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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1년 11월 0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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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76쪽 | 432g | 130*205*17mm |
ISBN13 | 9791191114157 |
ISBN10 | 1191114155 |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1월 30일
뉴욕타임즈 21세기 최고의 책 100대 도서 『파친코』, 『채식주의자』 선정
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1월 08일
2024년 08월 02일 ~ 2024년 11월 30일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12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퇴근 후 집에 오면 우리집 고양이 아토는 내 품에 안겨들며 자기 얼굴을 내 손에다 갖다 댄다. 늘 하던 대로 긁어달라는 뜻이다. 턱이며 귓불, 정수리를 손가락으로 쓸어주고 긁어주면 눈을 지그시 감고 그 감촉을 즐긴다. 고양이를 키우며 동물 사랑을 배우는 중이다. 동물을 사랑하고 키운다는 건 큰 책임이 필요하다. 아파서 혹은 다른 이유로 키우던 동물을 버리는 사람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 책을 읽으며 승마를 하는 남동생의 딸아이를 생각했다. 말과 함께 하루를 살아가는 그 애는 어떤 마음으로 말을 대할까. 말 조교사인 진저 개프니처럼 말의 몸짓을 보고 그 언어를 이해하고 서로 교감을 나눌 거라는 마음이 들었다. 나에게 말이란 그저 화면 속의 동물이며 멀리서 바라보는 동물이었다. 말과 교감을 이루어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여섯 살 때까지 말을 하지 않았던 진저 개프니는 말의 몸짓을 보고 그 언어를 이해하게 되었다. 말 조교사로 활동하는 그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목장에서 날뛰는 말 때문이었다. 목장은 대안교도소다. 형기가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은 이곳에서 말을 돌보며 말과 함께 생활한다. 이 사람들은 그나마 선택받았다고 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 그들을 가두는 것이 없으며 오래된 재소자들이 그들을 이끈다.
목장의 사람들은 알코올 중독이나 약물 중독인 사람들이 많았다. 가족 모두가 교도소를 들락거리거나 하여 약물에 노출된 환경에서 자랐다. 그들은 마지막 희망을 안고 목장에 들어와 말을 돌보며 생활했다. 진저 개프니는 그곳에서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 물론 저자가 할 수 없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말과 함께 살아갈 긍정적인 힘을 얻는 일과 달리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어느 날 건초더미에 숨겨진 약물을 보는 순간 진저 개프니는 실망했다. 그들 모두를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는 없는 법이다. 큰 슬픔을 느꼈지만 새로운 사람들이 목장으로 왔고 진저는 그들이 말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장면을 보고 다시 미래를 보았다.
버려진 말들, 버려진 사람들. 그들이 함께 팀을 이루어 소통하게 된다.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다려주어야 하는 법. 말과 라이딩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말이 마음을 열 수 있도록 기다림이 필요하다. 말이 날뛴다고 힘으로 제압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말의 등을 긁어주고, 말이 나를 바라보도록 하여야 한다. 말이 원하는 대로 해줄 수 있어야 한다.
언어는 빼앗길 수 있다. 소실될 수도 있다. 도둑질당할 수도 있다. 단절되기도 한다. 언어는 생득권이 아니다. 모두가 자기 말을 남에게 들려줄 기회를 갖는 것도 아니다. 모두가 소리를 냉 형편이 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274페이지)
하프 브로크(HALF BROKE)는 ‘반만 길들여진 말’이라는 뜻이다. 목장의 새라나 플로르를 포함해 우리는 모두 하프 브로크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사람들이다. 오래전 말들을 돌보며 비로소 소통하는 법을 배웠던 진저는 목장의 사람들을 이끈다. 살아갈 희망을 얻고, 다른 사람의 눈을 제대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누구도 태우지 않았던 말을 탈 수 있었다. 말(言)은 곧 소통이다. 말을 하지 않고 몸짓 언어를 통해 말(馬)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말을 타는 건 파도를 타는 것과 비슷하다고 늘 생각해왔다. 파도는 우리를 감으면서 지나간다. 우리는 파도를 발로 차거나 때리지 않고, 파도를 컨트롤하는 건 꿈도 꾸지 않는다. 모든 파도는 특색이 있다. 어떤 파도는 순식간에 높은 벽을 만들었다가 금방 꺼진다. 어떤 파도는 얇게 밀려와 천천히 일어선다. 그런 파도는 표면에 부서진 자국 하나 없이 매끄러운 터널을 만든다. 파도가 다가오는 게 보이면 서프보드를 비스듬히 놓는다. 그리고 손으로 물 저을 준비를 한다. 그러나 일단 파도가 감아오기 시작해 우리를 덥석 물면, 그다음엔 마치 연인에게 하듯 그저 표면을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수밖에 없다. (338페이지)
타인과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진저 개프니는 재소자들이 말과 함께 변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변하게 된다. 그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이들 또한 겪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고, 굳은 의지를 펼칠 수 없었던 지난날들의 그와 다르지 않았다. 말을 길들일 때 마음을 열어 대하니 서로 교감할 수 있으며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의지를 키웠다. 치유의 힘을 얻는 일 또한 마찬가지다. 진정한 소통과 교감이란 이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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