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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1년 07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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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12쪽 | 426g | 128*188*21mm |
ISBN13 | 9788933871645 |
ISBN10 | 89338716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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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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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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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야 사는 변호사
이 더위에 흥미로운 책을 만났다. 「명상 살인」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다. 명상이라면 마음의 평화나 다스림을 통해 평온함을 유지하는 의미가 있다면 살인은 범죄 중에 최고라 할 수 있으니 이 두 단어의 조합만으로도 ‘이 책 도대체 뭐지?’라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변호사인데 살인을 해야한다' , '살인을 해야 내가 산다' 이런 전제 조건이니 그래 살인을 저지르고 나선 그걸 또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증은 계속 쌓였다.
작가 카르스텐 두세는 법학을 전공한 변호사로 수년간 방송작가로 일했고 지금은 주로 도서를 집필하고 있다. 2019년 「명상 살인」이 출간되자마자 독일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고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높은 순위를 지키고 있다고 한다. 이 모든 게 단골 바에서 종업원이 빌려준 종이와 펜을 가지고 쓴 메모지 6장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작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다른 책과 달리 독특한 형식의으로 차례가 나와있고 같이 그려진 그림을 보며 이 그림들이 분명 뭔가 이 책의 내용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리를 해보았다. 책을 읽어내려가며 역시나 눈여겨보았던 이 그림들이 이 책에의 중요한 소재로 등장을 하니 죽지 않은 나의 추리력에 흐뭇해 하기도 했다.
마흔두 살의 형법 전문 변호사인 나, 비요른은 자신이 배운 법률을 마피아 두목인 드라간 세르고비츠의 불법적인 사업을 적법한 방법으로 바꿔 그들이 안전하게 사업을 하게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불법 행위를 하는 자를 위해 법을 이용해 도덕적으로는 떳떳하지 못할지라도 가족이 누릴 수 있는 경제적인 이득을 위해 마음의 무거운 짐 정도는 감당해야 한다고 여긴다. 비요른은 아내 카타리나와의 결혼 생활 위기와 일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딸 에밀리를 위해 기꺼이 자신이 변화되어야 함을 받아들이고 그 방법으로 명상을 선택하게 된다. 드라간의 동료 일을 처리하느라 첫 상담 예약 시간에 지각을 하며 상담사 요쉬카 브라이트너와의 첫 만남은 껄끄러웠다. 하지만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명상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으로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나 생각 하나에만 집중을 하며 현 상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편안하게 인식하기를 실천하기를 배우게 된 그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굳어진 목덜미에 대한 통증이 사라지니 ‘명상에서 뭔가 배울 수 있겠다’ 생각이 들어 매주 목요일 저녁 브라이트너를 만난다.
『추월 차선에서 감속하기 - 명상의 매력』의 일부
하고자 하는 일을 계속해서 하는 사람은 자유롭지 않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강박에 사로잡힌다.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그냥 하지 않는 사람만이 자유로운 자다. (p.23)
바다에서 가라앉아 익사하지 않으려면 당신만의 시간의 섬을 창조해야 한다. 이곳은 당신이 의식적으로 스스로를 안정시키는 보호된 공간이다. 여기에는 ‘나는 반드시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개념이 없다. ‘나는 존재한다’는 명제만 있다. 시간의 섬은 장소가 아닌 기간이다. 1분이 될 수도 주말 전체가 될 수도 있다. 어떤 경우라도 그것은 오직 당신만을 위한 시간으로, 당신이 정의를 내리고 지켜내야 할 기간이다. (p.37) |
브라이트너 선생에게 호흡과 시간의 섬의 의미와 ‘평가 없이 받아들이는 것’, ‘의도적으로 초점 맞추기’의 원리를 배우며 나는 내면의 저항을 극복하는 일에 익숙해졌다. 12주의 명상 훈련이 끝날 때 요쉬카 브라이트너에게 작별 선물로 받은 책 『추월 차선에서 감속하기 - 명상의 매력』을 항상 가지고 다기로 결심한다. 명상과 함께 하는 새로운 삶을 기념하기 위해 상담 과정이 끝나는 첫 주말, 에밀리와 시간의 섬에서 짧은 휴가를 보내기로 한다. 에밀리와의 여행의 시작을 망치는 드라간의 전화 한 통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명상을 활용하게 된다. 에밀리와 함께 하는 ‘시간의 섬’의 완벽한 수행을 이루기 위해 선택한 첫 번째 살인을 신호탄으로 그는 이제 자신과 가정의 안정과 평화로운 삶을 위해 그동안 배웠던 명상과 선생님의 책을 통해 살인만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첫 살인도 설마 그렇게 까지 하겠어? 라는 나의 반문이 무색하게 그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으면서 살인이 시작된다. 이제 비요른은 명상 책 속에 나온 방법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최선의 삶을 위해 타인의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이게 된다.
