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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1년 10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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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42쪽 | 136g | 100*182*10mm |
ISBN13 | 9791191193237 |
ISBN10 | 11911932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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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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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의 울음소리가 귀신의 말소리와 뒤섞였다. / p.88
아홉 살은 뭘 몰라서, 열아홉 살은 수능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아홉수라는 말 자체를 입에 올린 적이 없었다. 그러다 스물아홉 살이 되니 나도 모르게 아홉수를 노래처럼 부르고 다녔다. 온통 안 되는 일들이 전부 아홉수라서 그렇다는 말이었다. 분명 내 선택과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것마저도 아홉수라는 미신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신이라도 승리했으니 위안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은 범유진 작가님의 단편 소설집이다. 안전가옥 출판사의 쇼트 시리즈는 믿고 보는 편이다. 비록, 현재는 심너울 작가님의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와 배예람 작가님의 <좀비즈 어웨이> 이렇게 두 권만 읽었지만 꽤나 만족스러웠던 소설집이었고, 주변에서 조예은 작가님의 <칵테일, 러브, 좀비>와 김청귤 작가님의 <재와 물거품> 등 전체적으로 추천해 주는 책들이 많아서 구매까지 할 정도로 애정하는 소설집이다. 그 중 하나가 이 소설이었기에 역시나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총 네 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첫 소설인 <1호선에서 빌런을 만났습니다>는 요즈음 유행하는 K-장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인 고은이라는 인물에게는 남동생이 있다. 그는 가정의 보탬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고은과 반대로 그저 집에서 상전이다. 아버지는 딸에게 돈을 빌리지만 갚지 않았고, 어머니는 장을 봐오라고 하지만 돈을 주지 않았다. 돈이 늘 부족했기에 어쩔 수 없이 정규직 전환형의 한 회사에서 근무하게 된다. 정규직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낙하산을 타고 온 팀장이라는 사람은 성희롱과 괴롭힘을 주었다.
그러다 어느 날 1호선에서 빌런이라고 불리는 잡상인 느낌의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거기에 보안관이라고 외치는 한 남자도 나타나는데, 할머니는 다짜고짜 고은에게 이상한 물건을 주면서 오천 원을 내놓으라고 한다. 울며 겨자 먹기로 오천 원을 주자 이상한 물건보다 더 이상한 주의사항을 말해 준다.
K-장녀의 씁쓸함과 직장의 고단함이 피부로 와닿았다. 단순하게 첫째여서 나오는 부담감과 직장생활의 업무적인 힘듦보다는 부당한 대우를 겪고 있음에도 이를 당당하게 나설 수 없는, 버릴 수 없는,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될 것이다. 이상한 물건에 대한 내용이 판타지로 가고 있기는 하지만 최고은이라는 인물이 겪고 있는 일들은 세트장이 아닌 현재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공감이 되었던 부분이었다. 결말의 통쾌함은 덤이었다.
두 번째 소설인 <아주 작은 날개짓을 너에게 줄게>는 날개가 달린 두 자매의 이야기이다. 아버지가 죽은 이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나와 이지라는 자매가 있다. 갑자기 아버지는 사라졌고, 날개를 숨기면서 학교를 다녔다. 어떤 능력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러다 이지에게는 남자 친구가 생겼는데 매우 나쁜 재질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지를 유인해 나체를 본 후 이를 영상으로 찍어 소문을 낸다. 그렇게 이지는 큰 상처를 받는데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슬프게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무슨 능력인지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막연함과 남들과 다르기에 이를 숨겨야 하는 답답함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학교 왕따 문제와 청소년의 성 문제를 떠올렸다. 물론, 내용에서 성관계 등의 무거운 성범죄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지 남자 친구의 의도가 너무 불순했었기에 충분히 그 부분까지는 예상하게 되었다. 요즈음은 SNS를 통해 따돌림을 하는 식으로 발전이 되었다고 하는데 판타지이기는 했지만 충분히 현실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세 번째 소설은 표제작인 <아홉수 가위>이다. 스물아홉 살의 주인공이 할머니 집에 오게 된 이후의 특별한 일화를 다룬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도중에 남자 친구로부터 사기를 당한 이후 죽을 생각으로 생전 할머니의 집을 방문한다. 한 달 정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가지고 가는 길에 택시기사는 집에 귀신이 산다는 말을 한다. 거기에서 주인공은 진짜 귀신을 보았다. 처음에는 놀랐지만 귀신의 사연을 듣고, 지박령이라는 사실을 아는 등 함께 한 달이라는 시간을 같이 보내게 된다.
처음에는 짠내로 시작이 되었다가 마무리는 통쾌와 훈훈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주인공은 흔한 인물이었다. 남자 친구에게 사기를 당하는 게 조금은 특별한 사건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다양한 이유로 스물아홉 살에 아르바이트로 하루를 살아가는 게 보다 흔한 일이다. 주인공에게 절망감이 느껴졌는데 미래를 알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느낌도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귀신과 함께 보내면서 이를 치유하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 듯한 모습이 참 반가웠다. 누군가는 아홉수라고 세상을 탓했지만 아마 저런 귀신과 함께 보냈더라면 조금이나마 나았을까.
마지막 네 번째 작품인 <어둑시니 이끄는 밤>은 형을 잃은 한 아이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에게는 열 살 차이 나는 형이 있었는데 동생과 함께 있던 중에 의문의 살해를 당한다. 동생은 잠시 자리를 비웠기에 형을 죽인 범인을 몰랐다. 사실대로 범인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고 했으나 동네 주민들은 형을 버린 사람이라는 눈초리를 보낸다. 그렇게 외롭게 보내고 있는 주인공에게는 그의 편에서 옹호해 주시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그러다 과거 동네 사람이었던 한 청년이 편의점을 오픈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동생은 할아버지의 사랑방인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특히, 어둑시니의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여기에서 어둑시니는 형이 동생에게 어둠을 무서워 하는 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나타난다. 그때부터 주인공인 동생의 뒤에 있었던 귀신이었다. 작가의 말을 통해 어둑시니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는데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난 이후의 아픔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것을 넘어서 어둠까지 나아가는 것은 경험한 적이 없어서 조금은 희미하게 느껴졌다.
역시나 안전가옥 쇼트는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생활 밀착형 주제에서 판타지 한 스푼은 얹은 이야기들이 너무 와닿았다. 다소 우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다음에 읽게 될 쇼트 시리즈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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