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눈 만큼 삶을 행복하게 해 주는 사람들<br/>질항아리<br/>유빈아<br/>사랑비<br/>유쾌한 경험 더듬기 1<br/>영안실 소묘<br/>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데<br/>유쾌한 경험 더듬기 2<br/>요즘 아이들<br/>공동경비구역<br/>걸어 다니는 눈사람<br/>당신의 향은<br/>제자 생각<br/>친구? 친구! 친구…<br/>내 이기심일지라도<br/>부디 깨어나기를<br/>힘든 그대에게<br/>따끔거리는 양심<br/>좋은 사람<br/>사실과 진실<br/>아름다운 만남<br/>Bob을 그리며<br/>마음이 하는 이야기 듣기 <br/><br/>2. 가족이란 울타리<br/>어머니<br/>마음나라 계산법<br/>우렁이<br/>세상 모든 일에<br/>행복한 아침에<br/>행복한 바이올린<br/>제대로 살아가려면<br/>불쌍한 왕따<br/>솔직히 고백하자면<br/>재밌는 이야기 perspective parenting<br/>성탄절 엽기 가족<br/>판단은 스스로<br/>아들이 울면<br/>아들과 함께 나누는 글<br/>운동회<br/>과거를 묻지 마세요<br/>청개구리였다<br/>사랑을 드립니다<br/>나는 아직 착한 사람인가 <br/><br/>3. 자연인으로 산다는 일 <br/>블랙 커피<br/>바다물고기 세상물고기<br/>봄을 캐 왔습니다<br/>마술비가 내리는 날에<br/>암놈의 내숭과 깜찍<br/>세상 뒤집어 보기<br/>반전<br/>수컷 새에 대한 연구 발표<br/>과메기<br/>지우개밥<br/>세상을 살아가는 데는<br/>바람에게는<br/>흔적<br/>여자끼리 나누고픈 이야기<br/>정말 이상한 일<br/>마음 가지치기<br/>그 여자 이야기 <br/>정갈한 향의 여인이고 싶다<br/>초대장을 드립니다<br/>살맛나는 세상이야기<br/>마음에 자라는 들풀 같은 말들<br/>다시 살아났다

<b> 나눈 만큼 삶을 행복하게 해 주는 사람들</b><br/><br/>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 입양아 유빈이는 잘 울지 않는다. 숱이 많고 짙은 검은 머리가 유난히 더 슬퍼 보이는 아이에게 저자는 ‘너는 버려진 것이 아니라 더 나은 텃밭으로 모종이 옮겨진 것이라 생각하라’고 기원한다. 목탁소리 기도소리 같이 있는 영안실 풍경, 어린시절 우체부 아저씨와 환경미화원 아저씨,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고 죽음의 문턱에 선 여인이 부디 깨어나길 소망하는 사람들 등 우리 곁의 이웃들을 외면하지 않고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br/><br/><b>가족이란 울타리</b><br/><br/>가장 가깝기에 가장 멀게 느껴지는 가족. 설날 아침 떡국 한 그릇을 앞에 두고 날로 기력이 쇠해가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염려보다 멀리 떠나 있는 아들에 대한 아린 마음은 도대체 어떤 마음나라 계산법인지 묻는 저자에게서 솔직함과 사람다움을 느끼는 건 억지일까.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야 어머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게 되는 딸, 세상은 나누며 살아야 한다고 몸소 가르치셨던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하다. 그 배움대로 살아가며 자식들을 키우고자 하는 저자에게서 그 삶의 진정성을 엿보게 된다.<br/><br/><b>자연인으로 산다는 일</b><br/><br/>저자는 조화를 이뤄 가며 살아가는 자연에 귀 기울이며, 자신을 돌아봄에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 또한 세상이란 도화지에 ‘우리’라는 이름으로 그림을 그려가는 선한 이웃에게 감사하며 자신의 삶이 그러하길 원한다. <br/>아마도 그런 점이 자신을 잃어버리고 살아온 동시대의 아줌마들과 만나 공감대를 이루는 것 같다. 그래서 저자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들에서 많은 아줌마들이 그녀의 이야기에 위로받고 동질감을 느끼는 것을 볼 수 있다. <br/><br/><b>시는 산문에 가깝고, 산문은 시에 가깝다 </b><br/><br/>이 책에 실린 글들은 시와 산문의 사잇길에 위치한다. 이렇게 형상화된 아름다운 시어들 섬세한 감성이 잘 들어나 한번쯤 곱씹어 음미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더불어 저자의 삶과 글이 일치함을 보이는 것은 아마도 자신의 삶을 표현하는 통로로 글이 자리매김하기 때문일 것이다.

