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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2년 07월 0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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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432쪽 | 520g | 128*188*30mm |
ISBN13 | 9788957076774 |
ISBN10 | 89570767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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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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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30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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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제목이 아니라 표지가 예뻐서 끌렸다고 하고 싶은데...그러면 내 마음이 조금 나아질까요?
내 기억이 지워지나요? 달라..질까요...?
제목을 보고 흠칫 했습니다.그리고 표지가 정말 예쁘네..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을 고른 건 제목이 아니라 예쁜 표지 때문이라고 믿고 싶었는데, 도착한 예스24 박스에서 꺼낸 책 뒤표지에 적힌 글귀에 가슴이 쿵-
당신과 헤어진 후,
주변은 모든 스위치를 꺼버린 것처럼 조용했다,
너무나.
오전 일곱시에 조찬모임을 하는 사람들은 성공한 자신만만한 사람들이라는 설명으로 책은 시작합니다.
그런데 여기. 그러한 사람들과 거리가 먼 21명의 (혹은 20명의) '유령'들이 함께 아침을 먹고 영화를 보고 한때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했던 기념품을 교환-사실은 폐기-하려 모였습니다. 제목 그대로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모임.
거기 모인 그들처럼 실연당한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고 생각하니 위안이 됩니다. 내 감정을 표현해주고 위로해 주며 감정몰입이 쉽게 됩니다. 그리고 멀리서 지켜보던,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던, 각기 다른 방향에서 서로를 보았던 사강, 지훈 그리고 미도. 세 명의 사연이 각각 시작되면서 또 서로 얽히면서 이야기는 점점 흥미진진해 집니다. 서로 얽힌 인연의 실타래가 점차 풀려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전혀 억지스러움 없이 자연스럽게 진행됩니다.
사강. 아버지가 프랑수아즈 사강을 좋아해서 아들과 딸에 구분없이 결정되었던 이름을 가진 스튜어디스. 제가 여행을 좋아해서 그런지 그녀의 직업 덕분에 이 소설은 더욱 흥미와 생명력을 갖게 됩니다. 책 말미에 작가의 말에 K항공사의 파일럿과 비행 승무원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 정말 디테일 하나까지 신경써서 진짜 스튜어디스의 삶을,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어릴 적 이혼한 엄마와 살면서 말없이 책만 읽던 그녀는 백과사전에서 '날짜변경선'을 본 이후 스튜어디스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저도 사강처럼 SFO 가는 길에 처음으로 날짜변경선을 통과했어요. 저는 그때 시간을 거슬러 간다는 기분에, 하루를 더 벌었다는 만족감에 들떠서 신기해하고 재밌어 했던 기억이 있어요. 물론 한국에 돌아올 때는 그만큼 하루를 잃어버렸지만 그건 생각하지 않기로 했죠.^^;; 그런데 사강은 우산을 쓰고 하늘 위에 떠 있는 사람들이 투명한 날짜변경선 위에 둥둥 떠서 시계태엽을 감고, 풀고 다시 조이는 상상을 했다는 표현을 보고 정말 놀라웠습니다. 이래서 작가와 나는 상상력에서 차이가 있구나 감탄 했어요.
지훈. 그는 기업교육 컨설턴트로 나와 요즘 트렌드를 보여 줍니다. 저자의 전작들은 읽지 않았고 드라마로도 나온 '스타일'과 같은 칙릿 작가라는 건 알았는데 역시나 트렌디 하네요. 그의 오랜 연인이었던, 그러나 헤어짐을 통보하고 떠나 그가 조찬모임에 나가게 만든 현정. 그리고 이 모임을 기획한 미도.
그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그들의 연애는 이미 끝이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삶은 죽을 거란 걸 알지만 '죽어간다'라고 하지 않고 '살아간다'라고 말하듯, 언젠가는 헤어질 거란 것을 알지만 사랑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진심이었으니까. 아무렇지도 않은 것과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는 것 사이의 차이를 설명해줄 사람이 없는 시기를 맞이하게 될 지라도. 개인적으로 그들의 사랑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많이 나오지 않아 좋았어요. 특히나 사강의 이야기. 저는 부도덕한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기에 분량이 더 많았더라면 불편한 마음이 들었을 것 같아요. 모두 과거형으로 표현해주고 심지어 반전까지! 놀라웠고 깔끔했습니다.
도쿄에서 대지진의 여진으로 도시 전체가 정전이 되던 밤. 공원에서 호텔로 가는 길에 어둠 속에서 서로만을 믿고 의지하며 걸어가는 장면이 가장 좋았습니다. 더 이상 표지판이 가르쳐주는 방향이 아니라, 닫혀있던 감각들이 말해주는 대로. 검정색 재킷을 입은 모습이 어둠 속에서 거의 느껴지지 않던, 자신의 몸에서 기적같이 돋아난 또 다른 그림자 같던. 저는 사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또한 그들은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었기 때문일까요. 다른 이들에게 한번도 말한 적 없는 자신의 아픔을, 상처를 털어 놓습니다. 그리고 서로 다독이며 위로합니다. 그건 잃어버린 연인들 앞에서도 꺼내놓지 못했던 이야기 였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도덕성이나 현실의 장벽 이전에 그들의 사랑이 끝날 수 밖에 없던 이유가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강은 기념품 가게에 발신인이 누군지도 모르는 채 받은 선물을 내 놓습니다. 헤어진 그가 보낸 것일 거라 추측하면서. 일본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독일어판 '슬픔이여 안녕'은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의미가 오독됩니다. 그 책을 읽지는 않았으나 많이 들어본 제목. 프랑스어로 'Adieu', 영어로 'Good bye' 일줄 알았어요. 그런데 '안녕'은 프랑스어 원본에서는 'Bonjour' 입니다. 영어로 'Hello' 혹은 'Good morning'의 뜻이죠. 주인공 이름에 영감을 준 것으로 잠깐 등장하는 줄 알았던 프랑수아즈 사강은 이 소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슬픔이여 안녕! 슬픔에게 손짓하고 반갑게 인사하며 맞이하기.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실연에 대처하는 기본적인 자세입니다. 왜냐하면 미도가 말했듯 일단 헤어져야 다시 새로운 사랑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끝내 찍어야 할 마침표. 그래야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슬픔이여 안녕. 그런데 오랫동안 슬픔에게 작별인사를 고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어색하네요. 그럼 이건 어떨까요? 이렇게 인사해요. 슬픔아 안녕! 너를 만나고 더 좋은 진짜 사랑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참 다행이야. 다행이었다.
사실 저는 실연당하지는 않았어요. 실연이라 할 수 없는 아주 짧은 기억 밖엔 없지만 비슷한 기분을 느꼈기에 쉽게 빠져들었죠. 제목을 보고 놀라신 분들, 그런 모임 있으면 나가서 치유 받고 싶으신 분들, 주변이 모든 스위치를 꺼버린 것처럼 조용한 그 기분을 아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저는 이 책을 다 읽고 몇년 전 읽은 독일 여성작가의 소설이 생각이 났어요. 역시, 세상 곳곳에서, 예전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실연은 계속되고 또 사랑은 계속 됩니다. 개인적으로 그 책 보다 이 책이 훨씬 더 깊이 있고 센스 있게 위로해줍니다. :)
* 가장 센스 있던 부분*
사람은 태어나서 수도 없이 많은 오답을 써. 실연은 살면서 쓰게 되는 대표적인 오답인 거야. 오답이 대수야? 오답은 그냥 고치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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