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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1년 07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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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 EPUB(DRM) | 28.42MB 파일/용량 안내 |
ISBN13 | 9788984079601 |
상시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22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책이 도착하길 기다리며 한 시사 방송을 먼저 보았다. 책 출간 즈음 KBS에서 방영된 '시사기획 창'이다. 최근 호주와 중국간 문제를 다룬 방송인데, 그 방송에는 이 책의 저자가 중간 중간 등장하며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이 책의 내용과 완전히 똑 같은 것은 아니지만, 공통적으로 중국이 호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말해 주고 있는 내용이었다. 책 내용과 같은 부분도 있었고, 다른 부분도 있어서 리뷰 중간 중간에 이 방송 이야기가 자주 등장할 것 같다.
[사진 출처] [KBS 시사기획 창 E.330] 호주, 중국에 맛서다 2021.05.23 방영분
☞ 윗 사진은 이 책의 저자인 '클라이브 해밀턴'이고, 아래 사진은 이 책의 원서이다.
※ 이 방송은 'KBS 시사기획 창(☜ 클릭)' 홈페이지에서 무료 다시보기가 가능하며, 방송시간 53분52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참고하시기 바란다.
중국몽과 전랑외교
[사진 출처] [KBS 시사기획 창 E.330] 호주, 중국에 맛서다 2021.05.23 방영분
☞ 위 사진은 최근 KBS에서 방영된 시사기획창 330회의 첫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방송을 보며 몇 차례 충격을 받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충격을 받았던 장면이다. 시진핑 앞에서 의전하는 여성이 정확히 호주인인지, 중국계 호주인 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마치 군 의장대가 사열이라도 하는 것 처럼 강연단 안내에 앞서 입구에서 갑자기 차렸자세를 하더니 자막에서와 같은 말을 하고 시진핑을 연단으로 안내한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있던 호주 정치인들이 모두 기립을 한다. 예우를 갖추어야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원래 의전을 이렇게 하는건가 싶어 보면서 어딘가 석연치 않았던 장면이다.
방송은 호주의 문제점을 주로 먼저 다루고 마지막이 되어서야 그 문제점들을 하나로 묶어 시진핑의 진짜 목표를 집어 주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마치 방송에서 이어지기라도 하는 듯 총 3개의 장(1~3장)에 걸쳐 시진핑의 중국몽과 서서히 세계 곳 곳을 파고드는 세계 제패 전략을 먼저 자세하게 설명한 후 호주 상황을 전하고 있다.
근대사의 굴욕을 씻어내고, 중국을 위대한 초 강대국으로 부흥시키는 것이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이다.
마오쩌뚱은 분열된 중국을 통일했습니다.
덩샤오핑은 중국 경제를 일으켰습니다.
시진핑은 중국을 강하게 만들려고 합니다.
이것이 중국 지도자에 대한 3대 서사입니다. 시진핑은 자신을 이 시대적 전환의 책무를 완수할 역사적 인물로 보고 있습니다.
[시사기획 창 E.330, 51분~51분40초 부분 나래이션 내용 발췌]
이 책을 읽으면서 뜸금없이 깨달은 점이 있다면, 애초에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였나 하는 질문을 하게 된 점이다. 올해 들어 좋은 기회가 생겨 중국의 동양고전과 동양철학 관련 도서를 읽을 기회가 계속 생겨 서두르지 않고 매달 1권씩 읽어나가고 있는 참이었다. 그 고전들은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체택하고 있는 세계 곳 곳의 리더들에게 여전히 교과서처럼 읽히는 책들이다. 그런 좋은 사상과 경험을 갖고 있었던 나라가 왜 이렇게 된걸까 하는 의문을 이제서야 갖게 된 것이다. 그렇게 찾아보니 1917년에 레닌이 러시아에서 혁명을 일으켜 러시아 제정을 무너뜨리고 공산 정권을 수립하고 그들이 다시 중국으로 파견되며 1921년 중국에서는 정식으로 공산당 창당을 하게 된다. 우연인건지 올해가 중국 공산당 창당 딱 100년째가 되는 해라고 한다. 그래서 지금 중국에서는 창당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대대적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었다.
