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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1년 08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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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141쪽 | 242g | 125*194*15mm |
ISBN13 | 9791191248302 |
ISBN10 | 1191248305 |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0월 1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뉴욕타임즈 21세기 최고의 책 100대 도서 『파친코』, 『채식주의자』 선정
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0월 18일
소진시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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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가 불타버렸다. 팬을 때렸다고 한다.
다짜고짜 최애가 불타고 시작하는 소설이라니, 이것 참 오랜만의 강렬한 도입부다. 여기서 불탔다는 말은 물리적 연소 반응이 아닌 '온라인상에서 비난, 비판 등이 거세게 일어 논란의 대상이 됨'을 의미한다. 맥락을 알고 나면 제목 <최애, 타오르다>가 이해된다. 화마와 같이 활활 타오르는 최애를 향한 사랑의 모양뿐 아니라 그런 자기 삶의 중심이기까지 한 존재가 순식간에 한 줌 재가 되어버린 상황을 인상 깊게 나타낸 한 단어인 것이다. 소위 '현생'을 살아가며 가슴 속에 소중히 그러안은 최애 하나를 더 부양하며 살아가는, 그리고 그런 최애를 불미스러운 사태로 인해 한순간에 잃어본 경험이 있는 현대인이라면 반드시 공감할 수 있을 만한 내용의 소설이다.
주인공 아카리는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살아가는 것이 서툰 아이이다. 구구단과 알파벳을 외우기 시작할 적부터 남들보다 배움이 느렸고 친언니 히카리의 응원에 힘입어 온 힘을 다해 겨우 외운 영문법도 내일이 되면 다 까먹고 말았다. 그렇게 '세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가 두 걸음 되돌아오는 생활을 초조하게 반복하'던 중 아카리는 그룹 '마자마좌'의 마사키와 만나 삶의 감각을 회복하는 경험을 한다.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도 벅차 타인에게 무관심한 세태에 아이러니하게도 타인에 대한 가장 자발적이고 무조건적인 관심을 통해 삶을 재생한 것이다.
나는 서서히, 일부러 육체를 몰아붙여 깎아내려고 기를 쓰는 자신, 괴로움을 추구하는 자신을 느끼고 있었다.
체력과 돈과 시간, 내가 지닌 것을 잘라버리며 무언가에 파고든다.
그럼으로써 나 자신을 정화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괴로움과 맞바꿔 나 자신을 무언가에 계속 쏟아붓다 보니 거기에 내 존재가치가 있다고 여기게 됐다.
하지만 그런 생활도 결국은 온전히 자신을 회복했다고 말할 수 없고 초점이 어긋난 병적인 생활이라는 사실을 짚어주는 부분이 바로 이 단락이다. '나는 철저하게 최애만 응원하면 된다.' 과연 우상에 자아를 전적으로 위탁하며 자신의 삶을 돌보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 고통스러워하며 결국 버티지 못하고 산산이 조각나는 것은 자신이다. 부모님과 아르바이트하는 가게의 점장님 등 주변인들과는 물론 스스로와도 삐걱삐걱 어긋나기 시작하는 아카리의 모습이 지켜보기에 불안하고 위태롭다.
기어 다니면서, 이게 내가 사는 자세라고 생각했다.
이족보행은 맞지 않았던 것 같으니까 당분간은 이렇게 살아야겠다.
'면봉을 주웠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뼈를 줍는 것처럼 정성스럽게 내가 바닥에 어지른 면봉을 주웠다. 면봉을 다 주워도 하얗게 곰팡이가 핀 주먹밥을 주워야 하고 다 마신 콜라 페트병을 주워야 했지만, 앞으로의 길고 긴 여정이 보였다.' 최애는 불타버렸고, 나는 살아가야 한다. 자신의 방식으로 최애와의 작별을 마친 아카리는 마침내 지금까지 등한시해온 자신의 삶과 직시하고, 천천히 어긋난 부분을 맞춰 나가기 시작한다.
우사미 린의 <최애, 타오르다> 속에는 무기력하고 외로운 현대인의 표상이 있고, 극단의 광기와 가슴 아픈 공감이 있으며, 감각적 묘사로 극대화된 '자각의 순간'이 있다. 아카리만큼 자신의 모든 것을 덕질에 쏟아붓는 편의 '덕후'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정신병력 10년 그리고 덕질 경력 9년의 내가 바라본 아카리는 충분히 공감할만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남들이 그리하는 것처럼 평범하고 완만하게 살아가는 것이 좀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고, 광적이기까지한 덕질을 통해서만 삶의 감동을 경험하는 아카리의 모습이 그토록 처절하고 측은하게 보인 것은 그 때문이리라. 문학의 존재 가치는 활자를 통한 공감과 감동에 있다고 여기는 독자로서, 책을 읽는 내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가 한 번쯤 읽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족보행이 버겁다면, 기어 다녀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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