명상은 ‘삶이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명상은 ‘살아남아라!’라는 명령이다. 그리고 이것은 명상을 행하지 않는 타인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내가 지금까지 첫 살인에 만족하는 이유는 그 순간을 평가하지 않고 애정을 갖고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첫 상담에서 명상 코치가 한 시간 동안 바람직하다고 가르쳐준 태도대로 말이다. 첫 살인은 순간적으로 일어난 욕구를 자유의지로 따른 결과였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아주 성공적인 명상 연습이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날 위한 연습이었다. (p.25) |
이제 비요른은 그의 첫 번째 희생자인 드라간의 죽음 음폐, 코앞에 닥친 다른 마피아 조직과의 전쟁, 드라간 조직내의 배신자 축출 및 조직의 유지, 자신의 경제적 수입 유지 등 산재 된 일들을 일주일 안에 해결해야 한다. 게다가 딸 에밀리의 유치원 입학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고 입학 고려 순위의 가장 아래쪽에 있던 유치원이자 드라간의 유흥업을 위해 이전을 종용했던 곳인데 거기에라도 당장 입학 허가를 받지 못하면 딸과 함께 아내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겠다고 선포한다. 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비요른의 사고와 명상의 조합은 그의 입장에서는 아주 적절해 보이지만 절대로 합법적이지 않으니 읽는 내내 그의 안위가 걱정이 되어 조마조마했다. 이 책의 결론이 또 다른 살인을 암시하며 끝나는데 지금까지 독일에서는 3편까지 나왔다고 하니 비요른의 살인이 지속될 것임을 짐작하게 된다.
비요른의 안위를 위협하는 인물들이 범법자이며 그들과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가족도 위험해지니 그가 선택한 방법이 이해가 가다가도 해결 과정이 적법하지 않고, 언제까지 그가 안전할지, 합당한 벌을 받아야 인과응보의 결론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런데 그의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딸 에밀리를 생각하면 또 비요른의 범법 행위가 무사히 넘어가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나의 양심은 수시로 변했다. 딸을 사랑하는 비요른의 마음이 너무 절절하게 그리고 진심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재미 중에 하나가 바로 블랙 유머이다. 심각한 상황에서 이런 유머가 진지하게 전달되니 긴장되던 순간에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며 작가의 위트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카타리나는 자신이 10년 전 사랑에 빠졌던, 침착하고 진취적이며 이상으로 가득 찬 남자를 되찾고 싶어 했다. 내가 만약 10년 전에 사랑했던 몸매의 여인을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면 우리의 부부 생활은 그대로 끝났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세월이 여인의 몸에 흔적을 남기는 것은 마땅하지만, 남자의 영혼에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니. 그래서 아내가 성형외과 전문의를 찾아가는 대신 내가 명상 센터에 방문하게 된 것이다. (p.10)
“디멜 씨, 에밀 리가 회의실 의자에 낙서를 했어요.” “에밀리는 괜찮은가요?” “음, 아이는 재밌게 놀고 있어요. 그런데 의자는 ….” “그럼 왜 전화했습니까?” (중략) “회의실에 의자가 몇 개나 있습니까?” “둘, 넷, 여섯 … 열둘 … 열다섯 개요.” “에밀리에게 아주 잘하고 있다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에밀 리가 열다섯 번째 의자에까지 낙서하고 하면 다시 전화하세요.”(p.83)
남자에게 쿠키를 몇 개를 주고 나의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되었는지 물어볼 수 있다. 그럴 생각이 없다면, 나는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고 전기 충격기의 도움을 받을 것이다. 피부가 타는 냄새 정도는 깜빡 잊고 돌려주지 못한 딸의 멘톨 연고로 지울 수 있다. (p.289) |
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일련의 해결과제들을 그가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해 참지 못해 이 책을 끝까지 정주행을 했다. ‘죽여야 사는 변호사’라는 이유가 무엇인지, 비요른이 선택한 살인방법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비요른이 명상에서 살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지의 과정은 직접 책으로 만나보시길 바란다. 책 속에 첨부된 수사 보드의 빈칸에 들어갈 정답을 찾아보는 재미와 함께 정답 응모 이벤트도 참여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부가시킬 것이다. 명상과 살인도 부조화인데 여기에 살인이 일어나는 과정이 비극적이거나 무겁기보다는 너무 덤덤하고 필연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이 책이 묘미가 아닐까 한다. 독일의 추리소설 혹은 색다른 추리소설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런 기발하고 독특한 소재의 추리소설을 읽고 나니 속편들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고 벌써 속편들은 언제 만나 볼 수 있을지 기대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비요른이 만약 명상을 접하지 않았다면 그가 살인을 저지를 수 있었을까하는 질문을 던지며 리뷰를 마친다.
*YES24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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