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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8년 06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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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38쪽 | 420g | 152*193*30mm |
ISBN13 | 9788954605847 |
ISBN10 | 89546058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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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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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솔들을 무던히도 사랑했던 자애로운 한 아비가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랑 표현에 무심했고 실천에도 적잖이 인색했던 그 아비가 아주 모처럼, 뜻밖에 가족 나들이를 제안했다. 그래서 그 아비 뒤를 따라 어느 날 그의 식솔들은 나들이를 나섰다. 정말이지 모처럼 만의 가족 나들이였고, 날은 더할 수 없이 화창했고, 달력이 가리키는 바에 의하면 빨간날, 휴일이었고, 어린이날이었다. 일년 중 단 하루, 어린이날이라면 무료로 개방되는 곳, 그곳이 가족의 목적지였다.
그 자애로운 아비와 가족은 얼마 전 시골에서 서울로 편입한 이주민... 그들은 자신들이 막 편입된 도시의 한구석, 변방에서 어렵사리 버스를 잡아타고 그들이 살아가야 할 곳, 살아내야 할 곳, 바로 서울의 명소로 이름 떨치던 한 공원을 향했다. 작가의 이력으로 따져보면, 때는 개발이라는 이름하의 시기. 유신이라는 아니 유신은 닥치기도 전인 어느 시큰둥한, 떨떠름한 세월의 한때였다. 아무려나 이들 가족은 서울의 변방 가리봉동 어디쯤에서 그렇게 첫 나들이를 시작했다. 대략 스무 해 전쯤, 작가의 가족연대기 중 어느 날의 그 하루는 이렇게 증언된다.
"멀미 때문에 중학생은 자리에 앉았고 초등학교 2학년인 막내 여동생을 무릎에 앉혀놓고 있었다. 다른 식구는 이리 쓸리고 저리 쓸리면서도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조용히 기를 썼다. 날은 더웠지만 명색이 5월이라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초차 틀 생각을 하지 않았다. 모두들 땀을 철철 흘렸는데 여동생을 앉고 있는 중학생은 난로를 하나 안고 있는 기분이었다."
이 대목에서 나는 터져 나오는, 참을 수 없는, 참지 못하게 하는 그 무엇 때문에 퇴근길의 붐비는 지하철 속에서 결례를 무릅쓰고, 잔망을 무릅쓰고, 망신을 무릅쓰고, 웃음을 터뜨리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주위 분들께 큰 누를 끼쳤다. 송구할 따름이다.) 하지만 그랬다. 흐릿한 옛날영화 속 한 장면처럼 망막 위로 불쑥 떠오른, 난로 하나를 부둥켜안은 듯 철철 땀흘리고 있는 가족 소풍길의 곤혹스런 소년이여!
그의 글은 늘, 도처에서 시도 때도 없이 이리도 독자를 난처하게 만드나니...
그의 글은 눈으로 들어와 즉각 심장의 피돌기를 지나 대뇌중뇌소뇌, 전두엽 후두엽을 자극하고 마침내 달아나듯 솟구치듯 몸 밖으로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이럴 때면 나 자신의 신경세포의 과민함만을 탓할 수도 없게 만드는 게 그의 글이다.
스무 몇 해 전의 가족 소풍길은 이미 초원의 빛처럼 스러져갔으나 이렇게 다시 몇 줄의 글로써 생생한 현장감으로 되살아났다. 고작 20년 시간이랴, 그것을 애써 기억하려 하는 이에게. 고작 200년 시간이랴, 2000년 더 전의 일이 늘 궁금한 이들에게.
장면은 바뀌어, 그 자애로운 아비가 어느 이른 겨울날 '호떡 봉지' 속에 들어가고도 남을 만한 작은 강아지를 들고 들어와 이를 건넨다. 아비에게 처음 받는 선물, 그 선물을 받은 아이는 그 날의 한 장면을 이렇게 생생하게 떠올린다.
"그 선물은 너무 어려서 백설기를 먹을 수 없었다. 물을 마시지도 않았다. 다만 관심과 연민에 반응할 수 있을 뿐이었다. 관심과 연민이 중단되면 즉시 울음이 시작되고 결국 나는 내복 바람으로 날이 밝아오는 것을 보았다."
그이 글은 시간을 뚫고, 세월을 뚫고, 가슴을 뚫고, 생각생각생각 생각의 마디를 돌고 돌아 가슴 밖으로 메아리치게 만든다. 그렇다, 인생은 지나간다. 즐거움처럼 슬픔처럼 기쁨처럼 농담처럼. 무얼 그리 조바심치며 이 지나가는 시간을 인생을 맞을 것인가... 그래, 즐거울 일이다, 즐거움만 있어야 하리라...
일년에 고작해야 한두 권, 그의 새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게 좀 아쉽다. 곁에 두고 읽을 그의 책으로 '소풍' '유쾌한 발견' '재미나는 인생'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등을 권한다. 늘 시간은 사소하고 무작정하게 지나가며 세월의 모든 이력들을 풍화시키지만 여기 이 책들 속에 그것들은 본래의 모습으로 고스란히 남아 늘 새롭게 반짝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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