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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2년 10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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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00쪽 | 153*224*20mm |
ISBN13 | 9788992825689 |
ISBN10 | 8992825684 |
2024년 09월 13일 ~ 2024년 10월 15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5일 ~ 2024년 11월 01일
2024년 09월 12일 ~ 2024년 09월 29일
[클래스24] 『트렌드 코리아 2025』 이향은 저자 북토크
2024년 09월 06일 ~ 2024년 10월 24일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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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전親展이란 받는 이에게 직접 펼쳐 보라고 편지 겉봉에 적는 말이다. 오히려 이메일이 편한 요즈음 같은 디지털 시대에 직접 글로 쓴 편지는 받는 이에게 감동을 줄 듯하다. 내 기억도 2년 전 돌아가신 아버님이 병원 신세를 질 때 아버님과 나눈 편지가 마지막인 것 같다.
가을 편지 / 고은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흩어진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 것을 헤매인 마음 보내 드려요
낙엽이 사라진 날
헤매인 여자가 아름다워요
낙엽이 떨어지고 깊어가는 이 가을에 우리 모두에게 친전親展으로 메세지가 전달되었다. 고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은 한국 가톨릭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이셨다. 선종한 지 3년이 넘었지만 그의 육성을 지금 <김수환 추기경의 친전>으로 받아보게 된 것이다.
이 책은 김수환 추기경 전집, 신문 인터뷰, 방송 영상 등에서 그의 말씀을 발췌하여 차동엽 신부가 약간의 살을 붙여 출간한 것이다. 주로 젊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가 될 만한 문장들을 실고 있다. 길을 잃고 헤매는 우리 모두의 앞 길을 밝혀주는 한 줄기의 등불임에 틀림없다.
"제가 하는 말을 정부 당국에 전해 주십시오. 경찰이 성당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 다음 시한부 농성 중인 신부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또 그 신부들 뒤에는 수녀들이 있습니다. 당신들이 연행하려는 학생들은 수녀들 뒤에 있습니다. 학생들을 체포하려거든 나를 밟고, 그 다음 신부와 수녀들을 밟고 지나 가십시오"
전두환 정권의 말기인 1987년, 6.10 항쟁 때 명동성당은 민주화 투사들에게 최후의 보루였다. 규탄 대회를 마친 학생들과 시민 수백 명이 이날 밤 경찰에 밀려 명동성당으로 들어갔다. 경찰은 시위대의 해산을 종용했다. 간간히 투석전도 벌어지는 늦은 밤 정부 고위 관계자가 추기경을 찾아왔다. 직감적으로 학생들의 강제 연행을 통보하러 온 듯하자 이 말을 전하고 밤새 기도로 버텼다. 14일 밤 경찰은 병력을 철수시켰다. 학생들은 안전하게 귀가했다. 이 일이 바로 그 유명한 '나를 밟고 가시오'라는 일화다.
젊은 신부 시절 추기경은 김천에 위치한 성의여고 교장을 맡았다. 이 경험 때문에 그는 친근하게 아이들과 소통하는 눈높이를 가졌던 것이다. 추기경 서임식 후 3개월 정도 경과했을 때의 일이다. 이 일화는 우리 모두에게 평생 잊지 못할 위로는 이런 것임이 보여준다.
경기도 양평의 용문청소년수련원에는 청소년들이 야외에서 텐트를 치고 수련회에 참가 중이었다. 캠프 기간 내내 장대비가 내려 고생이 많았습니다. 47살의 추기경이 비를 피해 간이 막사에 있을 때 여고 1학년 학생이 그에게 노트 위에 사인을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빠는 집을 나갔고요, 엄마는 병으로 누워있어요. 제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동생 뒷바라지를 하고 있지만.... 하루하루가 정말 힘들어요. 추기경님이 저를 위해 좋은 말씀 하나만 적어주세요"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제 50대의 김여인이다. 추기경으로부터 받은 메모를 40년 동안 간직하다가 인터넷에 사연을 공개했다. 계속 내리는 장맛비가 텐트에 스며드는 통에 서서 밤을 새우곤 했는데, 그 때 오신 추기경이 비에 젖고 찢어진 메모지에 적어주신 이 글을 항상 마음에 간직했다고 한다.
"장마에도 끝이 있듯이 고생길에도 끝이 있단다"
생전의 애송시가 고은 시인의 '가을편지'라는 김수환 추기경은 자신의 치열한 고뇌 끝에 깨달은 지혜를 고통과 시련 또는 좌절을 겪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의 메세지에 담아 전했다. 얼치기 지식인과 함량 미달의 훈수가 난무하는 세태와 비교할 때 그의 육성이 더욱 그리워지는 것은 나만 그러할까.
왜 사는지 인생의 의미를 아는 것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무엇 때문에 사는 지도 모르고 있다면
그것은 어디로 가는 기차인지 모르고 남이 타니까
덩달아 자기도 타고 가는 사람과도 같습니다.
'거름 지고 장에 간다'는 속담이 있다. 남이 장에 볼 일이 있어 간다니까 자신은 별 일도 없으면서 따라 나선다는 의미다. 우리들의 인생이 의미나 목적 또는 목표도 없이 살아가는 것이라면 거름 지고 장에 가는 그 사람과 같은 꼴이다. 이에 추기경은 매일 5분 씩이라도 명상을 하면서 사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라고 우리 모두에게 훈수를 둔다.
추기경이 우리에게 남긴 가르침은 '희망', '사람에 대한 사랑'이다. 그의 편지 곳곳에서 우리는 이러한 정신을 발견할 수 있다. 이 '큰 바위 얼굴'은 차동엽 신부와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남긴 유훈에서도 동일한 맥락의 당부를 한다.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 인류의 그것들을 바로 우리들의 그것으로 여기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성직자는 물론 신자들도 그래야 합니다" - 추기경 김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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