그런 중국은 공산주의 체제로 자리 잡는 듯 하지만, 마오쩌둥이 사망하고 문화혁명에 대한 폐해와 1970년대말과 1980년 초 덩샤오핑의 자유 시장 개혁으로 경제를 개방하며 서구 사상이 밀려오면서 대위기를 맞는다. 그 절정이 1989년 6월 4일 베이징 한복판에서 벌어진 톈안먼(천안문, 이하 천안문 사태) 사태이다. 이 천안문 사태는 아이러니 하게도 30년이 지난 현재의 호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수습하고자 그들의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은 어린 시절부터 세뇌 교육을 하는 것이다. 이 세뇌 교육의 효과는 해외에서 천안문 사태를 겪고 그 곳을 벗어나 민주주의 국가로 피해 나라를 떠났던 중국계 이주민들과 어릴 때부터 세뇌되어 공산주의를 당연하게 여기며 자라온 젊은 세대간의 의식 차이만으로도 충분히 확인이 된다. 그리고 또 다른 선택은 중국이 '혈통'을 매우 중시하고 있는 점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바로 '하나의 중국이다.' 중국 혈통이면 국내외 불문하고 모두 하나로 포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이 자국민을 해외로 유학 보내고 해외로의 이민을 장려하는 진짜 속내가 따로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상황에 따라 그들을 다시 자국으로 돌아오도록 강제하거나 다시 해외로 내보내기를 반복하고 있어 이 문제는 여기까지만 언급하려고 한다.
하나의 중국을 책 속에 등장한 호주의 사례 하나를 찾아보면 천안문 사태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천안문 사태가 발생하던 해에 호주 총리였던 밥 호크는 당시 베이징의 잔인한 시위 진압 장면에 크게 충격을 받고 눈시울을 붉히며 당시 호주에 있던 중국인 유학생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을 한다. 물론 호주 공직자들의 강력한 반발이 있었다고 한다. 그 결정으로 중국인 4만 2000면이 영주권을 취득하고 이들의 가족 관계인 중국인 10만여 명이 호주로 이주하게 된다. 그런데, 그 결정은 밥 호크 총리에게 크나큰 오점이 되버린다. 물론 공산주의가 싫어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호주에 충성하는 중국계 호주인들도 있다고 하지만, 중국 혈통이면 모두 중국인으로 보겠다는 시진핑의 말대로 당시 영주권을 얻은 중국인들은 이제 학계는 물론 정계, 재계에서 주요한 요직을 차지하며 호주가 아닌 중국에 충성하는 슬픈 예감은 현실이 되고 만다. 더 황당한 건 당시 유학생들 중 4분의 3은 대학이 아닌 단기 어학연수 과정을 밟던 학생들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결코 짧지 않은 30여년의 세월을 통해 그런 일을 겪은 호주의 요직에 몸담고 있는 이들은 여전히 이러한 상황에 개의치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계속되는 호주 정보 당국의 경고를 계속해서 무시한다. 2017년 12월이 되어서야 외국 간섭 방지법을 발의하게 되지만, 정보 당국의 힘이 그렇게 까지 약한 나라는 처음이라 그저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굳이 이렇게까지 표현을 하는 이유는 부동산 매입에도 열을 올리는 중국인들의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호주 정보당국(우리의 국정원 격인) 건물의 맞은편에 있는 빌딩 소유가 중국인(정확히는 중국 정부가 관여되었다라고 보는게)이라는 점만 보아도 굳이 부연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맞은편 빌딩에서 내려다 보면 어떤 차가 정보당국을 드나드는지 파악이 가능하니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시진핑이 차기 주석으로 선임된 2012년 말 중국은 도광양회 전략에서 더이상 숨지 않고 힘을 행사하겠다는 중국몽의 실현에 대해 야심차게 발표한다. 그러한 시진핑의 전략 중 가장 두드러졌던 전략이자 최근 부메랑이 되고 있는 전략은 '전랑외교(戰狼外交)'이다. 이 책을 읽고 있던 시점에 미 대통령 바이든의 중국을 견제하는 발언이 이어지며, 시진핑의 전랑외교가 단지 미국만이 아닌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상황으로 바뀌며 전세계는 지금 중국이 '전랑외교'를 포기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 전랑외교(戰狼外交) : 중국의 국익을 관철하기 위한 공격적인 외교정책을 이른다. 영화 ‘전랑’(늑대전사)에서 따왔다.
