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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20년 08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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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1,164쪽 | 2,119g | 145*210*80mm |
ISBN13 | 9788937833311 |
ISBN10 | 893783331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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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30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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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나는 소설을 고를 때, 인생의 가르침, 인간에 대한 성찰 따위를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내게 독서는 '재미를 줄 수 있느냐' 혹은 '읽고 나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가'로 고른다. 전자의 기준으로 많은 소설과 수필을 고르고, 후자의 기준으로 어쩌다가 고전이나 논픽션을 고른다. 이 책은 전자의 기준을 완벽하게 만족시켰다. 이틀간 세 권으로 된 이 책을 틈이 날 때마다 읽어서 다 읽었으니!
사실 이 책을 살 때에는 영화까지 나왔으니 재밌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샀었다. 그리고는 일 년 가까이 묵혀뒀다! 읽는 속도보다 사는 속도가 더 빠르다보니 그렇게 묵혀진 책은 한 두 권이 아니긴 하다. 하지만 그렇게 묵히다가 이 책을 안 읽었으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니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안 읽은 나한테 짜증이 난다.
이 책의 이야기는 어떻게 설명하면 정치적이고, 어떤 소재에 집중하면 그저 잔인하고, 어떤 인물에 집중하면 로맨스 투성이인 책이다. 세상에. 이렇게 강력한 조미료들이 가득 묻어있는데, 허무맹랑해지지 않고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크레마 카르타로 이 책을 읽었는데, 3권 합본이라 2200쪽이 넘었다. 그런데도 나는 2200번 이상의 책 넘기기 클릭을 해가며 이 책을 읽었다.
스토리는 차라리 책 소개를 복붙하는 게 나을 수 있지만, 대략 정리하면, 캐피톨은 주변 지역을 12구역으로 구획화하여 관리한다. 캐피톨은 과거의 역모의 죄를 계속 꾸짖고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12구역에서 각각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 한 명을 뽑아서 경기장에 떨군 채 한 명만 살아남는 게임을 매해 한다. 이름하여 헝거 게임. 12구역에 있던 우리의 주인공 캣니프는 경기에 뽑힌 동생을 대신해서 지원하며, 이 헝거 게임에 참여한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어둡고 우울하고 참담한 상황이다. 차별적인 정치의 모습을 볼 수도 있다. 거기에 헝거 게임에서 서로를 죽이는 모습은 충분히 강한 자극으로 독자를 책에 붙잡고 있다.
<재미 1. 관객을 의식하는 쇼라는 것이 보일 때!>
하지만 내가 가장 재미를 느낀 점은 헝거 게임에 참가한 주인공과 같은 구역에서 온 피타가 헝거 게임의 시청자들을 의식하여 하는 행동과 전략이었다. 캐피톨 사람들에게는 헝거 게임은 고대 로마의 검투사들의 경기를 보는 것 마냥 굉장히 즐거운 카니발이다. 주인공과 피타와 멘토인 헤이미치는 이 점을 이용한다. 관심을 받을수록 많은 스폰서가 붙고 게임에서 유리해지니까. 이들이 취한 전략은 12구역에서 온 두 사람이 친밀하게 보이도록 한 것이다. 어차피 게임에서는 결국 서로를 죽여야 하니 동맹은 일시적이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매우 친밀해보이도록 하고, 심지어 마지막 인터뷰에서 피타는 캣니프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캣니프는 스폰서의 조력을 얻기 위해 게임 중에 피타와 사랑에 빠진 척 연기를 한다.
나는 이 부분이 굉장히 재미나게 느껴졌다. 이렇게 다른 관객을 의식하는 모습은 3권까지도 이어진다. 리얼리티가 리얼리티가 아니라는 걸 알면 실망하게 된다. 하지만 리얼리티를 만드는 척하는 그 속내를 같이 공유하는 재미는 색다르다. 소설 속 인물이나 만화 속 인물이 자신이 가상의 인물임을 알고 독자를 향해서 장난을 치는 것을 나는 좋아한다. 물론 그런 설정이 초반에 나와야 하지만. 마지막에 나오면 배신당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나는 소설 '명탐정의 규칙'에서 어차피 탐정이 맞춰야하니까 나는 단서를 보았지만 못 본 척 해야 한다는 경찰의 행동이나, 영화 '데스풀'에서 관객을 향해서 던지는 농담을 매우 재미나게 받아들인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에서 헝거 게임의 시청자나 나중에 혁명을 위하여 다시 카메라 앞에서 모습을 잡을 때의 거짓과 진실된 마음 사이의 일이 매우 재미나다. 그래서인지 1권에서 주인공이 피타를 좋아하지 않지만, 피타와 사랑에 빠진 척 해야 하며 오글거림을 혼자서 삭히는 모습이 매우 웃겼다. 뒤로 가면서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파악을 잘 못 했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나는 즐겁게 읽었다.
