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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행일 | 2008년 09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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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64쪽 | 700g | 크기확인중 |
ISBN13 | 9788970636061 |
ISBN10 | 89706360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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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시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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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카니스탄인이 쓴 최초의 영어 소설이라는 수식어가 책을 읽기 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내가 아프카니스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있었던가? 고작해봐야 탈레반 정도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이래서야 책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소설의 매력은 바로 그것이 아니던가. 생소하고 낯선 환경에 떨어뜨려놓아도 어느 새 흡수되버린 나 자신을 발견한적이 있던터라 과감하게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연을 쫓는 아이>. 원제는 The Kite Runner. 연을 날리면 날리는 것이지 쫓는 것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책을 읽다보니 아프카니스탄의 전통과 문화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고 그들의 풍습 중 연을 날리고 쫓는 것이 의미하는 바를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가를 한마디로 말하기 어렵다. 물론 줄거리는 명쾌하고 간단하다. 하지만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글자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읽게 만드는 매력은 이 책 전반에 걸쳐있는데다가 중간중간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의 근원에 대해 말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연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하늘을 거침없이 누비는 연은 자유를 의미한다. 파쉬툰인의 연이건 하자라인의 연이건 하늘에서는 평등하다. 또한 연은 아미르가 하산에게 저질렀던 죄를 생각나게 하는 사물이기도 하지만 마지막에 아미르가 소랍에게 내미는 화해와 용서의 매개체로도 사용된다. 소랍의 손과 하산의 굳은 살 박힌 손이 오버랩되면서 아미르는 그제야 20년동안 담고 있던 죄책감을 내려놓게 된다.
인간은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죄의식을 품고 살아간다. 실제 내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어놓을 정도로 나쁜 짓을 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누군가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진 적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이 책의 화자인 아미르가 그랬다. 하인의 아들이었지만 같은 유모의 젖을 먹고 자라 형제나 다를 바 없는 하산을 위험에서 구하지 못하고 도망친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더 큰 상처를 그에게 주고 만다. 평생 마음 속에 그 죄를 담고 살던 아미르는 결국 자신의 죄를 용서받을 길을 타의반 자의반 찾아나서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미르가 느끼게 되는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나도 모르게 빨려들어가게 되고 만다. 아프카니스탄이라는 나라가 처한 특수 상황에 대한 작품 속 묘사는 바바와 아미르 그리고 하산과 소랍을 둘러싼 갈등을 독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주고 있고 전체적인 작품의 맥이 개인적인 감정으로 치우치거나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아프카니스탄이라는 나라의 특수성에 돌리지 않을 만큼 적절하게 안배되어 있다. 아프카니스탄은 1979년 소련의 침공으로 정권이 붕괴되면서 한동안 공산주의가 지배하다가 1988년 소련군이 철수를 시작하고 1992년 사회주의 정권이 무너진 후 연립정부가 들어선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혼란기를 틈타 1995년 아프카니스탄인들이 구세주라고 생각했던 탈레반이 정권을 잡으면서 무지막지하게 잔인한 정치가 시작된다. 바바와 아미르가 아프카니스탄을 떠난 시기는 바로 소련이 정권을 잡던 시기이며 아미르가 소랍을 구해내기 위해 다시 아프카니스탄을 찾던 시기는 바로 탈레반이 이슬람 소수 시아파 하자라인들에 대한 인종 청소가 끝난 다음이다. 그 인종 청소 시기에 바로 하산이 죽임을 당하게 된다.
아미르와 하산의 이야기에서 하산의 분신인 소랍의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작가는 우리에게 용서와 화해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만든다. 아미르의 배신에 분노하고 바바의 비밀에 또 한번 울컥한 마음이 하산과 똑같은 일을 당한 소랍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기어이 터져버리고 만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다시 한번 소랍에게 씻기 힘든 상처를 안겨 준 아미르에게 더 이상 분노하지 않는 것은 그가 이제는 문제를 회피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다가가려는 그의 노력에서 희망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정말 감동적인데다가 읽고 나면 뿌듯함까지 생기는 그런 작품이다. 특히 아미르가 소랍에게 "너를 위해서 천번이라도 그렇게 해주마"라고 대답하면서 연을 쫓아가는 마지막 장면은 영화의 엔딩과 같은 영상으로 각인되어지는 최고의 장면이라고 말하고 싶다.
할레드 호세이니의 작품을 만난 건 <천 개의 찬란한 태양>(열림원, 2007)이 먼저였다. 고백하자면, 나는 한 눈에 영화처럼 편안하게 영상이 그려지는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소설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데 주저함이 없는 독자인터라 주인공 여성들의 지난한 삶에 눈물을 많이 흘리긴 했었지만, 시종일관 유려하게 서술되어 있는 소설의 구성이 다소 심심하게 느껴졌었다. 읽고 나서 감동이야 잔잔히 넘쳐 흘렀지만, 감동과 구성 및 서술상의 아쉬움은 아무래도 다른 일이니 그를 어쩌랴. 그런 망설임이, 전작 <연을 쫓는 아이>(열림원, 2007)를 잡는데 까지 꽤 시간을 걸리게 했다.