* 도광양회(韜光養晦) : 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뜻으로 후진타오는 손자병법의 교훈과 덩샤오핑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도광양회 전략'을 채택했었다.
서구진영의 약한고리 - 뉴질랜드와 호주
호주와 더불어 중국이 공략 대상으로 삼은 나라가 또 한 곳이 있다. 바로 '뉴질랜드'이다. 그들이 뉴질랜드와 호주를 서구 진영의 '약한 고리'로 여기고 중국몽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이상적인 장소로 본 궁극적인 이유는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무너트리기 위한 전략이다.(p.57) 이들은 해외 중국인 관리를 뜻하는 교무인 '해외 중국인 업무(계획)'를 통해 포섭 대상국에 있는 각계각층의 해외 중국인을 포섭하고 장려책이나 억제책을 통해 중국인의 행동과 인식을 대대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 책이 호주인 저자가 호주에서 벌어지는 일을 서술하고 있는 책이라 뉴질랜드의 상황을 정확힌 알 수 없지만, 중국계 뉴질랜드 학자인 '제임스 젠화 토'의 논문을 저자가 수차례 주요 자료로 인용하며, 현재 호주 상황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참고해야 되는 자료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1~2달 내에 전 세계의 흐름, 그리고 동맹국들을 의식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뉴질랜드에서도 조금씩 중국을 견제하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용히 스며드는 영향력 - 정계, 경제, 학계, 산업, 문화
이 책을 읽는 동안 각종 포털에서는 앞서 언급한 바이든의 중국 제제에 대한 소식이 계속 해서 들렸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이 코로나 진원지로 알려지며 전세계적으로 공분을 샀던 영향도 분명 있겠지만, 시진핑이 추진해온 '전랑외교'가 전 세계를 모두 중국의 적으로 만드는 부메랑이 되면서 중국의 '전랑외교 포기'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었다.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호주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은 그리 낯선 상황들은 아니었다. 최근 우리나라의 국방과학연구소에서도 해킹은 물론 직원에 의한 군사기밀 유출 사건이 있었고, 카이스트의 한 교수는 중국의 해외 인재 유치 계획인 '천인계획'에 참여해 국내 자율주행 관련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검거되 기소되기도 했다. 심지어 중국인 유학생이 보안이 중시되는 국내 주요 기관에 연구원으로 근무한 사실이 드라나 파장이 일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건 이러한 사실들이 잘 못된 것이라고 많은 일반인들이 인식하고 목소리 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영향이 어디까지 미치고 있는지 단언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뿐만 아니라 정말 우리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관광객을 예로 들어보면 어떨까? 중국인 관광객을 예로 들면 바로 이해가 될지도 모르겠다. 좋은 소리가 결코 나오질 않는다. 2020년 초 억대 현금을 들고와 협박하며 마스크를 사재기 하려고 했던 사례, 중국인이 휩쓸고간 후 제주 공항의 쓰레기 난장판, 코로나 이전 사드 보복으로 급감했던 관광객과 중국인 관광객 상대로 장사를 하던 이들의 최후, 중국에서의 롯데 매장 철수 등.. 이러한 사례는 나라만 바꾸면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인 나라 호주에서도(분유파동으로 인한 분유 사재기 등)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단지 관광객 사례만 보았을 뿐인데도 이 사례에서 가장 무서운 점은 물론 개별(개인) 관광객의 검열이나 단속은 어렵겠지만, 단체의 경우 중국은 관광객 마저도 관리를 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그렇다. 최근 우리나라의 문화 컨텐츠에도 중국의 자본이 대거 유입되며 컨텐츠 속에서 교묘하게 조작되고 선전되고 있는 상황이 빈발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 드라마 '조선구마사'와 '철인왕후'가 그 예이다. 이에 비하면 판권 없이 무단 도용하여 방송을 제작하는 것은 애교 수준일 정도이다. 