밥푸는여자는 자연의 시인이다. 자연이 거기 있어 시인이 노래함이 아니라, 그녀가 거기 있어 자연이 와서 노래하고 기뻐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녀의 새벽 산책은 자연에게 아무런 상처도 남기지 않는다.
아침 이슬방울만큼이나 정결한, 그녀가 펼쳐 놓는 감성의 세계는 그지없이 맛깔스럽다. 하여 나는, 아무도 밟지 않은 뜰에 맨발로 서면 하늘의 지혜로 조율이 되는 그녀를 지켜보고 싶다.

그녀의 후각은 놀랍다. 그녀는 범상한 인간이 느낄 수 없는 대상에서 비범한 세계를 감지해 내는 신비로운 능력을 지녔다. 꽃향기 · 풀향 · 숲향 · 수목향은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설향(雪香) · 새벽향 · 바람향 · 사람향 · 하늘향 · 세상향 · 햇살향 · 마음향까지도 맡아 내는 신비로운 힘이 그녀에게는 있다.
그녀는 동시에 맛과 소리의 시인이다. 삶의 맛 · 봄맛 · 공기맛 · 사람맛 그리고 빛의 소리와 구름 흐르는 소리, 노오란 물소리와 수목의 잔기침 소리와 꽃에서 나는 종소리를 듣는 특별한 미각과 청각을 지녔다.

꽃을 보고 눈물을 흘릴 줄 알며, 따뜻한 햇살에 낮게 날아오르는 새를 보고 감사할 줄 알고, 상큼한 바람이 불면 차에서 내려 빛을 찾아 드높이 뛸 줄 아는 여자이다. 그녀는 <내가 시인이 아닌 이유>를 써야만 했던 진정한 시인이다. 그녀는 언어로 표현해 내기 전에 먼저 몸으로 느끼는 시인이다. 그녀 자신의 표현을 빌리면, 관념 밖의 시간을 살아가는 ‘감성 바이러스’에 걸린 시인이다. 이 같은 감성은 강한 전염성을 지닌 까닭에 그녀의 글을 읽는 독자는 그녀의 순백색 토로에 곧장 감염되고 만다.

사슴 가족이 물 길러 나온다는 새벽 호숫가에서, 숲향과 어우러져 느리게 움직이는 새벽 안개의 흐름이 전해 주는 텅 빈 충만을 안아 볼 수 있으려면, 그리하여 적막한 나무들의 눈빛 대화를 읽어 낼 수 있는 영혼의 혜안을 가지려면, 온몸으로 세계를 껴안으려는 사랑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늘진 것들과 고통스러운 것들까지도 향기가 되려면 세계를 변모시키려는 시인의 따스한 시선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비 오면 비 담고 눈 오면 눈 담는 것은 아무나 지닐 수 있는 그릇이 아니다. 질박은 달관이 아니면 엿볼 수 없는 세계이다. 현대는 문학이 그리운 시대가 아니라 인간이 그리운 시대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그녀가 지닌 질박의 웅숭깊음을 맛본다. 여기에 그녀의 진정한 매력이 있다.
시의 마음으로, 삶이라는 이름의 소박하고 단아한 등롱 하나를 조용히 밝혀 들고, 이름을 감춘 채 홍진의 행렬 속에 불평 없이 찾아와 말없이 헌신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은 우리 시대의 삶이 발견할 수 있는 것들 중 가장 아름다운 모습의 하나일 것이다.

이희춘(시인. 밀양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