소설을 써 보겠다고 끄적거려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소설 전체를, 더구나 장편소설을 한 점으로 집약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이 작품을 읽은 후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느끼는 감동은 스토리에서 비롯되는 바도 있지만, 작가의 뛰어난 역량에 대한 감탄에서 오는 경우가 더 클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할레드 호세이니의 전작 <연을 쫓는 아이>는 <천 개의 찬란한 태양>보다 훨씬 잘 짜여진 작품이다.
- 연을 날리는 아이와 연을 쫓는 아이
평화롭던 시기,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난 두 아이가 있다. 연을 날리는 아이와 연을 쫓는 아이. 그들은 서로 운명이 다르며 태어날 때부터 자신들의 운명이 다르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아프간 국내외 상황의 변화에 따라 굴곡 많은 삶을 겪어야 했던 그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사실이라고 믿었던 운명이었을 뿐,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나중에 알게 되는 실상에 경악하는 아미르, 아무런 사실도 알지 못한 채 충직하게 살다가 스러져 간 하산.
- 거짓말도 거짓말을 낳고, 진심도 거짓말을 낳고
알리의 아들 하산. 바바와 라힘 칸의 암묵적 동의에 의한 거짓말은 천진한 두 아이의 인생을 바꾸어놓는다. 명예와 평판이 중요했던 바바는 결국 침묵으로써 사실을 덮기를 원했고, 아미르에게는 바바의 행동이 이해할 수 없는 섭섭함으로, 하산에게는 평생 충성과 복종의 임무가 어깨에 묵직한 돌처럼 내려앉게 된다.
아미르의 진심은 왜곡되어 거짓말로 나타난다. 아미르는 하산을 친구로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그를 하자라인으로 취급한다. 아미르는 하산이 위기에 처했을 때, 진심으로 하산을 구하고 싶어 하지만 그가 취한 것은 거짓말의 또 다른 형태, 외면이었을 뿐이다. 아미르의 진심은 매번 이렇게 거짓말로 나타난다. 그런데, 하산이 아미르의 진심을 몰랐을까?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할게요.” (105p)
진심이 누구에게나 통한다는 말은 거짓일까? 아니다. 맞는 말이다. 단지 빠르고 늦은 것의 차이가 있을 뿐, 진심은 어디서나 통하게 되어 있다. 진심을 짓밟는 거짓말은 당장은 위기를 모면하게 될 수도 있고, 어쩌면 당장은 더 낫게 보이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불편함을 지속적으로 유발하여 결국은 발각되고 말거나 자수하게 되게 마련이다. 하산의 진심은 아미르에게 당장은 와 닿지 않는 것 같았지만, 결국은 아미르의 삶 전체를 뒤흔드는 메아리로 변해 되돌아오게 된다.
- 양심과 용기, 용서와 화해의 노래
미국에서의 편한 삶과 안정된 가정, 소설가로서의 평판, 이를 모두 버리고 떠나기란 쉽지 않다. 벌써 오랜 시간이 지난 일이지만, 실상을 안 이상은 더 이상 자신이 지은 죄를 방기할 수 없다. 아미르는 용기를 내어 하산의 아들, 소랍을 찾으러 가기로 한다. 그것이 라힘 칸이 권한, 결국은 그가 선택한 속죄의 방식이다.
후회는 자책을 불러오기 마련이고, 겁쟁이가 아니라면, 자책을 통해서 참회에 이르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양심과 용기는 용서와 화해를 가능하게 한다.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지만, 이 과정을 밟기란 녹록하지 않은 일. 아미르는 이제 마음 속에 담고 있었던 친구, 아니 동생, ‘하산’이라는 존재를 제대로 응시하기 위해서 죽을지도 모르는 그 길을 떠난다. 그것은 하산과 소랍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을 위한 일이었을 터.
소설을 읽는 동안 마음이 팽팽한 연줄처럼 당겨져 있었다. 연줄에 묻힌 유리에 베여 피도 났고, 때론 상대방의 연줄을 끊을 때처럼 쾌감을 느끼기도 했고, 떨어진 연을 쫓아 같이 달리기도 했다. 읽는 내내 아미르를 위해 천 번이라도 달려간다는 하산의 마음과, 소랍의 미소를 얻기 위해 떨어지는 연을 향해 달려가는 아미르의 마음이 곧 내 마음과 같았으니. 하산도 아미르도 또 나도 우리는 모두 ‘연을 쫓는 아이’였다.
아주 작은 복선까지 치밀하게 깔아 다소 과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살짝 들기도 했었지만, 작가의 처녀작임을 감안해보면 이 역시 놀라울 따름이다. 할레드 호세이니의 명성을 들었던 전작주의자라면, 두 권일 때 얼른 시작하기 바란다. 할레드 호세이니는 전작을 모으기에 주저함도 아까움도 없는 작가이니 말이다. 그를 통해 보여지는 아프가니스탄은 시리도록 아프지만, 여전히 희망을 간직하고 있다. 비록 이가 실낱같이 가는 길일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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