최근에 종영 17년만에 특별 방송으로 제작된 미드 프렌즈에서는 게스트로 한국의 BTS가 잠깐 등장했는데, 중국에서 서비스 되는 그 방송에서 중국 당국이 BTS 출연 부분을 삭제해 버리며 중국팬들 사이에서 난리가 나기도 했었다. 책 속에서 중국인들이 호주 전역에서 벌이는 내용들을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례를 찾아 말해 보았다. 책 속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공작(?)을 보면 입이 안 다물어진다. 그 정도로 노골적이고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결국 중국이 세계를 거머쥐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정말 유치하면서도 간단하다. 현금을 내밀며 달콤한 말로 회유하는 척하며 세뇌시키다가 그게 안되거나 거슬리며 대놓고 이빨을 드러내어 공격하는 방식이다. 정말 간단하고 유치한 방법이지만, 그들 나름의 체계적인 계획으로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실행 중이며 그 파급력은 '파괴력'이란 단어로 바꿔도 될만큼 엄청나다. 그들이 자금(현금)을 만들어 내는 방식은 그리 어렵지 않다. 세계 각 국의 해외 주요 요직만 포섭하고 간섭하는 것이 아닌 그들은 자국민도 검열하고 관리한다. 역시 자국민들도 자신들에 반하면 가차 없다. 해외에 있는 중국계 외국인들도 마찬가지다. 거슬리면 중국에 있는 친인척을 인질로 삼아 위협한다. 그들은 그런 방식으로 수월하게 자금을 만들어 내고, 그렇게 만들어진 자금은 그들에게 큰 무기가 되고 있다.
중국을 대하는 호주의 태도
내게 호주라는 나라는 오페라 하우스, 캥거루, 코알라 그리고 한국에서 워킹 홀리데이로 가장 많이 찾는 나라 정도였다. 땅덩어리에 비해 인구가 적고, 비교적 평온하게 살 수 있는 곳.. 그리고 지인을 통해 들은(화가나지만.. 한국인이 해코지 당한 사례는 여기서 제외하겠다. 인종차별이 이 책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햇빛이 너무 뜨거워 피부암에 걸리는 사람이 많다는 정도. 게다가 유학도 많이 가는 나라라 꽤 안정적이고 체제가 안정된 나라라고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눈 앞에 놓인 현금에 눈이 멀어 자국의 안보에 대한 안이함과 핑퐁처럼 니 탓 내 탓 서로 미루는 요직 인사들을 보며 이게 지금 21세기 선진국 호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맞나 싶었다.
호주의 주요 명문대 절반 이상에서는 중국 군관계기관들과 연관된 유학생과 교수진, 연구자들이 기술 협력을 가장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대학가에서 설치되던 공자학원은 이제 초.중고로까지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고, 그것도 모자라 아예 호주 교육부 내에 해당 감독 기구를 설치하는 곳까지 있을 정도이다. 자신들의 내부 기관에 감시와 검열을 하는 자리를 내주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일부 학자들이나 정재계 인사 중에는 오히려 민주주의를 비난하면서까지 중국을 두둔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심각한 건 호주 정보기관의 수차례의 경고에도 그들이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경고가 의미 없다.) 시사기획 창 방송분에서는 길거리에서 이 상황에 대해 질문하기 위해 지나가는 일반인을 취재하려고 하자 성급하게 도망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저 추측할 수 밖에 없지만, 보복이 두려운 탓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만약 호주의 정재계 등 주요 요인들이 정보기관과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들의 말에 조금이라도 귀를 귀울였다면 길거리에서 취재진의 요청에 두려움에 떨며 도망가는 장면은 보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싶어 씁쓸해진다.
[사진] (왼) 저자가 주요 참고자료로 언급하고 있는 '중국 산업스파이', (오른) 중국의 조용한 침공
이 책이 오기 일주일 전부터 이 책에서 상당히 많이 인용되고 있는 '중국 산업스파이'라는 책을 읽던 중이었다. 논문 형식의 경향이 짙어 충분히 흥미롭지만,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잠시 중단하고 이 책을 먼저 읽었는데, 아직 일부밖에 못 읽었지만 먼저 읽은 그 책과 상호보완되는 부분이 많아 대체적인 상황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수월했다.(중국 산업스파이는 중국이 미국에 미치는 영향, 이 책은 중국이 호주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다루고 있다.)
