 된다. 빠른 호흡으로 독자들이 개인적인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고 읽어나가게 만든다.
작품 ‘요요’는 제 13회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이다. 가산의 작품들이 서정성이 짙은 원색적인 사랑의 요소를 담고 있는데, 이 작품도 그런 면에서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차선재는 시계에 남다른 취미를 가지고 시계제조공학과에 진학한다. 대학 1년생 때 그는 대학 축제에서 2학년인 카메라를 맨 장수영을 만나게 되고 둘은 마음으로 서로 통하게 된다. 그리고 많은 시간과 많은 얘기를 나눈다. 그러면서 서로에게 깊은 마음을 느끼게 되면서 의지한다. 방학이 되어 둘은 집으로 가게 된다. 그 후 차선재에게 장수영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 단 장수영의 편지 한 장만 차선재의 기숙사에 놓여 있을 따름이다. 그러면서 시간은 흐르고 차선재는 독립시계 제작사가 된다. 그는 그가 만든 시계로 유명세를 타게 되고 방송에도 나가게 된다. 그것을 장수영이 보고 다시 연결이 이루어진다. 그때 장수영은 베를린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차선재가 50이 되었을 때, 자신이 만든 시계 전시회를 열고 그 전시회에 장수영이 찾는다. 그들은 어색하게 만난다. 차선재는 장수영을 위한 시계도 만들었는데, 다시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작용한다. 그 시계 이름을 다시 둘의 만남 시점으로 돌리고 싶은 마음이 ‘요요’로 하자고 스스로에게 강권한다. 시계를 통해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생각해 보면서 마음으로 되돌려 보고 있는 글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의 무게가 여과 없이 잘 전달된다.
이 외에도 ‘뱀들이 있어’, ‘보트가 가는 곳’, 힘과 가속도의 법칙들이 있다. 큰 줄기에서는 같은 내용, 작게는 서로 다른 이야기들로 꾸며져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분의 작품을 읽으면서 참 화술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렇게 화려한 수사도 없다. 그렇게 언어가 매력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있다. 그 힘이 작품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리라 생각된다. 작은 이야기들이 내 삶의 한 부분으로 치환되고 또 다른 나의 삶의 한 부분을 들여다보게 한다. 오늘의 이야기꾼 김중혁의 작은 이야기들이 내 마음에 다가와 삶의 일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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