<재미2. '피타'라는 헌신적이지만 영악한 인물에 대하여>
그렇지만 그것만으로 3권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을 다 이끌지는 못 했을 것이다. 게다가 한 번에 쭉 일어가는 식이 아니라 책을 자주 끊어 읽는 내가 자리를 잡고 계속 읽게 만든 힘은 '피타'였다. 로맨스 소설을 많이 읽은 편이 아니지만, 내가 봐온 순정남은 대체적으로 순수하고 여자주인공을 좋아하며, 이를 티내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여자 주인공을 배신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이용이나 안 당했으면 다행이지. 그런데 이 피타는 '순정남'이라는 비꼼을 당하지만, 굉장히 영악하다.
그렇지만 내 여자에게만은 잘해주려고 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게 내 여자(캣니프)에게 미움을 사는 일이더라도. 소설 속의 피타는 굉장히 말재주가 좋은 인물로 나온다. 어쩌면 싫은 건 티가 나는 캣니프와 대조되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리고 감정도 꽤나 잘 숨긴다. 캣니프는 피타의 진심을 알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 어쩌면 상황이 상황이라 그럴 수 있지만.
피타는 헝거 게임 마지막 인터뷰에서 두 번 터트려준다. 이는 캣니프가 알지도 못하고, 한 번은 캣니프의 화를 굉장히 돋우기도 하지만, 캣니프가 스폰서들의 다양한 지원을 받고 화제의 중심인물이 되도록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 두 번 다 나는 굉장히 빵터졌다. 게다가 두 번째 것은 거짓말이지만, 임팩트가 굉장히 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피타는 자기 걸 잘 챙겨 다닐 것 같으면서, 캣니프를 살리기 위해 헌신한다. 자신이 죽을지 모르지만, 캣니프를 살리려고 다른 경쟁자들과 싸우고, 캣니프를 속이기까지 한다.
캣니프에게는 오랜 친구인 게일이 이미 있었지만, 피타의 이런 모습 때문에 나는 개인적으로 피타를 응원했다. 물론 이 소설의 재미상 캣니프가 게일과 피타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최대한 스포가 될 만한 말은 하지 않으려고 해서, 직설적으로 누구와 연결되는지는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이 영악한 인물이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3권 후반에마저 놀라움을 주기 때문에 눈을 떼기 힘든 인물이기도 하다. 거기에다가 플러스 점수로 빵집 아들이다. 빵과 쿠키와 케이크를 구워다준다. 빵을 좋아하라하는 나한테는 피타가 빵집 아들이라는 점이 매우 큰 매력이기도 했다.
<재미3. 휘몰아치는 스토리>
피타에 대한 관심으로 이 책을 읽기도 했지만, 이 책이 그 긴 분량을 이끌어갈 수 있게 한 점은 계속 스토리가 휘몰아친다. 쉴만하면 옆구리 찔러서 사람 눈 돌아가게 한다. 비록 이 점이 책이 진행될수록 약해진다는 게 아쉬운 점이다. 1권, 2권, 3권의 각 몰입도는 1권이 가장 높고, 3권이 2권에 비해서도 꽤 약한 편이다. 강도를 1권 5점, 2권 4점, 3권 2.5점을 주면 될 것 같다. 특히 3권에서 캐피탈에 잠입하고 났을 때는 뭔가 늘어졌다. 하지만 이 늘어짐마저 이 소설의 다른 부분에 비해 그렇다는 거지, 다른 소설과 비교하면 그건 늘어짐도 아니었다. 다른 소설이 쿠션 수준이라면 이 소설은 젤리 수준이다. 아주 이야기의 탄력이 넘친다.
1권에서는 헝거 게임으로, 2권에서는 새로운 헝거게임과 주인공과 그 주변에 대한 위협이, 3권에서는 혁명으로 스토리는 빠르게 전개된다. 그와 더불어 읽는 속도도 높은 속도를 유지하게 된다.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넘기게 된다. 심지어 각 장에서 끊는 신공이 장난 아니다. 연재된 소설인가 의심스러운 정도로 사람의 관심이 고조될 때 끊긴다. 그런 강약이 반복돼서인지, 자주 끊어 읽는 나도 끊기 좋은 한 장이 끝나는 시점에서 끊지를 못하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게 읽게 된다. 조금만 더 읽고 그만 덮자 싶어도 궁금한 나머지 계속 읽게 되었으니. 그 덕에 아침에 일어나려던 시간보다 훨씬 늦게 일어나는 부작용을 겪었지만.
올해가 이제 3개월이 채 안 남았지만, 올해의 최고 재미난 소설을 꼽으라면 이 소설을 꼽을 것이다. '좋은 소설'과는 다른 거다. '재밌는 소설'이란 관점에서 이 책을 꼽는 거다. 근래 읽은 소설 중에서 몰입도 측면과 재미 측면을(물론 둘은 비례한다) 채운 책이기때문이다. 비록 처음이 너무 재밌어서 후반의 진행이 아쉬운 감이 있지만, 이 분량을 이렇게 재미나게 읽었다는 것이 좋다. 또 이 책 덕분에 이 책을 읽는 이틀 동안이 너무 즐거워서, 읽고 난 후에 읽을 다른 책 선정이 힘들었을 정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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