기술 유출과 같은 산업 스파이 사건의 중심에는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평소에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어 뉴스 등을 통해 관련 소식을 만나게 되면 꼼꼼하게 보는 편이다. 그런데, 그 소식들이 주로 우리나라와 미국에 한정되어 있어 그 외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은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다는 점을 이 책을 읽으며 깨닫게 되었다. 그나마 조금 눈을 돌려 관심갖고 자료를 찾아보는 곳은 중국과 아프리카의 관계였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내용은 지난 2015년 KBS의 '슈퍼차이나'를 통해서도 이미 알려졌다. 게다가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가 WTO 수장이 된 직후 최근 WTO 고위직에 중국인을 대거 임명한 소식이 들리다보니 자연스레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언급 했지만, 중국이 하는 투자는 단순 투자가 아니다. 처음에 투자를 하고, '부채' 즉, '빚'이라는 함정을 악용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다. 실제로 그 악영향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시사기획 창 관련 방송을 보지 않고, 이 책만 읽었다면, 그저 이 분야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만 추천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은 시사기획 창 방송과 함께 많은 일반인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호주의 경우 일부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경고하는 목소리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런 역할을 해야 할 정·재계, 학계가 이 문제에 대해 안이한 것도 모자라 오히려 중국을 두둔하고, 민주주의에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다 보니 일반인들은 관심조차도 없다. 책에서는 그러한 사례를 너무도 생생히 보여준다. 반면에 방송에서는 좀 특이한 장면이 연출된다. 취재진이 거리에서 일반인들에게 이 문제와 관련된 인터뷰를 시도하니 마치 보복이 두렵기라도 한 듯 하나같이 도망가며 피하기 바빴다. 인터뷰에 응한 일반인은 중국의 무역 보복 조치로 피해를 입어 방송을 통해서라도 자신들의 생사를 붙잡고 싶은 어민 몇 명 뿐이었다. 이 상황을 정리해보면 이제서야 비로서 그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취재진의 요청에 도망가는 호주 국민들을 보며 처음엔 충격을, 받았지만, 두 번 세 번 돌려서 보았을 때는 중국과 관련해 대학 내에서 반대 시위를 하는 그들을 에워싼 중국 학생 부대들의 모습과 정작 자국에서는 소리도 못내면서 마치 애국자라도 된 양 남의 나라에 유학와서는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고, 잘못됐다고 비난하며 항의하고 법적 분쟁을 일으키는 사례를 책을 통해 확인하며 비로소 이해가기 시작했다.
결국 이 책의 핵심은 중국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공산주의를 정당화 하며 세계 최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미치는 영향과 그 영향들을 접하는 각 국의 국민들의 행동에 있다. 책에서 말하는 사례들은 호주라는 나라만 중국이 영향을 미치는 다른 어떤로 바꿔서 읽어보면 세계 어디서든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 내용들이다. 조금 막나가 보면 아마 읽다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저러네.. 라는 소리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다시말해 우리나라에서도 분명히 일어나고 있는 사례들이라 단순히 중국과 호주의 관계로 끝낼 내용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정학적, 역사적 위치와 관계 때문일수도 있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중국의 행태에 대해 우리는 호주에 비하면 조금이라도 목소리를 내고 있고, 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목소리가 이런 상황에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를 이 책을 읽으면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정말 흥미롭다.(너무 뒷목 잡는 상황들이 자주 등장해 차마 재밌다는 표현은 쓰지 못하겠다.) 제발 나와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많은 사람들이 꼭 한 번씩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호주를 우리나라라고 생각하면서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러면 우리가 왜 이런 상황에 무지하면 안되고,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되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관심 분야라고 하며 너무 편협한 시각에서만 자료를 찾았던 내게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이 분야를 볼 수 있게 해줘서 내게는 정말 고마운 책이다. 중국의 보복 때문에 여러 출판사에서 거절 당하며 이 책이 어렵게 빛을 보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내에 심각한 상황을 생생하게 전해준 저자의 노고에도 감사드린다.
** 본 게시글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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